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임금들은 잦은 식사에 혹사를 당했다.
말이 식사지 ‘음식의 테러’나 마찬가지였다.
많게는 하루 7끼까지 먹어야 했다.
오전 7시 우유를 주재료로 만든 타락죽을 주축으로 한 초조반상,
오전 10시에 12첩 반상으로 된 아침수라,
오후 1시에는 국수를 축으로 한 낮 것,
오후 5시 다시 12첩 반상으로 된 저녁수라,
밤에는 야참, 주안상과 다과상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래서 왕들은 단명했던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에는 번뇌를 버리고 천천히 꼭꼭 씹어서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화가 났거나 우울하거나 슬플 때에는
먼저 마음을 편안하고 차분하게 가라앉힌 다음에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고대의 의학자들도 이런 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옛 양생가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근심과 걱정과 번뇌를 버리고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화가 난 채로 음식을 먹으면 체하기 쉽다.
우울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면 음식이 소화되지 않는다.
둘째, 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셔야 한다.
그러나 배가 몹시 고플 때 밥을 먹으면 반드시 많이 먹게 되고,
몹시 갈증이 심할 때 물을 마시게 되면 반드시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
밥을 많이 먹으면 체하고 음료를 많이 마시면 담이 생긴다.
그러므로 몹시 목마를 때 많이 마시지 말고,
몹시 배가 너무 고플 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폭식으로 기혈이 상하면 갑자기 죽을 수 있다.
흉년에 굶어서도 죽고
며칠 동안 굶은 후에 포식해 즉사하는 경우도 많다.
기름진 음식과 고기와 찰진 곡식과 미식을 피하고
담백한 음식을 취하는 것이 음식을 바르게 먹는 비결이다.
침은 가장 좋은 소화제이고 항암물질이다.
음식은 무엇이든지 천천히 꼭꼭 씹어서 침과 고루 섞어서 먹어야 한다.
음식물을 오랫동안 씹어 천천히 삼키면
소화가 잘 될 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현대 의학으로 증명되었다.
일본 동지사(同志社) 대학의 서강(西崗) 교수 연구팀은
불에 구운 생선과 고기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암물질에 사람의 침을 발라서
섭씨 37도의 온도에서 하루 저녁 두었더니
발암물질의 증식이 현저하게 억제되었고,
침을 바르지 않고 둔 상태에서는 발암물질이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또 일본의 고베(神戶) 여자약학대학 교수팀은
여학생들의 침을 한 그릇에 모아서
여러 가지 종류의 발암물질에 발랐더니
세균의 돌연변이 현상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강력한 발암물질 독성물질의 돌연변이 현상이 억제되었다고 했다.
고대의 의학자들은 하루 세 끼 중에서 아침밥을 특히 중시했으며
저녁식사는 소식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 의학에서도 아침식사의 질과 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침을 충분히 먹지 않으면 저혈당이 되기 쉽다.
저혈당이 되면 정신집중이 잘 안 되고 정신이 흐려진다.
또 아침식사를 건너뛰면 오랫동안 위와 장이 비어 있어서
배가 고프므로 점심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식후에 갈증이 나며 식곤증(食困症)이 온다.
식곤증이란 밥을 먹은 후 산소부족으로 인해
정신이 어찔하고 나른해 자꾸만 졸음이 오는 증세를 말한다.
위와 장이 비어 있는 시간이 길면 소화액의 분비가 줄어든다.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위와 장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어 위장병이 생긴다.
저녁밥을 먹은 뒤부터 그 이튿날 점심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담낭 속에 담즙이 가득 차 있게 된다.
그러나 아침 식사를 할 경우
지난 밤 사이에 담낭에 가득 채워져 있던 담즙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면 담즙이 담낭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시간이
아침을 먹는 사람들보다 길어진다.
그렇게 되면 담즙이 담낭 속에 오래 정체되어서
담석이 되거나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식후 일곱 계명
고대의 양생가들은 밥을 먹고 나서
산보(散步)를 하고 배를 문질러 주면 소화를 돕는다고 했다.
송나라 때 이지언(李之彦)은 <동곡소견(東谷所見)>에
‘반후행삼십보(飯後行三十步), 불용개약포(不用開藥?)’라고 했다.
‘식사 후 삼십보를 걸으면 약방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밥을 먹고 나서 지켜야할 일곱 가지 계율은 다음과 같다.
1. 일계(一戒),
식후에 담배를 피우지 말 것.
식사 후에는 위장의 연동(動) 운동이 늘어나고 혈액순환이 빨라진다.
그러므로 인체가 연기를 빨아들이는 능력 또한 늘어나서
담배 연기 속에 들어 있는 유독물질이
더 많이 인체 내에 흡수되어 몸에 해를 끼친다.
2. 이계(二戒),
식사 후에 바로 과일을 먹지 말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반대로 식사 뒤에 과일을 먹으면 몸에 해를 끼친다.
식사 후에 바로 과일을 먹으면 뱃속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과일 속에 포함된 단당류(單糖類 : 포도당과 과당 따위) 물질이
위 속에 정체되고 효소로 인해 발효되어
뱃속이 부풀어 오르고 부글부글 끓게 된다.
과일은 식사 후 2~3시간이 지나서 먹는 것이 가장 좋으며
밥 먹기 한 시간 전에 먹는 것도 괜찮다.
3. 삼계(三戒),
식사 후에 허리띠를 풀지 말 것.
식사 후에 배가 부르기 때문에
허리띠를 풀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지 못한 습관이다.
식사 후에 허리띠를 늦추면
복강 내의 압력이 허리띠를 풀자마자 갑자기 떨어지며
소화기관의 활동이 증가되고 인대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위하수(胃下垂)와 장폐색(腸閉塞)이 발생할 수 있다.
4, 사계(四戒),
식사 후에 차를 마시지 말 것.
찻잎에 타닌(Tannin)이 많이 들어 있는데
타닌이 음식물의 단백질과 결합해 소화하기 힘든 응고물을 만든다.
5. 오계(五戒),
식사 후에 많이 걷지 말 것.
식사 후에 복강 내에 들어 있는 소화기 계통으로 피가 몰려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그런데 식사 후에 많이 걸으면
소화기 계통에 있던 피가 사지(四肢)로 옮겨가기 때문에
음식물의 소화흡수에 지장이 생긴다.
6. 육계(六戒),
식사 후에 목욕하지 말 것.
식사 후에 바로 목욕을 할 경우 소화기 계통에 있는 피가 줄어든다.
그러므로 음식물의 소화흡수에 지장을 초래한다.
7. 칠계(七戒),
식사 후에 잠을 자지 말 것.
식사 후에 바로 잠을 자면 음식물이 위장 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소화흡수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리고 위장병이 쉽게 발생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글, 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