연말 연초에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새롭게 조명된 병증이 있는데, 바로 수전증(手顫症)이다. 이는 말 그대로 손을 떠는 증상인데, 정말로 술잔을 받을 때 손 떨게 되면 으레 ‘알코올 중독’이 아니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게 마련이다. 그런데 실제 영국 로열더비병원의 응급의학과 연구진이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연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의 음주습관을 연구한 결과, 제임스 본드는 보통 1주일에 와인 10병 정도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로 인해 제임스 본드는 암, 우울증, 고혈압, 간경변 및 성기능 장애에 걸릴 위험이 높으며, 특히 ‘알코올성 수전증’에 수명도 단축될 것이라고 밝혀서, 이른바 술자리 농담대로 과도한 음주가 수전증 발병에 정말 연관성이 있음을 얘기하였다. 더욱더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된다. 세종 28년 4월 30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 임금이 풍증(風症)으로 수전증이 있어 수결(手決)을 두기가 어려워서 권도(權道)로 압자(押子)를 찍고, 드디어 이 뜻으로 겸하여 요동(遼東)에 자문(咨文)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세종대왕이 중풍(中風)을 앓아서 손을 떠는 바람에 중국에 보내는 서류에 결재 사인(sign)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인데, 아닌 게 아니라이렇게 중풍과 수전증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물론 중풍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운동을 담당하는 소뇌 쪽에 문제가 생기면 손떨림 증상의 후유증이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중풍에 수전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드물게 중풍 초기에 나타나거나, 후유증으로 나타난다. ‘본태성 떨림’이다. 본태성 떨림은 가장 흔한 떨림 중 하나로, 30∼40대에 발생하는 수전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징적으로 안정 시에는 증세를 보이지 않지만, 어떤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감정이 격앙되거나 운동 직후 또는 피로하면 더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전증의 또 다른 흔한 원인으로는 ‘파킨슨병’을 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특별히 집중을 하면 어느 정도 손끝이 떨리는 경향성은 있지만, 만약 그 정도가 지나치면 치료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의학적으로 수전증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는 경우는 역시 심허(心虛)다. 한의학에서 심은 마음을 다스리는 장기인데, 심의 기운이 약해지면 말 그대로 심약(心弱)해지게 된다. 보통 예민하면서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충격을 받거나 무서운 일을 당하면 몸이 저절로 벌벌벌 떨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심을 보하는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
간혈(肝血)이 부족하거나 간화(肝火)가 상승한 경우에도 수전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너무 화가 나면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되는데, 특히 한의학적으로 간은 근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더욱 상관성이 높다. 이밖에 비위가 약해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을 때도 손떨림이 나타나는데, 배고프면 손 떨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또한 담음(痰飮) 등으로 인해 순환이 되지 않아 손이 떨리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수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일단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하늘땅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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