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8면 기사에서...
‘黑龍’은 없다!…靑·赤·黃·白龍이 있을뿐
상술이 만든 신조어?… “좋다 나쁘다 말 못해… 믿기 나름”
띠동물 민속전문가인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12지(支) 중 ‘壬’은 방향으로는 북쪽이며, 계절로는 겨울, 동양의 오행설에 따르면 물(水)이고, 색깔로는 검은색(玄 또는 黑)에 해당돼 임진년을 ‘흑룡의 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며 “이런 해석에 따른다면 60갑자 중 5번 오는 용띠 해 중 나머지 해인 갑진년(甲辰年)은 청룡(靑龍), 병진년(丙辰年)은 적룡(赤龍), 무진년(戊辰年)은 황룡, 경진년(庚辰年)은 백룡의 해가 된다”고 말했다. 천 관장은 그러나 “흑룡이란 말은 상술이 만들어낸 것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 관장은 “2007년에 황금돼지띠, 2010년에는 백호띠라는 말이 돌아 출산 붐이 일었다”며 “이 역시 시류에 영합하는 상술로 황금돼지띠나 백호띠와 마찬가지로 올해의 흑룡띠 역시 길흉화복에서 특별히 좋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 관장은 “특히 유통업계 등의 마케팅 전략에 해마다 연초에는 띠동물의 좋은 점만 얘기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습속이 결합돼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임진년을 음양오행상으로 흑룡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흑룡이란 말은 일반적인 표현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흑룡의 해라고 해서 특별히 ‘좋다,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흑룡의 해를 특별히 다른 해보다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주술적인 측면에서의 얘기로 그것은 개인이 믿기 나름이라는 해석이다.
천 관장은 “임진년을 ‘흑룡의 해’로 보아 국운 융성과 같은 기원을 담고자 하는 바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누군가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낸 말에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전통 천문우주론을 전공한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도 “오행설로 흑룡이라는 개념이 나올 수 있지만 흑룡이 다른 용에 비해 특별히 신성하게 취급됐다고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