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스님과 마나님

오토산 2020. 12. 23. 16:23

? 고전해학<스님과 마님> ?  


박문수가 어느날 산길을 가고 있었는데

저 앞에 사대부집 마나님이 몸종도 없이 홀로 걸어 가고 있었고 

조금 뒤떨어진 거리에서 스님 한사람이 길을 가고 있었다ㆍ

 

얼마쯤 가다보니까 저만큼  잔디밭 위에서

마나님과 오십세  가량 되어 보이는 스님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ㆍ
무슨일인가 하여 나무 뒤에 숨어서 조용히 하회를 기다려 보았다ㆍ
그런데 그때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ㆍ

"아무도 보는사람이 없는 이 산중에서 한번쯤 통정을 함이  어떨런지요?"라고

해괴한   요구를 하는것이  아닌가ㆍ

 

그러자 마나님은 당당한 위엄을 보이며 스님을 꾸짖는데..
"석존의 십계(十戒)중에   불사음계(不邪淫戒)라는 대목이 뚜렷하게 나와 있거늘 

대사께서는 어찌하여 일시적인  사념(邪念)으로  파계(破戒)를 하려고 하시나이까?"

 

"만물(萬物)은 인연의 소생이라고 하오.

우리가 깊은 산중에서 단둘이 만난 것은  전생(前生)부터의 인연일 것이오.

그대는 전생의 인연을 부디 거절 마시고 나의 부탁을 들어주시오."

"대사는 무슨 당치도 않는 말씀을 하고 계시오ㆍ
반야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이오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말씀도 있사온데ㆍ
눈에보이는 만물은 허깨비에 불과 하단 말씀도 모르시오?''
말로서는 도저히 이길수  없게되자 스님은 엉뚱한 제안을 하게 된다ㆍ

 

"내가 이제부터 1.2.3.4.5.6.7. 8.9 .10.의 순서대로 그대에게  요구 할것이니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꼭같이 응대를 해야만 하오.

만약 그렇지 못할시에는 내가 당신을 범하도록 하겠소."

 

중놈의 요구가 부당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ㆍ
박문수는  지켜보다가 정말로

중놈이 마나님을 범할려고 하면 그때 나서리라 

생각 하고 있었다ㆍ

 

그러자  마나님은

"좋소이다.
그러면  대사가 시작 해보시오
내가 대(對)를  하겠소이다.''
지켜보는 박문수는 가슴이 철렁하였다ㆍ

신이난 중놈은 이제 되었다 싶은지

크게 기뻐하며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씨부려 대는  것이었다ㆍ

 

일,  일룡사(一龍寺)에  있는 중이
이, 이룡사 (二龍寺) 가는길에
삼,  삼로(三路)  거리에서
사,  사대부인을 만났으니
오, 오음이 불통하여
육, 육효로 점을치니
칠, 칠괘도 좋다마는
팔, 팔괘는 더욱 좋다ㆍ
구,  구부려라
십, 십좀하자ㆍ

 

중놈의  아가리에서 나온말치고 해괴한 음담 패설 이었다.
박문수는 마나님이 걱정되었다
중놈은 기고만장 하여 저 여인을 곧 품에 안을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였다ㆍ

 

그러나 바로 그순간 마나님은

자세를 똑바로 하여 중놈을 쏘아보며 벼락같은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ㆍ

 

"이 천하에  잡놈아!

내가 다시 한번 훈계를 내릴 테니 중놈은 내말을 똑똑히  듣거라."

 

일, 일편단심 (一片丹心) 이내마음
이, 이심(二心)이 있을소냐?
삼,'삼강이 뚜렷하고
사, 사리가 분명커늘
오,오할할 이 잡놈아
육, 육환장 짚고 서서
칠, 칠가사 둘러매고
팔, 팔도를 편답하며
구, 구하는게
십, 십이더냐?

 

마나님의 호통은 추상같이 준엄 하였다ㆍ
마나님은 지금까지 "대사님" "대사님"하고 존경을 해왔는데 

이제는 중놈의 소행이 괘씸하여 "잡놈"이라고 호령하니

그 위세가 얼마나 당당하고 무서웠던지 중놈은 혼비 백산 하여

"예끼, 천하에 무서운  계집이로구나!"하고 

그대로 줄행랑 치는것이었다ㆍ

 

중놈이 도망가버리자

마나님은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산길을 다시 조용히 걸어 갔다 ㆍ
참으로 존경할만한 부인이기에 

박문수는 먼빛으로나마 몇번이고 머리숙여  탄복을 했다ㆍ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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