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머

노상정담(우받세/해질녁)

오토산 2014. 11. 25. 18:58

 

 

 

 

[요분질은 여인이 바느질하는 것 ?, 

용두질은 총각이 담배 피우는 것,?

 뻑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어느 점잖은 양반집 부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 단어들의 의미는 이러했다.

 

겨울 밤, 송죽은 친구들과 사랑방에 들어앉아 술을 나누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역시 송죽 못지않은 재담가들이었다.

 그 중에는 걸지게 음담패설(淫談悖說)을 늘어놓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기 마련이었다.

 

 

“이와, 오늘도 음담 한마당 들려 줘야지.

 그냥 넘어가면 술기운에 그만 곯아떨어질 것 같으니 어서 시작하라고.”

 
친구들은 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라고 성화였다.

 송죽도 음담이라면 일가견(一家見)이 있었지만

그 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술맛이 당겨 끼어들지 않고 듣기만 하는 편이었다. 

드디어 그의 입을 열어 이야기 한마당을 펼치기 시작했다.

 

 

 

“옛날에 말이야, 점잖은 양반집에 숙맥 같은 부인이 있었는데 말이야,

 아직 장가 못간 시동생과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시동생도 지금 우리 친구들과 그러고 있는 것처럼

 자기 친구들을 불러 사랑방에서 한껏 이야기꽃을 피우며 놀고 있었다.

 그때 마침 부인이 사랑방 앞을 지나게 되었다.

 

  
"‘어이구~~! 우리 되련님..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며 저렇게 웃음 꽃을 피울까?’"

 
자못 궁금해진 부인은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사랑방 앞에 멈춰 서서 밖으로 새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추나무골 주막에 명화라는 계집 있지?”
 
“아, 사내 잘 후린다는 그 기녀 명화말인가?”
 
“그 계집이 어찌나 요분질이 심한지,

 내 숨이 넘어갈 뻔 했다니까.”

 
“그래? 그렇다면 나도 조만간에 숨 한 번 넘어가 봐야겠네 그려, 하하하….”
 
요분질이란 여자가 남자와의 잠자리에 들어

 요리조리 몸을 뒤트는 것을 말하는데,

 점잖은 양반집의 부인네가 그 말을 알 리 없었다.

 

 

‘엥?? 요분질? 그게 무슨 말이지?’
 
거기다가 어느 집 총각은 용두질을 잘한다는 등,

 또 누구는 뻑을 잘 한다는 등,

 그야말로 음담패설이 줄줄이 흘러나왔지만 숙맥부인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요분질. 용두질.뻑.

 그런 것을 잘하면 좋은 것인가 보구나.

 그러니까 저렇게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겠지….’

 
숙맥부인은 나중에 시동생에게 정확한 뜻을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마침 시동생이 방에 혼자 책을 읽고 있기에

숙맥부인은 얼른 방으로 들어가 전에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도련님, 며칠 전에 친구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언뜻 들었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요.”

 
“그래요? 말씀해 보세요.”
 
그때 도련님과 친구 분들이 요분질이니,

 용두질이니, 뻑 같은 말들을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난데없는 질문에 시동생은 몹시 난감해졌다.

 그렇다고 그 뜻을 안 가르쳐 주면 더욱 궁금하게 여겨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터인데,

그리 되면 그 망신을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적당히 거짓말을 꾸며댔다.

순진한 형수였기 때문에 자기가 말하면 곧이 곧대로 믿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형수님! 그 말들은 그렇게 대단한 뜻을 지닌 게 아닙니다.

 여자가 바느질하는 것을 요분질한다고 합니다.

 

 

“그럼 용두질은요?”
 
“그건 총각이 담배 피우는 걸 말합니다.”
 
“뻑은요?”
 
“그건… 아, 그냥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뜻입니다.”

 

 
“아, 그렇군요. 이제야 궁금증이 싹 가시네요.

 고마워요 도련님.”

 
숙맥 법화부인은 새로 알게 된 말들을

 언젠가는 요긴하게 사용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말을 써먹을 날이 찾아왔다.

 딸에게 중매가 들어와 중매쟁이가 집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대 공교롭게도 중매쟁이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그것도 세상을 살 만큼 산 중년의 남자였다.

부인의 중년 남자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기 딸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딸아이는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어요.

 보시다시피 인물도 잘 생겼지,

 마음씨도 비단이랍니다.

거기다가 손재주도 좋아서 요분질도 잘한답니다.” 

 

 

 

“예? 요분질이요?”

 

중매쟁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중매쟁이 남자가 그 뜻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시동생이 난감한 표정으로 형수에게 말했다.

 

 

 

형수님, 이제 그만 하시지요.”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왜 그러세요, 도련님. 제가 없는 말 꾸며서 하는 것도 아닌데?

 앉아 계시기가 지루하면 사랑에 가셔서 용두질이나 한번 하시고 오세요.

저는 이 분과 뻑이나 계속할 테니까요.”

 
이 지경이 되고 보니 아무리 낯 두꺼운 중매쟁이라도

  더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중매쟁이는 얼른 일어나 내빼듯 방을 빠져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엥? 내가 뭘 잘못 말했냐? 좋은 뻑이나 하자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