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백중국선생의 처방을 보고 놀란 김삿갓

오토산 2020. 1. 12. 10:15

●방랑시인 김삿갓 02-(56)

*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

 

마침 그때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몸이 좀 이상해서, 의원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계시온지요 ?"

첫눈에 보아도 무척 나약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김정은은 서당의 훈장이면서 ,

 환자가 찾아 왔을 때에는 즉석에서 의원 선생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리하여 수염을 쓰다듬으며 청년에게 말한다.

"이 사람아 ! 의원 선생을 앞에 두고 ,

어디서 나를 찾는단 말인가 ? 

 내가 자네가 찾고 있는 백중국 선생일쎄. 무슨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 "

 

청년은 고압적인 대답에 기가 질렸는지,

 황급히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선생님 , 죄송합니다. ...

저는 웬일인지 기운이 없어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아 보려고 왔습니다."

 

"음 ... 기운이 없어서 진찰을 받으러 왔단 말이지 ? "

갑작스럽게 의원으로 돌변한 훈장은 사뭇 신중한 어조로 반문한다.

 

김삿갓은 돌팔이 의원이 환자를 어떻게 다루는가 싶어,

 옆에서 조용히 지켜 보고 있었다.

 

돌팔이 의원이 환자에게 묻는다.

"기운이 없다면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게로구먼 ...

병은 병인데 무슨 병인지 몰라서 왔단 말이지 ? "

 

"아닙니다. 식욕이 왕성한 것을 보면, 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식욕은 왕성한데 다만 기운이 없을 뿐이라고 ? "

 

"네 그렇습니다."

"음 ..

 밥을 잘 먹는데도 기운이 없다면,

자네는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 아닌가 ? "

 

"아닙니다.

술처럼 몸에 해로운 것이 없는데, 몸에 해롭다는 술을 무엇 때문에 마시겠습니까.

저는 술 같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

젊은이는 손을 휘휘 내저어 보이기까지 하였다.

 

"술이 몸에 해롭기 때문에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단 말이지 ?"

돌팔이 의원은 환자의 말을 되씹어 보고 나서,

 "식욕이 왕성할 뿐만 아니라, 술도 마시지 않는데 기운이 없다면,

자네는 용색(用色)을 과도하게 쓰는 모양이구먼그려 ?

색이라는 것은 적당히 써야지, 과도하게 쓰면 반드시 기운이 약해지는 법이네."

하고 자못 진지하게 타일러 주는 것이었다.

 

"선생님 ! 그것은 오진(誤診)이옵니다.

색을 쓰는 일처럼 몸에 해로운 일이 어디 있다고 함부로 색을 쓰겠습니까 ?

 저는 용색을 한달에 한 번쯤 할까 말까 ? 여자는 되도록 멀리해 오고 있사옵니다."

 

돌팔이 의원은 그 말을 듣자 별안간 얼굴에 노기가 충천해지며 ,

다음 순간 벼락 같은 호통을 친다.

"뭐 어쩌구 어째 ? 계집질을 한 달에 한 번밖에 안 한다고 ? ...

이 거지 발싸개 같은 놈아 !

하룻밤에 열 번을 해도 싫지 않을 나이에, 몸에 해롭다고 해서,

 그 좋은 것을 이것도 안 한다,

저것도 안 한다 하면,

 네가 과연 사내놈이 맞더냐 ?

 도데체 네 놈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이냐,

 너같은 몸은 꼴도 보기 싫다 ! 당장 꺼져 버려라 ! '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발 대발이었다.

그러나 그 호통이 어찌나 추상 같았던지,

청년은 용수철이 퉁기 듯이 벌떡 일어나기가 무섭게 ,

번개처럼 도망을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청년이 기절 초풍하듯 도망가는 꼴을 보고,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하하하. 아무리 의원 선생이기로,

약국을 찾아온 환자에게 호통을 치신 것은 너무하셨소이다."

 

그러나 돌팔이 의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환자라고요 ?

저렇게 사내 구실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 무슨 환자란 말씀이오.

저런 놈은 밥벌레밖에 안되는 놈이에요."

 

"그래두, 밥벌레란 말은 너무 심한 말씀인 것 같소이다."

 

"심하기는 뭐가 심하다는 말씀이오.

선생도 보셨다시피, 그놈은 새파랗게 젊은 놈이예요.

내가 그 나이 때에는 하룻밤에 다섯 번도 그만, 여섯 번도 그만이었는데,

한 달에 한 번밖에 안한다면 그게 어디 사내놈이오."

 

"정작 ,화를 낼 물건은 따로 있는데, 선생은 왜 화를 내시오."

김삿갓이 웃으며 놀려주자 훈장도 통쾌하게 웃으며,

"에이, 여보시오. 나를 뭘로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계집을 다섯씩이나 거느려 보았지만,

그래도 부족했어요. 그러니 조금 전에 그런 병신 같은 놈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는 만천하의 여자들한테 내가 몰매를 맞아 죽게 될 것이오."

 

"하하하, 만천하의 여자들에게 몰매를 맞아 죽을까 봐,

그 청년의 병을 고쳐 주지 않않다는 말씀인가요 ? "

 

"물론이죠. 남자는 뭐니뭐니 해도 그 물건이 튼튼해야 하는 거예요.

선생은 잘 알고 계시면서 괜히 그러시네요."

 

"허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에

<위위불염 갱위위, 불위불위 갱위위 爲爲不厭更爲爲  不爲不爲更爲爲 >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요.

선비들은 그런 음담을 흔히 써왔지요.

 

김삿갓이 그렇게 말하자, 훈장은 별안간 눈알이 휘둥그래지며

 "위위 ..뭐라고요 ? ...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 그게 무슨 음담입니까 ?"

하고 물어 보는 것이었다.

 

...계속 57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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