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겉치례 예절(내고향/일천)

오토산 2017. 1. 30. 09:11

 

 

겉치례 예절

조선 후기 실학자로 이름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선생은

퇴계를 사사(師事)하시면서 그 당시 잘못되 사회상을 보시고

직언을 서슴없이 하신 분이시다.

이러한 당신의 말들은 당신의 삶이 바르지 못했다면

한갓 이변풍(耳邊風)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당신의 모습은 국민들의 귀감(龜鑑)이 되셨기에

오른 날에도 남기신 글들을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래 글도 예절 형식만 따르고 실질을 모르는 생각을 꾸짖은 것이다.

 

그 당시도 주변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예절생활이었던 모양이다.

흡사 지금 경박한 사람들 모습과 같아서 쓴 웃음이 나온다.

예절이한 형식보다도 자기 현실에 맞는 실질성이 근본이지

남에게 보이려는 겉껍질을 행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해에는 잘못된 우리 민족 전통예절을 바르게 공부해보고

바르게 실행하는 한 해가 되게 글을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소인의 생각과 행동은 술집 여자와 같다.

거기의 여자들은 밤낮으로 생각하고 꾀하는 것이 얼굴 모습을 예쁘게

꾸미려는 것에 지나지 않아 머리에는 가발을 쓰고 낯에는 분과 기름을 바르는데,

이것은 자기 눈을 즐겁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남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함이다.

남들이 이 모습을 보고 모두 예쁘다 칭찬하고

부러워하면 억지로 꾸민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로 자기 그림자를 돌아보고

앞뒤를 재면서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큰 수치로 생각한다.

 

일한 모습처럼 보통 소인들은 자기 집에서는 험한 음식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남을 대할 때 떨어진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면서

혹 저자에 나갈 때면 반드시 좋은 의복을 입으려 하여

심지어 이웃집의 의복을 빌어 입고 남에게 뽐낸다.

혹 자기보다 더 낫게 입은 사람을 만나면 자기의 옷차림이 그만 못한 것을 부

끄럽게 여겨 비록 집안 살림을 다 들여서라도 남보다

더 잘 입어야 하겠다는 생각만 가지니,

이는 다만 속이 비었기 때문에 겉치레만 힘쓰는 것이다.

 

자로(子路)가 떨어진 옷을 입고도 남 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기 분수만을 지키고 겉치레를 원하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진실로 생활에 여유가 있다면 긴 옷자락과 넓은 소매를 무엇 때문에

싫어할 이유가 있겠는가?

 

무릇 예절을 지켜온 집[禮家]에서 마련한 의상(衣裳) 제도는

정도에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하라는 것이지,

반드시 누구라도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므로 상례(喪禮)나 제례(祭禮)처럼 큰 예절에도

농토가 없어서 농사짓지 못하는 백성은 자성(粢盛)을 쓰지 않고,

가난해서 길쌈하지 못하는 집안은 조부모 상중에도

상복[衰服]을 입지 않아도 군자(君子)는 허물하지 않는다.

 

고례(古禮)는 말하지 않더라도 간략하다는

가례(家禮)의 간략한 의식마저도 가난하여서 그대로 다 행할 수 없다.

사당(祠堂)의 제도, 초상 장사[斂葬]에 드는 기구, 제례에 올리는 음식[饋享]의 범절,

평소 생활 의식 등은 적은 돈으로 마련할 수 없는 것인데,

주자(朱子)가 어찌 집집마다 모두 다 이와 같이 하라고 했겠는가?

그러므로 혼례(婚禮)처럼 중한 일에도 비녀팔찌과실 따위만 쓰도록 하고

다른 것은 자기 형편에 따른 것이 알맞다고 하였다.

 

이러하므로 예()를 제정함에는 가난하고 천한 이를 표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천자(天子)의 맏아들이라 할지라도 처음 날 때는 아무것도 없었고,

벼슬도 없었을 뿐인데, 하물며 선비의 부귀(富貴)는 혹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하여 본래부터 지닌 것이 아니니, 어찌 어쩌다가 오는 것으로써

꼭 지켜야할 법으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세상 사람은 이런 뜻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문서(文書)에 씌어져 있는 것만 따지면서,

꼭 그대로 하는 것을 서로 높은 척하고, 미치지 못하는 자에 대해서는 비웃기만 한다.

저 속마음이 튼튼치 못해서 남들에게 몰려다니는 무리는

호화롭게 지내는 높은 벼슬아치들만을 본받으려고 재물을 그릇되게 쓰버리니,

공적(公的)이나 사적(私的)의 살림이 어찌 다 써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므로 나는, 지금 세속에 저 짙은 화장을 하고 놀아나는

여자와 다른 사람이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小人意態與女子䓁女子朝晝謀慮不越乎羙飾明粧하야 髙其鬂髻하고

塗其粉脂한대 非自悅其目乃爲人也니라 人見하고 而咨嗟艶歎하면

則便巧笑軟語顧影徘徊하면서 以爲自得하고 不然하면 大耻也니라 小人在室애는

糟糠而攤飯하고 對人에는 鶉褐不給하면서 而鮮服過市하며

至扵借隣增彩奪人衒色하니라 遇人之逾乎己하면

則輒愧其不能及하야 雖冐行敗産라도 不復計也此只是內不足하야

 務外不止也니라

子路之緼袍不耻함은 不過守分하고 而不願乎外也니라 苟可以自裕하면

長裾廣袖何苦而不爲㢤凡禮家衣裳制度只指可得爲而爲也

非謂必如是乃已也니라 是以䘮祭大莭也에도 而不耕者無盛하고

 不績者不衰하야도 君子不以爲咎也니라 古禮置不論라도 至扵家禮之簡略로도

 實非貧窶之所可盡行祠堂之制歛葬之具饋享之莭居家之儀類

非單幣之所辦인대 朱子豈謂門門戶戶悉皆倣此리오

昏幣事重也에도 而許用釵釧果實之屬하고 他可以援例也니라

 制禮冝従貧賤爲式리라 雖天子之元子라도 始生에는 貧而已賤而已인대

 况士之富貴倘来而非固有也豈合以倘来로서 爲法扵本分㢤

世人不達此義하고 遍考文書하야 滿意相髙하고 不及者嗤㸃不暇하니라

彼㴞㴞內不足之徒濫與卿相摸擬枉費財하니 用公私安得不匱리오

曰今之俗其異扵冶逰之女子者盖鮮矣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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