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25>
심부자네 외동 아들 금가 백일 잔치 같이 평생 호의 호식 할련지...
돈많이 벌라고 이름지은 "금가" 그는 일생동안 땡그랑 동전 한 잎 제대로 벌어보지 못할
거지중에 상거지로 타고난 팔자를 심부자가 알았다면 기절 초풍을 하였을 것이다.
금가 녀석은 커가면서 지 어미를 닮았는지 기골의 장대하고 어깨가 떡벌어진 것이
고추 마져도 다 큰 어른 꼬추마냥 발끈 하고 성을 낼때는 계집들의 침을 질질 흘리게 했다.
그런데 백일이 다되도록 눈을 못 뜨니 심부자는 속으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울음을 터뜨리면 우렁찬 황소 울음소리인데,
꼭 감은 두눈에선 피눈물을 흘리니 꿈에 금 기왓장으로 얼굴을 때릴때 눈이 찔린 것인지
심부자는 자기가 잘못하여 꼭 그런거 같아 안절 부절이다.
가슴이 답답해진 심부자는 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아 보았지만 머리만 갸우뚱 그럴 뿐
처방을 알아 내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더해 속이 탈 지경이다.
" 아이구 영감, 너무 걱정 말아요,
저러다가 좀더 크면 번쩍하고 눈을 뜰거예요 돌까지도 눈못뜬 애들도 많데요! "
마누라가 위로해주니 뭔가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그러려니하고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 이상한 일은. 유난히도 젖을 많이 먹어 데는지라 유모 셋을 붙여 놓았다.
젖을 먹는 건지 안먹는 건지, 심부자는 금가가 유모 젖빠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 봤더니,
젖 먹기 전에 유모의 젖무덤을 슬금슬금 만지작거리다가 슬그머니 젖꼭지에 혓바닥을 갖다데고
쭉쭉 빠는 모습이 배고픈 아이가 허겁지겁 젖을 먹는 모습이 아니라
영락없이 방사에 도를 튼 난봉꾼이 계집을 희롱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지 않아도 기저귀를 갈아 줄 때마다, 어른것 못지 않은 장대한 고추를 보고
얼굴이 붉어지는 유모들이 젖을 줄때마다 그야말로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가난아이가
추근거리며 젖을 빨고 발가락으론 유모의 아랫도리를 발로 툭툭 걷어차니
젖을 먹이는 유모의 마음이 평온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가난애기를 안고 음심에 빠져
머리속을 혼란에 빠뜨리니 어디 하소연 할 때도 없고 버러지 씹은 얼굴로 지내는 것이 었다.
백일이 되었다.
심부자는 생전 처음으로 집에서 거창한 잔치를 열어서 자기를 아는 사람은 모두 손님으로 초대했다.
초대된 손님들은 아이 백일 잔치 보다도 대궐같고 잘 꾸며진
집구경을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초대에 응한 분들이 많았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흥이 점차 고조되어 갈 무렵에 심부자는
백일의 주인공 외동 아들 금가를 안고 나와 자식 자랑을 했다.
손님들이 가만히 애기를 보니 온통 황금으로 치장을 했는데그 꼬락서니가 참으로 가관이었다.
머리에는 장수 수(寿)자가 새겨진 누런 금관을 씌웠고, 팔목에는 부귀영화 라고 새겨진 팔찌를 둘럿고,
빨간색 바탕에 황금줄이 죽죽 쳐 있는 옷 위 가슴팍에는 금 기린 목걸이가,
뒤쪽 등판에는 달 덩이만한 금 거북장식이요,
발 목에는 금 방울이 달린 금 발찌가,신발은 황금 신발로 포장하여 백일 애기의 모습인지
부를 자랑하기 위하여 짐승에게 치장을 한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축하객들은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앞다투어
아기에 다가 가서는 입발린 칭찬을 하는데 자지는 않는데
눈을 뜨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생각나는 모든 미사여구를 쏟아낸다.
" 어, 그녀석 참 잘 생겼네
인물이 준수하니 커서 얼굴값이나 하겠어, 허허. "
"이야! 어쩜 이렇게 기골이 장대할까?
틀림없이 아주 훌륭한 장수가 될꺼야."
"허허, 온 몸에 황금 치장을 하였으니
이나라 제일의 부자가 되겠구나!"
..... 수많은 칭찬이 들렸다.
다른 칭찬에는 시큰둥하던 심부자는
제일의 부자가 된다는 칭찬에는 입이 찢어질 듯이 연신 싱글벙글 이었다.
주위가 시끄러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눈도 뜨지 않고 잠도 안자면
죽은듯이 안겨 있던 금가 녀석이 갑자기 사자후 같은 큰 울음 소리와 함께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려, 입고 있던 황금 치장 옷과 폐물이
피빛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애기를 보고 있던 수백의 하객들은 대경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흐른 피눈물은 대청 마루에 떨어져 피비린내를 풍기고 여기저기 고이기도 했다.
심부자가 난생 처음 벌린 대연회는 웅성되는 하객 소리와 함께
한마디로 개판이 되고 파장 나고 말았다.
기약없이 만났다가 기약없이 헤어지는 우리네 부평초 인생
어지러운 비바람에 정처없이 휘날리는 가녀린 여인의 혼령.
비단 자수 수놓은 베게머리에 다시금 그리운 봄꿈의 잔향
눈보라에 다시 핀 하얀 꽃송이 따스한 햇살 영원히 사라지네.
경국지색의 미녀라도 세월이 가면 추한 노파를 벗어 날 수 없고 ,
여인들의 분 향내가 코끝에 스며 드는 불야성의 화려하고 사치스런 고대광실의 그 모습도,
언젠가는 까악까악하며 까마귀만 처량하게 울어대는 폐허로 변하게 되어 있는 것이세상의 이치 일지다.
아! 슬프도다, 못난 자의 인생이여!
천신만고 어렵사리 고해(苦海)의 굴레를 벗어나나 싶었더니,
인고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못하고 이글대며 날름거리는 지옥의 불길이 나를 오라 손짓을 하는구나.
장주(莊周)는 따스한 봄볕받고 낮잠을 자다가 꽃 사이를 날이드는 나비가 되었구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인간이 꿈 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 속에서 인간이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호라!
파도에 휩쓸려간 부평초가 진짜더냐 엄동설한 눈보라에 느닷없이 피어난 꽃송이가 너의 진짜 모습이더냐?
밥상마다 산해진미 고대광실의 억만 장자이던 어제의 네 모습이 진짜더냐,
끼니마다 거르다가 차가운 밥 한줌 얻어 땟국물이
께제제한 쪽박 동냥 그릇에 넣었다가 허겁지겁 쳐먹는 오늘의 네 모습이 참모습이더냐!
아서라!
지옥이 따로 없고 천당이 따로 없구나!
돌고 도는 세상 만사의 이치가 바로 윤회의 섭리로 구나.
송나라 태조가 개봉성에 이백여년의 태평성대의 기틀을 닦은 이래로,
문무 농상업이 날로 번창하여 모든 백성들이 부(富)와 재물을 쌓아놓고
황제를 칭송하며 살아가니 가는곳 마다 환희의 노랫소리가 끓어 질 날이 없었다.
경성(京城)의 치안담당을 하는 칠십 이명의 무관들의 집단 거주지
단영(团营)의 본연의 임무인 치안에 대한 할 일이 없는 날이면 날마다
편을 갈라 축국을 하여 저녁 주연의 먹거리 내기를 하거나,
무술 수련겸해서 사냥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훌륭한 황제의 통치가 나라의 기틀을 워낙 공고히 해서인지,
권세높고 재력 많은 권문세가가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모든 백성들이 부유해서 도둑 자체가 없어서인지,
어떤 이유이이든 간에 개봉은 태평세월이었다.
해만 떨어지고 나면 낮에 한 내기의 턱을 먹기위해
치안무관들은 떼거리로 기루(妓楼)로 몰려 다녔다.
오늘 저녁은 상심루(赏心楼)의 기생 서파석(徐婆昔) 명기의 비파 소리를 듣기 위하여,
내일 저녁은 봉의노(封宜奴)의 생황과 노래를 듣기 위해 화월루(花月楼)로 몰려 갔다.
무관들의 마누라들도 마찬가지다.
분명 양가집 여인들이 건만,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는 몸을 파는 창부와 영락없이 닮은 모습이다.
머리카락은 두가닥으로 묶어 높게 쪽을 올리고 귀볼에는 구멍을 뚫어
현란한 귀고리를 달고 다니는 기녀들의 유행에 따른 모방을 했다.
눈가에는 보라색 화장을 해서 일 부러 눈이 퀳하게 보이게 하였다.
"지난밤 어느 남정네와 욕정의방사를 치루느라..."
이런 음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였다.
그러니 오늘 밤도 어느 남정네의 유혹의 손길을 기다리는 색녀 같이 또 몰려 나왔다.
발은 쎅시하게 보이기 위해 모두 비단 조각으로 칭칭동여 메어 이른바 전족(缠足)을 했다.
전에는 궁중 안 교방(教坊)의 기녀들에게나 가끔 볼 수 있었던 이 풍습은,
휘종 황제 시절 부터 민간에 급속하게 전파 확산되었다.
단영(团营)의 여인네들이 이를테면 이 전족 풍습을 전파하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후로, 양가집 어린 계집아이들 까지도 서너살이 되면 무조건 전족을하게해
아무리 아프다고 호소해도 결혼전까진 전족을 못 풀게 했다.
전족이라야, 양가집 규수로 혼인 상대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전족 연인네들은 자라지 않은 쬐끄만 발로 뒤뚱뒤뚱 하며 힘들게 걸어 다닌다.
걸음을 걸을 때는 저절로 풍만한 엉덩이가 매혹적으로 좌우로 흔들려 남정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걸으면 자동적인 엉덩이 운동으로 인하여 사타구니 가운데 회음혈(会阴宂)을 중심으로
한 괄약근(括约筋)이 발달되어 남녀가 방사시 전족 여인들은 발달된 조갯살을
자유자재로 늘였다 조였다 하는 바람에 남정네들은 쾌락의 극치에 오를수 있어
혼인상대든 기녀든 방사 상대로는 전족한 여인만 찾았다고 한다.
심지어 방사중 심장이 멈춰 하늘 나라로 가는 복상사(腹上死)가 비일 비제 하였다고 한다.
죽음까지도 감수 하면서 까지도 순간의 쾌락을 위하여 전족 여인을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니
남자들의 가슴 속에는 어떤 능구렁이가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양귀비가 당나라 현종에게 총애를 받은것도 예뿐 얼굴뿐만 아니라 밤의 방중술이 좋아서라고 하니,
양귀비의 전족도 무간치 않으리라, 신혼 첫날 밤,
신랑 신부가 동침하기 전에 함께 마신다는 합환주(合歡酒)를,
꼬린내 나는 여인의 조그만 신발에 마시는 풍습도
다 송나라때 전족한 여인들의 쪼그만 신발 때문에 생긴 풍습이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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