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초한지(楚漢誌)《장량과 한신의 만남 》

오토산 2020. 5. 11. 09:13

초한지(楚漢誌)71

 장량과 한신의 만남.

 

 장량은 한신을 먼빛으로 바라본 그날부터, 유방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한신을 데려가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한신을 은밀하게 만나 보기 위해, 그의 숙소를 비밀리에 알아 보았다.

 

그러나 한신을 만나러 가려면 무슨 구실이 있어야 할 텐데,

 적당한 구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며칠 동안 아무 볼일도 없이 구실거리를 찾아,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떤 사람이 길가에

검(劍) 한 자루를 내놓고 팔려고 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장량은 무심코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장량이 깜짝 놀란 이유는 , 장사꾼이 팔려고 내어 놓은 검은

 <청학보검(靑鶴寶劍)> 이라는 명(銘)이 새겨져 있는

,오래전에 진시황이 차고 다니던 명검(名劍)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검은 팔 것이오 ?"

 

 "그렇소.

 이 검은 진시황이 차고 다니던 명검이오.

싸게 드릴 테니 사 가시오."

 

장량은 한신을 찾아갈 좋은 구실이 생겼다 싶어서, 즉석에서 그 검을 사 버렸다.

 그리고 그 검을 가슴에 품고, 그날 밤으로 한신을 찾아갔다.

 한신의 숙소는 부대 안에 있었다.

장량은 진문(陳門)을 지키는 경계병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 장군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온 사람이오.

한 장군에게 고향 친구가 찾아 왔다고 전해 주시오."

 

한신은 경계병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

 의아스럽게 고개를 기울였다.

 

 (고향에서는 나의 집이 가난하여 친구가 한 사람도 없었는데,

웬 고향친구가 찾아왔단 말인가... ?)

 

한신은 만나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 장량은 섬돌 아래까지 다가와 한신에게 고개를 수그려 보인다.

 한신은 적이 놀라며 찾아온 사람을 달빛에 바라보니,

<고향 친구>란 사람은 첫눈에 보아도 인품이 매우 고상해 보였다.

 

 그러므로 한신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서 올라오시지요.

어디서 오신 누구시라고 하셨지요 ?"하고

방으로 모셔 올리며 정중하게 물었다.

 

 

장량은 방으로 들어와 예의를 갖춘후 조용히 말했다.

 "나는 장군과 고향은 같지만 어려서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장군은 나를 모르실 것이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

 장량은 가슴에 품고 온 보검을 한신에게 꺼내 보이며 말했다.

 

"사실은, 나는 이 검을 장군에게 팔고 싶어서 오늘 아침에도 찾아왔었지요.

그러나 그때에는 장군께서 외출중이어서, 이렇게 밤중에 다시 찾아온 것이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그 검은 어떤 검인지 모르나,

꼭 나한테 팔아야 할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

 

"있지요.

있구말구요."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내가 장군을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리지요.

우리 집안에는 조상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세 자루의 보검이 있었지요.

그 검은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꼭 영웅 호걸한테만 팔라는 조상의 유언이 계셨는데

 두 자루는 이미 팔아버렸고 한 자루만 남았기에,

나는고향이 같은 장군에게 팔려고 찾아온 것이오.

이 검을 가지게 되면 장군은 그 위세를 천하에 떨칠 수 있을 것이니,

이 검을 꼭 사주기 바라오."

 

 한신은 본시부터 좋은 검을 사랑할 뿐 아니라 검에 대한 지식도 매우 높았다.

 그러기에 등불을 밝혀 놓고, 문제의 검을 이모저모로 신중히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기도 모르게,

 "아아, 이것이야말로 천하에 둘이 있을 수 없는 명검이로구나 ! "

 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검신(劍身)에서 발산되는 예리한 보기(寶氣)는

선(善)을 추앙하듯 따듯해 보이기도 하고,

 악(惡)을 응징하듯 서릿발같이 싸늘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한신은 그 검을 갖고 싶은 욕심이 불같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이만한 명검이면 값이 엄청날 것 같은데 한신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서,

 

"두 자루의 검은 이미 파셨다고 했는데,

 값은 얼마나 받으셨소이까 ?"

 하고 값을 간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장량이 대답한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검은 사람을 보아서 팔려는 것이지,

값을 많이 준다고 아무에게나 팔려는 것은 아니오.

참다운 주인이 나타났다고 생각되면 한푼도 받지 않고 그냥 드릴 수도 있는 일이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은

이 검을 가질 자격조차 없는 사람인 것 같소이다."

 

 "천만의 말씀 ! 

 나는 장군이 천하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오.

장군을 직접 만나 보니, 과연 장군이야말로 이 검의 주인이 될 분이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다시 묻는다.

 

 

"이만한 명검이라면 반드시 이름이 있을 터인데,

 이름을 뭐라고 하오 ?"

 

"이름이 있구 말고요.

 세 자루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요.

한 자루는 <천자검(天子劒)>이라 하고, 한 자루는 <재상검(宰相劒)>이라 하고,

이 검의 이름은 <원술검(元戌劒)>이라고 하지요."

 

 "검의 이름이 다르다면, 검의 질(質)도 다를 것이 아니오 ?

 세 자루의 검은 어떻게 다릅니까 ?"

 

"그야 물론 다르지요.

<천자검>은 검신이 하얀데다가 자색 광채(紫色光彩)가 감돌아서,

천자의 팔덕(八德)을 갖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검이오."

 

 "천자의 팔덕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

 

"인품이 인효 총명(仁孝聰明)하고

경강 검학(敬剛劒學)한 것을 말하는 것이오."

 

"<재상검>에도 그 나름대로 덕은 있어야 할 게 아니오 ?"

 

 "물론이지요.

그러나 재상검의 덕은 충직 명변(忠直明辯)하고

 서용 관후(恕容寬厚)하면 되는 것이오."

 

그러자 한신은 눈앞의 검을 가리키면서,

 "이 검의 덕은 어떤 것이오 ?"하고 물었다.

 

 장량이 다시 대답한다.

 "원술검의 덕은 염과(廉果 :청렴), 지신(智信:지혜),인용(仁勇: 용기),

엄명(嚴命:결단)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한신은 그 말을 듣고 <원술검>에 더욱 애착을 느꼈다.

 "<천자검>과 <재상검>은 이미 팔아 버리셨다고 하셨는데,

그 검은 어떤 분에게 파셨소 ?"

 

"천자검은 지금 파촉에 가 계신 유패공에게 팔았고,

 재상검은 지금 한왕을 보필하고 있는 소하(簫何) 대인에게 팔았지요."

 

 "천자검을 한왕에게 파셨다면,

 유패공이라는 분은 그렇게도 덕이 높으신 분이오 ?"

 

"아무렴요.

 한왕은 성품도 관인 대도(寬仁大度)하려니와,

 관상학상으로도 천자의 기상을 타고나신 어른이시오.

 장군께서도 유패공의 성품을 들어, 익히 아시겠으나 ,

 내 어찌 <천자검>을 그런 분에게 팔지 않을 수가 있었겠소."

 

 "재상검을 샀다는 소하 대인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오 ?"

 

"소하 대인으로 말하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인의(仁義)만으로도 세상을 다스릴 능력을 갖추고 계신 분이오.

유패공의 장군 시절에 <약법삼장>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다스려 나가게 한 것도

 그분의 발상(發想)이었으니, 어찌 재상의 대재(大才)라고 아니 할 수 있겠소."

 한신은 장량의 말을 듣고 나서, 웃으면서 말한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

선생은 천자검과 재상검만은 주인을 옳게 골라 파셨소이다.

그러나 <원술검>을 나에게 팔려고 하시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오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름없는 무사(武士)일 뿐이지,

대장의 덕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오.

그러한 내가 어찌 이런 보검을 지닐 수 있겠소."

 

 한신으로서는 솔직한고백이었다. 일개의 집극랑(요즘으로치면,

 중대장)에 불과한 자기가 어찌 감히 <원술검>같은 보검을

 지닐 수 있겠느냐는 겸손이었다.

 

그러나 장량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한신은 장량에게 다시 말한다.

 

"나는 항왕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지 3년이 넘도록 아직도 말장(末將)에 불과하오,

그러한 내가 어찌 이런 보검의 주인이 될 수 있겠느냐 말이오 ?"

 그러자 장량이 정색을 하고 말한다.

 

"내가 본 바로는 장군은 손자(孫子)나 오자(吳子)보다도 더 원대한 포부를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다만 주인을 잘못 만났기 때문에 헛되이 썩어나고 있는 중이오.

 천리마(千里馬)도 주인을 만나지못하면 망아지와 다름없는 취급을 받게 되는 법인데,

지금의 장군이 바로 그런 처지에 있는중이오.

 내가 보기에 장군은 주인을 잘만 만나면,

풍운 조화를 일으키고 명성을 천하에 떨쳐서,

인신(人臣)으로서 영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분이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처럼 무명 말장(無名末將)으로

허송 세월을 보내고 계시느냐 말이오."

 

 한신은 장량의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장탄식을 하면서 자신의 울분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나는 답답했던 가슴이 별안간 탁 트이는 것만 같소이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나는 항우 장군을 섬기기 시작하면서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소.

 그리고 도읍을 옮기는 문제만 하더라도,

나는 함양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간했건만,

항왕은 기어코 팽성으로 옮겨 가기로 결정을 내렸소.

그 한 가지만 보아도 항왕의 장래의 운명이 뻔하기에,

나는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지어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오."

 

 장량은 <그게 무슨 소리냐 !>는 듯 손을 힘차게 내저으며

 한신을 다시 설득한다.

 

"장군 같은 대기(大器)가 무슨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시오.

옛날부터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이고,

어진 신하는 주인을 택해 섬긴다>고 하였소.

 장군 같은 대재(大才)가 고향에 돌아가 일생을 농사꾼으로

종신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씀이오."

 그러나 한신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장량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의 말씀은 모두가 명담이시오.

내 오늘 선생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

10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뚫리는 것만 같구려.

선생은 검을 팔기 위해서 나를 찾아오셨노라고 하지만,

혹시 다른 뜻이 있어서 나를 찾아 오신 것은 아니오 ?"

 

"......"

 

장량은 아무 대답도 않고 웃기만 하였다.

 그러자 한신은 장량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불현듯 얼굴에 환희의 빛을 띠며 단도 직입적으로 이렇게 묻는다.

 

 "나는 아까부터 선생을 보통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혹시 선생은 한(韓)나라의 재상으로 계시던 장자방(張子房) 선생이 아니십니까 ?"

 

장량은 자신의 정체를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 그리하여 웃으면서 대답한다.

 

"장군께서 나의 이름을 물으시니 솔직히 말씀하지요.

나는 한나라의 장자방이 분명하오."

 

 한신은 그 소리를 듣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장량에게 큰절을 올린다.

 

"선생은 손자나 오자보다도 휼륭하신 병학가(兵學家)라고 들었사옵는데,

미처 알아뵙지 못한 것을 용서하소서."

 

장량은 한신이 손을 끌어당겨 자리에 일으켜 앉히며,

 "무슨 말씀을 ......,

나 역시 장군의 고명(高名)을 진작부터 사모해 오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뵈니 기쁘기 한량없소이다.'

 

"선생께서는 무슨 과분한 말씀을 ....,

 선생 같으신 어른이 무슨 일로 보잘것없는 저를 직접 찾아주셨습니까 ?"

 

 "내 이제 장군에게 무엇을 숨기겠소.

장군은 여기서 보람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을 게 아니라,

나와 함께 한왕에게 귀의하여 새로운 천하를 도모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실상인즉, 내가 장군을 찾아온 것은 그 때문이오."

 

 "선생께서 쓸모없는 저를 거두어 주신다면, 제가 어찌 사양을 하오리까.

그렇잖아도 저는 진작부터 마음속으로 유패공을 사모해 오고 있었습니다.

선생께서 소개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오늘이라도 파촉으로 한왕을 찾아가기로 하겠습니다."

 

 한신은 항우를 버리고 유방을 섬길 결심을 즉석에서 표명하였다.

 장량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장군이 나와 뜻을 같이 해주시겠다니, 나는 백만 대군을 얻음과 같이 기쁘오이다.

 우선 이 <원술검>을 정표로 드릴 테니 신물(信物)로 받아 주시오."

 하고 원술검을 한신에게 건네 주었다.

 

 한신은 감격해 마지않으며,

 "이 보검을, 한왕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뜻으로 알고 경건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선생의 뜻을 받들어 한왕에게 충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턱대고 한왕을 찾아가면,

한왕께서 저를 쉽게 받아 주실 것 같지 않은데,

그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하고 묻는다.

 

 한신은 본시 머리가 비상한 사람인지라,

 이미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량은 품에서 <증표>를 꺼내주면서 말한다.

 

"이 증표를 가지고 포증으로 가서, 소하 재상을 만나 보시오.

이 증표를 내보이면, 소하 재상은 장군을 한왕에게 소개할 것이고,

그러면 한왕께서는 장군을 중용하실 것이오."

 

 "고맙습니다.

그러면 선생은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시옵니까 ?"

 

"나는 다른 볼일이 남아 있어서 파촉까지 가지는 못하겠소이다."

 장량은 한신과 굳은 언약을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장군은 언제쯤 파촉으로 떠나시려오 ?"

 하고 물었다.

 

 한신은 결연히 대답한다.

 "이미 저의 태도를 결정한 이상,아무도 모르게

내일 새벽에 파촉으로 떠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소이다.

그러면 후일에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장량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말한다.

 

"참, 내가 파촉으로 가다가 돌아나올 때에

금우령의 모든 잔도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에 그 길로 가셔서는 안 될 것이오."

 

 "그렇지 않아도 파촉에 이르는 잔도가

모두 불타버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파촉에 이르는 방법은 따로 있소이다."

 장량은 품속에서 커다란 지도(地圖) 한 장을 꺼내어,

한신에게 보여 주면서 설명하였다.

 

 "이 지도를 참고하면서 계두산(鷄頭山)을 거쳐

양각산(兩脚山)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오.

거기서 산을 또하나 넘어가면 진창(陳倉)이라는 곳이 나오지요.

 진창에서부터는 포증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이오."

 

 "이 길 말고, 좀더 편한 길을 없겠습니까 ?"

 

"이 길은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길이오

.이 길로 가면 고생스럽기는 해도, 거리가 2백여 리나 가까울 것이오.

 장군께서 후일에 군사를 몰고 나올 때에도 이 길을 택해야 하오."

 한신은 장량의 풍부한 지식에 새삼 놀라워하며,

 

"선생께서는 언제나 파촉으로 들어가실 생각이십니까 ?"

 하고 물어 보았다.

 장량이 대답했다.

 

"나는 여기서 할 일이 많아 파촉에는 못 들어가겠소이다.

그러나 연락만은 끊임없이 취하겠소이다."

 

"여기서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으십니까 ?"

 그러자 장량이 웃으면서 설명한다.

 

"내 이제 장군에게 무엇을 숨기겠소.

나는 이제부터 제후(諸侯)들을 찾아다니며,

항우에게 등을 돌리고 한왕에게 귀의하도록 유세 공작(誘說工作)도 펴야 하겠고,

  항우가 팽성으로 빨리 천도하도록 유도 작전(誘導作戰)도 써야 하오.

 나는 여기서 그런 공작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을 테니,

장군은 파촉으로 들어가거든 군사들을 열심히 키워,

천하를 도모할 태세를 견고하게 갖추고 계시오.

밖에서는 내가 활약하고, 안에서는 장군이 군사를 키워 놓기만 하면,

우리들은 한왕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천하를 통일할 수가 있을 것이오."

 

 한신은 말만 들어도 신바람이 나도록 기뻤다.

대장부의 웅지(雄志)를 이제야 마음껏 펴보게 되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한신은 고향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항우의 그늘을 떠나, 

 멀고먼 파촉으로 유방을 찾아나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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