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세상

새울이.새담이네집과 동비사의 가을(처음처럼作)

오토산 2014. 10. 18. 05:00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을 만추를

산사의 목탁소리로 보게된다.

관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

 

오늘도 늘 하던대로

나는 진모래 개울갓길을 한가하게 거니는데

언제나 이맘때쯤이면 들리는

 딱다그르르 목탁소리가 들린다.

 

성당다니는 사람이 묵주를 굴리며

묵상기도를 하는중엔데도

잠깐 가던길을 멈추고

목탁과 염불소리에 우두커니 서 있자니

 

후루룩 낙엽구르는 소리와

허어연 억새 가 공작날개를 편듯 내앞에 서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를

나는 이 길에서 길을 물으며 보고 있다.

 

무엇에 끌렸는지

매일 다니던 계곡길을 벗어나

높다란 철길을 넘어 성낭골로 들어섰다.

 

그때 나를 만나 인사하는

앙증맞은 새집 하나가 있었다.

 

< 새울이네 집 > 이라는 집인데

나중에 주인장 이야기로는

겨울철 헤매는 겨울새가 애처로와

그리고 뜰깨나 참깨 조금 넣어주면

아주 청아한 새소리를 들을수 있어 만들었노라는 얘기었다.

 

그것도 < 새담이네 집 > 이라는

멋진 맨션 이라 불려도 좋을

소나무에 메어달린 새집도 분가를 하고 말이다.

 

이리저리 엿보고

몰래 디카로 영상일기를 쓰고 있는데

이 어이없는 모습이 이상해선지

스님 한분이 보기좋은 웃음을 흘리며

봉당에 깔린 멍석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수인사를 주고 받는데

멀리 수덕사 문중에 속한 외톨이 스님 한분이

암자삼아, 공부방삼아

이곳에 자리잡은지 십삼년이 되었단다.

< 동비사 > 란 절이다.

 

언젠가 산책길가에

가을 무우를 열심히 뽑고 있는 이름모를 스님을 만나서

말없는 얼굴인사를 하면서

김장도 직접하는 부지런한 스님이구나 했었는데

오늘 보니 바로 그분이 법탄 스님이었다.

 

삼배를 드려야 한다는데

단배로 생략하고 정식으로 인사하고

내어주는 차 한잔을 입술에 마른입을 축이는데

딱 다그르르 목탁소리에 이어

정말 염불소리 듣기 좋다 소리가 저절로 나는

목소리 좋은  소리에 활짝 보기 좋은 웃음까지 곁들여

염불 한자루를 선물해 주신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고

무언가 가을 소슬바람에 비어있던 서걱거리는 가슴한켠이

그리고 괜히 서글퍼지는 심란한 마음을 가을탓으로 욕하던 마음을

싸~ 아 말끔히 씻어주는 소리였다.

 

이렇게 단둘이 환대를 받고 앉으니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고

또 오늘은 홍재도 이런 홍재가 없다.

 

해서 이렇게 괜히 마음이 이리로 쏠려 온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집 옆에 가끔씩 푸닥거리 하는 사찰이야기와

부산, 울산에서 극성맞게 드나드는

기업형 사찰 이야기를 하는데

나 보다도 법탄스님이 더 역정이 대단했다.

 

사이비 사찰도 그렇거니와

그냥 기복신앙만 쫒고 사는 허울좋은 신도들에게

매운 쓴소리를 이어가시는 스님을 보고는

 

아!  여기 공부하며 제대로

성불해 가는 스님도 있구나하고

오히려 생경하게 처다 보인다.

 

금새 오랫동안 동무하던 친구 만나듯

경허 큰 스님 부터 오늘 까지

그리고 분별, 불이,......

이어지는 산사 강의는 시간가는줄 모르겠다.

 

몇번을 물갈아 마시는 찻잔도

연신 쪼조록 따루어지는데

이렇게 신세져도 염치없다 않을지

갑자기 조바심으로 미안해 진다.

 

빈손으로 갑자기 찾아든 나그네에게

너무나 고마운 환대를 받고 앉았으니...

 

새울이, 새담이 새집이 나를 불러

목탁소리 청아한 소리에

만추 가을을 염불하고,

 

찻물에 젖어드는 인간사 인연을

어찌 이런 인연을 잇게 하는지

돌아서는 철길 안동가는길에

길에서 길을 열심히 묻고 있는,

 

나 아닌, 

나그네로 서있는

그림자 나를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