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상식

돼지와 중국인(우받세/지평)

오토산 2014. 2. 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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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중국인

 

肥猪拱門4.jpg

 

중국 허베이(河北) 지방에선

춘절(春節·설날)에 춘련(春聯·입춘첩)과 함께

종이를 오려 만든 돼지를 창문에 붙인다.

마주 보는

두 마리 살찐 어미 돼지의 등에 보물단지가 얹혀 있다.

몸에는

'복(福)' '재(財)' 글자를 쓴 장식품이 붙어 있다.

이 '비저공문(肥猪拱門·살찐 돼지가 문을 열다)'엔

새해

집안에 재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돼지가

중국인 삶 속에 들어온 것은 3000년도 더 됐다.

기원전 14세기 갑골문에서

 '집 가(家)' 자는

동굴(穴)에 돼지(豕)가 들어앉은 모양을 본떴다.

그때부터 집에서 돼지를 키웠다는 얘기다.

 중국 속담에

'돼지가 들어오면 백복(百福)이 온다'거나

 '부자는 돼지를 멀리하지 않고

가난뱅이는 책을 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경구도 있다.

시진핑은

지방 지도자 때 이 말을 즐겨 하며

스스로를 낮췄다고 한다.

 

▶당초육(糖醋肉·탕수육) 홍소육(紅燒肉)

   경장육사(京醬肉絲) 동파육(東坡肉)….

 

돼지고기를 쓴 중국요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송나라 정치인 이자 문인 소식(蘇軾)은

항주(杭州) 태수 때

홍수로 황폐해진 서호(西湖)를 큰 공사 끝에 되살렸다.

백성들이 고마워하며 그에게 돼지고기를 바쳤다.

 

소식은

돼지고기를 혼자 먹지 않고

큰 솥에 야채와 함께 푹 쪄서 백성과 나눠 먹었다.

그 맛에 탄복한 백성들이

그의 호를 따 동파육이라고 불렀다.

 

肥猪拱門3.jpg

<肥猪拱門>

 

▶중국인은 한 끼에

고기요리가 빠지면 제대로 된 식사로 치지 않는다.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들이

된장찌개나 비빔밥을 먹고는

"배가 고프다"고 푸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인은

세계 돼지 절반인 4억5000만 마리를 기르고

하루에 15만 마리를 먹어치운다.

형편이 나아질수록 돼지고기 소비가 늘고

세계 사료 값을 부추겨 농산물 값

인플레 '애그플레이션'을 부른다.

 

▶중국 인터넷에

돼지를 키우는 '농촌 부녀자'가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글을 올려 온 나라가 시끄럽다고 한다.

 

"돼지를 대여섯 달 만에 출하하려고

호르몬제와 수면제, 중금속 섞인 사료를 쓰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

어린이 성장을 막고 초경(初經)을 앞당긴다."

 

돼지를 맘 놓고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중국인에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인민일보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해도 동요가 가라앉지 않는다.

먹을거리 불안은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첫 과제가 됐다.

 

-[이 글은 '만물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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