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반금련,춘매 환생 하다.

오토산 2021. 1. 21. 21:17

금옥몽(속 금병매) <26>
반금련은 여지휘의 고명딸로,춘매는 공천호의 고명딸로 환생 하다.

송 나라 휘종 황제 정화(政和) 이년 정월 십오 일 원소절(元宵节)이었다.
허공에 높이 걸린 외 줄위에서 대나무 장대 하나로 줄을 타는 광대들,

수백명이 질서 정연하게 대오를 형성 북과 장고 피리와 꽹가리 나발을 불면서 시가지를 돌며

흥을 돋우는 취타대, 팔에는 울긋불긋 튀어나온 힘줄을 자랑하는 장정들이

두패로 나누어 벌이는 줄다리기 시합,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에서는 뱃머리를 용(龙)으로 장식한

날랜 함선들이 벌리는 경기인 용선회(龙船会),

거리를 장식한 각종 모양의 연등,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터지는 아름다운 불꽃놀이 등 을

보고 즐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떼거지로 쏘다닌다.

단영(团营)에 사는 여지휘(黎指挥) 공천호(孔千户) 이단련(李团練) 장도통(张都统)

주도감(朱都监)등은 관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 입은 무관 패거리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은 각기 은자 오십냥 씩을 갹출하여 원소절을 진탕만탕 즐기로 나온 것이다.

 

"오늘밤에는 좀 비싸기는 하지만

개봉에서 예쁜 기녀들이 다모여있다는 풍악루(豊乐楼)로 가보세, 어흠!"

 

거리를 구경하다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오색등불이 거리를 밝히기 시작하자

개봉에서 제일 고급 요리집으로 기생 사냥을 나선것이다.

화려한 오색 주렴이 늘어진 풍악루 대문을 들어서니 천정이 횡하게 높은 대청이 나온다,

대백자(大伯子)라 불리우는 기루에서 일하는 소동(小童)이 뛰어 나와 일행을 안으로 안내하는데,

형형색색의 등불이 사방에 걸린 화려한 복도를 한참을 걸어들어간다.

"어머!

나리님들 오시었수?"

 

" 아유,

나는 저기 코 큰 오라버니가 제일 맘에 드네,

저분은 내가 점 찍었다 눈독 드리지 마라,

얘들아!"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그 기다란 복도 양쪽편에

짙은 화장을 한 수백명의 기녀들이 난간에 기대어서 눈을 찡굿하며 깔깔대고 조잘 거리고 있다.
모두가 보기드문 절세의 미녀이며 농염함이 여인들의 교태에 묻어 있다.
그들은 넑직한 방 한칸에 자리를 잡고서는 각자 미기(美妓)한명씩을 옆에 끼고

산해진미와 음담패설을 안주삼아 삼경이 넘도록 함께 퍼 마셨다,

새벽이되자 각 미기를 데리고 청사초롱불 은은한 밀실로 흩어졌다.

한편 그들의 마누라 들도 남편들이 친하게 어울리다 보니,

여편네들도 계를 조직하여 허구 헌날 떼를 지어 이곳 저곳을 몰려 다녔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돈이 많고 나이가 어린 여지휘와 공천호의 마누라 들이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어울렸다.

오래전부터 그들은 원소절이 되면 개봉성 북쪽에 있는

태산낭낭묘(太山娘娘庙)를 찾아가 등도 달고 향도 올리자고 약속을 하였었다.

황명을 받들어 지었다는 낭낭묘의 웅장한 대전(大殿)과 끝이 보이지 않게 뻗은

낭방(廊房)들 수백개의 건물들은 그 규모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한없이 길게 뻗은 추녀에는 천태만상의 수천 수만개의 등(灯)이 영롱한 빛을 내며

화려하게 쭉 걸려있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그리고 원소절의 가장 큰 볼거리인 관등회를 즐기고자

엄청난 인파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 오고 있었다.

낭낭묘에는 태상노군(太上老君) 노자(老子)를 비롯한 도교의 신선들을 모시고 있으며

신농씨(神农氏), 복희씨(伏羲氏), 황제씨(黄帝氏)의 삼황(三皇)과

소호(少昊), 전욱(覬頊),제곡(帝喾), 요(堯), 순(舜)의 오제(五帝)가 모셔져 있고

석가모니 부처도 대각신선(大觉神仙)이란 이름으로 모셔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이 태산낭낭묘인 만큼 오악대제(五岳大帝)인

동악태산천제인성대제(东岳太山天齐仁圣大帝)와 그의 부인인 태산낭낭을

가장 크게 모시고 있는 곳이긴 했지만 등만 달고,

여지휘와 공천호가 특별히 진향을 드린 신선은

임신과 출산을 관장한다는 여신 주생낭낭(诸生娘娘)이었다.
나이 삽십이 넘도록 아직 아이가 없었던 두 여인은

최근에야 비로소 태기(胎气)가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진향을 마친 두 여인과 일행은

낭낭묘에 걸린 형형색색의 등불이 은은하게 비쳐오는 강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자리를 펼쳤다.
하인들이 가져 온 음식을 꺼내놓자 제법 풍성한 차림이 되었다.
술이 몇 순배 돌고나자 기분이 좋아진 끼가 많은 여지휘의 마누라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곡조 뽑는다

"간밤에 님을 처음 뵈었을때 그리도 곱게 빚은 내 머리가,
아침에 님의 얼굴 다시 볼땐 벗겨진 두 어께에 걸려있네

백옥같이 매끈한 이 내 몸을 님의 무릎 베개하고 누워보리,
아침 햇살 비추는 이 내 몸에 님 마다 입을 벌려 찬탄하네."

남조시대(南朝时代)부터 전해 내려오는"오가(五歌) "자야가(子夜歌)"라는 민가였건만,

빠알갛게 홍조를 띤 여지휘의 마누라가 감미롭게 부르니

더욱 선정적이고 색정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났다.

"호호,

듣기만 해도 몸이 꼬이고 님 생각이 나네!"

주도감의 마누라가 몸을 비비꼬면서 말하자,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장도통의 마누라가 퉁명스레 핀잔을 준다.

"아휴,! 아직 젊다고 몸매는 자신 있다 이거지?.
흐흥! 그래봤자 이제 머지 않았어,

애 낳으면 금방 배가 쭈굴 망탱이 될걸."

"참 , 그래요! 언니들.
우리 아이 낳으면 서로 사돈 맺는게 어때요?"
공천호의 마누라가 느닷없이 좋은 생각을 해냈다는 듯 손뼉을 치며 제안을 했다.

"그래, 참! 그것도 좋겠다,

왜 여지껏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여지휘의 아내가 반색을 하며 좋아 한다.

"그럼 내가 중매장이가 되어야겠네, 비단 옷 한벌이라도 얻어입게.
나중에 딴 소리하면 내가 가만 안 놔 둘 꺼야?
먼저 언약의 증표로 각자 소매를 베어 나에게 맡기라구,

두 여인은 군말없이 옷소매 한치씩을 잘라 장도통의 마누라에게 건내 주었다.

"으음, 그럼 두 집안의 사돈 맺은 기념으로 내가 축가를 부를께요" 하고

공천호의 아내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비쳐 보내요,
밖에서 옷벗는 님이 부르는 소리,
웬일인지 부끄러워 장막을 다시 두르며
'아이, 참.화장이 지워 졌어요'
공연히 핑계를 대어 봅니다."
양(梁)나라 간문제(简文帝)가 지은 노래 였다.

"호호호,

처음이었던 모양이지?"

" 호호,

자네 노래 가사 하고는 딴판이지?"

모두들 깔깔대며 웃는다.
다음에는 이단련의 아내가 고쟁(古筝)을 탔다.
고쟁을 타는 동안 술이취한 주도감의 마누라는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쳤다.
밤 늦게까지 술자리는 이어졌다.

팔월이 되어, 여지휘의 아내가 먼저 계집아이를 낳았다.
이름을 '금계(金桂)라고 지었다.
두달여가 지난 시월 하순에 공천호의 아내도 해산을 했는데
사돈 맺은 보람도 없이 또 계집아이를 낳았다.
매옥(梅玉)이라고 이름 지었다.

장도통의 처는 두 사람에게 매파의 비단 옷 한벌만 날아 갔다고 아쉬워 했다.
집안간 사돈은 못 맺었지만 두 아이를 결의 형제를 맺어

친자매같이 지내자 집안 간에는 더 가깝게 지냈다.
서로 아이도 바꾸어 안아주고 친자식 같이 대해주니

양쪽집 어디가나 아빠 엄마를 자연 스럽게 불렀다.

 

여덟살이 되던 해에 두 아이들은 같은 날,

금계는 유지휘의 아들과 매옥은 왕천호의 아들과 정혼을 미리 맺었다.
그러나 시집갈 날은 아직도 까마득한 지라 친자매 이상으로 함께 붙어 다니며

목욕도 같이 하고 잠도 같이 자는등 결혼 후에는

각자 자기 서방과 떨어져야 살아야 하니 더 친하게 지냈다.

금계와 매옥은 소녀티가 나면서 부터 점점 더 예뻐지고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애교를 어떻게나 피는지 양가 부모들은 하루만 안보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음양의 조하가 있듯이 즐거움이 극에 달하더니 슬픔이 찾아왔다.
근심 걱정없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그들을 산신이 시기하였는지 용왕이 시기인지

이별의 아품을 안겨 주었다.

금나라 오랑캐를 수비하고 있던 하북(河北)에서 변방 총책임관 동관(童贯)이

전선에서 밀리자 말 잘타고 활 잘쏘는 무관들을 충원해 달라는 상소가 올렸던 것이다.
황제의 어명에 의하여, 여지휘는 회주(懷州)로 , 공천호는 진정(真定)으로 발령이 났던 것이다.
아무리 헤어지기 싫어도 할 수없이 집안의 가솔들과 무예에 능한 병졸들을 데리고 개봉을떠나야 했다.
떠나든 날 금계와 매옥은 꼬옥 껴안고 한없이 눈 물을 흘렸다.

 

근무지가 서로 수천만리 떨어져 있으며 변방이니 장수들은 함부로 변방을 떠날 수도 없었다.
이제는 앞으로 다시 만난다는 기약이 없었다.
주위 이웃들도 두 집안의 헤어짐에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전송하였다.

"휴우!

이 녀석들은 필히 전생에 무슨 곡절이 있는게 틀림없어 어쩌면 저렇게까지 슬퍼 할까?"

모두가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
먼 훗날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잔잔한 봄날 호수의 물결,
물 위에 떠 있는 한쌍의 원앙.
모래 위에 집 짓고 더정히 지내다가,
어느 가을날 뿔뿔이 동서(东西)로 날아가네."

인과란 모두 인간들이 뿌린 인연의 결과이니.
죽고 다시 살아나도 끊어지지 않는구나,

전생에서 한 서방과 같은 침대에서 셋이 뒤엉켜 욕정의 오만 잡짓을 다 하더니

이승에서 마져도 앞뒷집에 태어나 한 가족이나 다르지 않게 그리도 다정하게 지내더니

이런 운명의 덪에 걸리고 마는구나.

한편, 이승으로 환생한 이병아,서문경, 반금련

그리고 춘매의 새로운 삶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여 진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