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국지

열국지(熱國誌)《어쩔 수없는 명장의 변신 》

오토산 2020. 4. 28. 09:30

열국지(熱國誌)46

 어쩔 수없는 명장의 변신.

 

 장한은 황제의 칙사인 조상을 영창에 가두기는 하였으나,

 이 후의 대책에 대해서는 눈앞이 캄캄하였다.

 항우가 언제 또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는 형편인데 다가 ,

함양에서는 지원군을 보내 오기는 커녕 생사람을 두들겨 잡고 있으니,

자신이 처신할 바를 알 길이 없었다.

 

장한이 이렇게 궁지에 몰리자,

불현듯 떠오르는 사람은 전임,시황제였다.

 

(시황제께서는 나를 알아보아 주셨건만,

우매한 이세 황제는 나를 몰라 보아서 이 지경이 되었구나 !)

 장한은 간신 조고도 밉기 그지없었지만,

 그보다도 더 원망스러운 사람은 이세 황제였다.

 

 그러나 장한은 ,

 (황제가 비록 혼매(昏昧)하더라도,

나는 신하로서의 도리만을 다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황제에게 상소문을 직접 올려 보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라를 구할 수 있는 방도는 오직 하나 뿐,

 그것은 간신 조고의 일당을 조정에서 깨끗이 몰아내고,

거국적으로 들고 일어나 초군을 섬멸시키는 방도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장한은 이세 황제에게 비장한 내용이 담긴 상소문을 올리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들어 있었다.

 

 < 만약 폐하께서 조고의 간악함을 깨닫지 못하시고 언제까지나

 조고의 농락에 놀아나신다면, 폐하 자신도 머지않아 조고의 손에

비참하게 돌아가시게 될 것이옵고, 시황제께서 심혈을 기울여

이룩해 놓으신 대진제국도 그로 인해 패망의 비운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한 최후의 간언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소문이 황제의 손에 순순히 전달될 리가 만무하였다.

 조고는 장한의 상소문을 읽어 보고 분노의 몸을 떨며 명한다.

 

 "어느 놈이 이런 상소문을 가지고 왔는지,

 그놈을 내 눈앞에서 당장 물고를 내버려라 ! "

 

결국은 애꿎은 사자(使者)만 죽게 만든 셈이었다.

 장한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비탄에 빠져버렸다.

 그러자 함양에서 망명해 온 진희가 장한에게 말한다.

 

"장군께서 아무리 나라를 구하려고 애쓰셔도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조고는 진작부터 장군의 가족들을 체포해 놓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장군께서 아무리 전공(戰功)을 세우셔도

조고는 장군을 절대로 살려두려고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러면 나는 앞으로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 "

 

"조상을 빨리 참형하시고,

 장군께서는 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새로운 각오라니 ?

새로운 각오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 "

 

" .... "

진희는 얼른 대답하기가 거북한 듯, 잠시 주저하는 빛을 보인다.

 장한은 눈앞의 현실이 하도 암담하여 진희에게 다시 묻는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도무지 알 길이 없구려.

각오를 새롭게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시오."

 

그래도 다시 주저하는 빛은 보이던 진희는 어떤 결심이 섯는지

비장한 얼굴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진나라는 머지않아 망해 버릴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장군께서는 갱생(更生)하실 수있는 길을 찾으셔야 하옵니다.

 그 길은, 초장 항우와 제휴하여 진나라를 신속히 멸망시켜 버리는 길입니다."

 장한은 진희의 말을 듣고 펄쩍 뛸 듯이 놀란다.

 

"아니,

나더러 항우와 결탁하여 진나라를 내 손으로 때려부수라는 말이오 ?

그건 안 될 말이오.

한 평생을 충절(忠節)로 살아온 나더러 어찌 변절(變節)을 하란 말이오 ? "

 진희가 다시금 타이르듯 대답한다.

 

"물론 장군의 충절은 지극히 고귀한 정신입니다.

그러나 충절을 하려면 반드시 상대가 있어야 할 것이나,

 이세 황제는 조고와 결탁하여 장군을 숙청하려 하는데,

장군은 누구를 위해 충절을 지키겠다는 말씀입니까 ?

나를 죽이려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옵니까 ?"

 

듣고 보니, 말인즉 옳은 말이었다.

임금 없이 어찌 충신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장한은 <변절>이라는 말 자체가 비위에 거슬려서,

 

"듣기 싫소 ! 

 듣기 싫으니 썩 물러가오 ! "하고

화를 내면서 진희를 쫒아내 버렸다.

 

 그러나 암담한 현실이 일시적인 화풀이로 해결될 리는 만무하였다.

그리하여 날마다 깊은 고민에 잠겨 있는데,

 어느 날 조(趙)나라의 진여(陳餘) 장군으로 부터 뜻하지 않은 친필 서한을 받았다.

 

 <장군께서 조고의 모함에 빠져 몹시 고민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일찍이 진나라의 명장이셨던 백기(白起)장군은,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지대한 공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신배의 모함으로 결국은 사약(賜藥)을 마시고 죽음을 당했고, 가까이는

만리장성을 쌓는 데 공로가 많았던 <몽염>장군도 간신 조고의 손에 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군이 마수에 걸려들었다고 하니,

무슨 재주로 화를 면할 수가 있으오리까.

 진나라는 이미 조고의 천하가 되어 버렸는지라,

진나라가 조만간 망할 것은 천운(天運)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장군은 그런 점을 감안하여 심기 일전(心氣一轉),

각 지방의 제후(諸侯)들과 협력하여 진나라를 미련 없이 때려부수고,

스스로 대사를 도모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기회는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지금이라도 차라리 항우와 결탁하여 갱생의 길을 타개해 나가시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깊이 고려해 보시옵소서.>

 

 진여의 충고는 수일 전에 들은 진희와의 의견과 너무도 흡사하였다.

장한은 진여의 우정어린 서한을 받아 보고 마음이 크게 동요되었다.

 

(현군(賢君)이 없는데 어찌 충신(忠臣)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

백기 장군과 몽염 장군은 결국 충성을 다하다가

간신 조고의 손에 죽고 만 것이 아닌가?

이러한 경험적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

나까지 어리석게 그들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

 

 장한이 이와 같은 회의에 잠겨 있는 어느 날,

진희가 다시 나타나서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일전에 제가 말씀드린 문제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셨습니까 ?"

 장한도 이제는 화를 내지 않았다.

 

"항우와 결탁하여 갱생의 길을 모색해 보라는 말 말이오 ?"

 

"예, 그러하옵니다.

 어차피 홀로 대사를 도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항우와 힘을 합친다면 대사를 도모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옵니다."

 

 "장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와 항우는 결탁할 사이가 못되네."

 

"어째서 결탁할 사이가 못 된다는 말씀입니까 ?"

 

 "그 이유는 뚜렸하오.

항우의 계부(季父)인 항량(項梁)을 죽인 사람은 바로 나요 !

그런까닭에 항우가 나를 <불구 대천의 원수>로 여기고 있는데,

 그러한 항우와 어떻게 손을 잡을 수가 있겠소 ?"

 진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장군께서 항우와 결탁할 용의만 있으시다면,

그런 문제는 제가 항우를 직접 찾아가 해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천하를 경영하려는 이 판국에, 그와 같은 사사로운 일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

 

"음 ..... ,

그대는 그만한 자신이 있다는 말이오 ?"

 

"자신도 없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함부로 올릴 수 있겠습니까 ?"

 

 진희는 장한의 허락을 받고, 항우를 만나려고 초진으로 말을 달렸다.

 항우는 진희를 만나자 대뜸 큰소리를 치고 나온다.

 

"장한이 세객(說客)을 보낸 것을 보니,

그자가 몹시 곤경에 처한 모양이구려."

 그러나 진희는 항우가 큰소리를 치거나 말거나 자기 할 말을 당당하게 펴나간다.

 

"진초 양군(陳楚兩軍)은 전투 태세로 대치(對峙)한 지가 너무도 오래 되었습니다.

따라서 군사들은 피차간에 몹시 지쳤고, 재정적으로도 쌍방이 몹시 궁핍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는 초군을 위해서나 진군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옵니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양군은 자멸해 버리고,

 제3자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 주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항우는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조롱하듯 말한다.

 

"하하하,

그러니까 나더러 장한에게 항복을 하라는 말인가 ?"

 항우의 입에서 <항복>이라는 말이 나오자,

 진희는 그 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얼른 이렇게 말했다.

 

 "아니옵니다.

천하의 명장이신 장군에게 누가 감히 항복을 권할 수가 있겠습니까

. 저는 장군께서 장한의 항복을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를

권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뭐 ?

장한이 나에게 항복을 하겠노라고 하더란 말이오 ?"

 

"예, 그러하옵니다.

장한은 진작부터 본인의 역부족(力不足)을 깨닫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조고의 모함에 빠진 원한도 있고 하여,

마침내 장군에게 투항할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하니 장군께서 장한의 투항을 흔쾌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제가 장군을 찾아 뵙게 된 동기는 바로 거기에 있사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고개를 가로 젖는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요. 장한은 나의 계부를 살해한 나의 원수요.

 설사 그가 항복을 해 오기로 내 어찌 그런 원수놈을 살려 둘 수 있단 말이오."

 진희는 그 소리를 듣자, 별안간 양천 대소를 하면서 혼자말로 이렇게 빈정거렸다.

 

"아아, 나는 항우라는 인물을 대호(大虎)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알고 보니 항우는 보잘것 없는 고양이에 지나지 않았었구나 ! "

 

그것은 항우에 대한 지독한 모욕의 말이었다.

 그러자 항우는 크게 분노하여,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며 진희에게 호통을 지른다.

 

"무엇이 어쩌구어째 ?

네 놈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 "

 진희는 항우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태연히 대꾸한다.

 

"내가 듣던 장군과는 달리, 막상 만나고 보니 장군의 그릇 됨을 알수 있었소이다.

 그러니 내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으리오.

무릇 참다운 영웅이란 <나라를 위해서는 가문을 잊고(爲國忘家 : 위국망가),

어진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원수를 생각하지 말아야(用賢略仇 : 용현약구)>하는 법이오.

장한은 장군의 계부를 사사로이 죽인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나라를 위해 죽인 것이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형편임을 감안하여 장한을 미워 할 일은 아니었소.

그런데 장군은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어 대본(大本)을 그릇되게 생각하고 있으니,

내 어찌 장군을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리오."

 항우는 진희의 당당한 변론에 허(虛)를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감정이 용납치 않아서,

 "네 이놈 !

아직도 주둥이를 방자스럽게 놀릴 작정이냐 ! "하고

또 한번 호통을 질러댔다.

 

그러자 아까부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군사 범증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항우에게,

 

"장군전에 긴히 여쭐 말씀이 있사오니,

 저 사람을 숙소에 돌아가 기다리고 있게 해 주소서."

 하고 항우를 말리며 나섰다.

 항우는 범증의 요청을 받고,

 진희에게 말한다.

 

"장한에 대한 문제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여 대답할 테니,

일단 숙소에 돌아가 기다려 주시오."

 진희가 물러가고 나자,

범증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장한이 항복하려고 사람을 보내 왔으니,

 장군께서는 그의 항복을 무조건 수락하시기 바랍니다."

 

 "그 이유는 ?"

 

"함양을 함락시키려면 우선 함곡관부터 점령해야 하는데,

 우리가 함곡관으로 쳐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에 장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장한은 그처럼 뛰어난 백전 노장입니다.


그러한 장한이 지금 우리에게 항복해 오려는 이유는,

 조고의 모함에 빠져서 죽음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장군께서는 사사로운 원한을 생각지 마시고

 대본(大本)에 쫒아 그의 항복을 은의(恩義)로 받아들이시면,

그는 장군에게 신명을 다해 충성할 것이옵니다."

 

"음 .....,"

 

 "지금 진나라에서 믿을 만한 장수라고는 오직 장한 한 사람만이 있을 뿐이옵니다.

그러므로 장한만 우리 편으로 끌어 오면,

진나라는 비어 있는 나라나 다름이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함양을 함락시키기는 식은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 될 것이 아니옵니까 ?"

 

"음 ....,"

 항우는 아직도 장한에 대한 감정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서,

 코대답만 하고 있엇다.

 그러자 범증이 다시 음성을 높여 말한다.

 

"만약 우리가 장한의 항복을 받아 주지 않으면,

장한은 다른 나라로 달려가 우리에게 결사적으로 덤벼오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진나라를 정복하기도 어려우려니와

또 하나의 새로운 적과 싸워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음 ....,"

 항우는 계속 설익은 대답만 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범증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한다.

 

 "장한이 진희를 시켜 우리에게 항복을 자원해 온 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기회입니다.

 

옛글에 <하늘이 베풀어 주시는 것을 받지 않으면(天與不取: 천여불취),

오히려 앙화를 입게 된다

 

(反受其咎: 반수기구) 는 말씀이 있사오니,

장군께서는 구원(舊怨)을 깨끗이 잊어버리시고,

장한의 항복을 흔쾌히 받아들이시는 대인(大人)의 금도(襟度)를 보여 주시옵소서.

국가의 대계(大計)는 사람을 잘 쓰는 데 있는 것이옵니다.

 계부의 원수를 갚는 것은 지극히 사사로운 일이옵고,

좋은 장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천하의 공사(公事) 이옵니다.

사사로운 일로써 천하의 공사를 그르치지 않토록 하시옵소서.

 

 범증이 이같이 설득하자,

항우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는 듯이 얼굴을 번쩍 들며 결연히 말한다.

 

"군사의 말씀을 고맙게 들었소이다.

 그러면 장한의 사자(使者)를 이리로 불러오시오."

 항우는 진희를 불러들여 웃음조차 지어 보이며 말했다.

 

 "범증 군사의 권고에 따라 장한 장군의 항복을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니,

 귀공은 함곡관으로 돌아가 장한 장군에게 칙사의 목을 베어 가지고 오도록 하시오."

 진희가 크게 기뻐하며 함곡관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하니,

장한은 불안스럽게 말한다.

 

 "범증은 천하에 무서운 도사(道士)요,

그가 사술(詐術)로써 나를 꾀어다가 잡아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오 ?"

 

"그 점이 의심스러우시다면,

제가 항우를 다시 찾아가 다짐을 단단히 받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진희가 항우를 다시 찾아와,

 "장군께서는 설마 ,

장한을 속임수로 잡아다가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고 물어 보니,

 항우는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대장부 일언은 태산보다도 무거운 법이오.

 내가 장한 장군을 죽이려고 한다면 어찌 이같은 잔꾀를 쓰겠소.

그 점이 의심스럽다면 내가 증표(證標)를 주리다."

 

항우는 화살 한 대를 부러뜨려,

한개는 진희에게 주고 다른 한 개는 자기가 간직하면서 말한다.

 

"이 증표를 가지고 가서,

나를 믿고 안심하고 오게 하시오."

 

 진희가 함곡관으로 돌아와 그 증표를 장한에게 전하니 장한은 크게 기뻐하면서,

 옥에 갇혀 있던 칙사 조상을 끌어 내어 즉시로 목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모든 장수들과 함께 자기가 거느리고 있던 10만 대군을 이끌고 함곡관을 나와,

항우가 주둔하고 있는 장남에서 30리쯤 떨어진 곳에 진을 펼쳤다.

 

 그리고 수십 명의 장수들과 함께 백기를 높이 들고,

소금에 절인 칙사 조상의 머리를 가지고 항우의 진지로 찾아오니,

항우는 범증을 비롯하여 많은 장수들을 거느리고

원문(轅門)까지 몸소 영접을 나와 주는 것이었다.

 장한은 땅에 엎드려 울면서 항우에게 고한다.

 

 "소장은 장군의 계부를 살해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장군께서 소장을 이처럼 정중하게 맞아 주시니,

감격스러운 말씀 다할 길이 없사옵니다.

차후에는 신명을 다해 장군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항우는 장한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기꺼이 말한다.

 

 "장군이 우리에게 투항해 왔으니, 이제는 우리와 운명을 같이할 동지가 된 것이오.

 어제의 적이 오늘에는 생사 고락을 같이할 심우(心友)가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오.

나는 장군을 철썩같이 믿으니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라오.

우리가 후일에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면 장군의 공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 .....,"

 장한은 너무도 감격스러워 아무런 말도 못하고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실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착잡하기 짝이 없는 ,

장한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계속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