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서문경은 심부자의 아들로 환생하다

오토산 2021. 1. 19. 23:01

금옥몽(속 금병매) <24>
서문경은 심부자의 아들로 환생하다.

돌고 도는 윤회의 섭리,
긴긴 밤을 밝히는 외로운 등불.

밀려왔다 쓸려가는 저 바다의 조수인가,
무덤가에 피고지는 해당화의 눈물인가.

요마(妖魔)는 하늘에서 둥근달을 가려 버리고,
여우는 벌판에서 목놓아 울며 광란의 춤을 춘다.

훌훌 색욕 떨쳐 버리는 그 날에는,
빙긋이 웃으며 삶과 죽음이 하나되리.

삶과 죽음이란 도대체 무었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을 고해의 바다에 묶어 놓았다가?
인과의 섭리를 알고 나며는 삶과 죽음이란 그저 하나인 것을!

덕을 많이 쌓아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

찢어지게 가난하고 옷갖 고생 다하다가 죽을때 마져도 비명횡사 하였다 하여도,

언젠가는 자자손손 후손들이 그 음덕을 입게 될 것이다.

나뿐짖은 골라가며 하고,

재물이란 재물은 사기쳐서 모은 도적놈은 살아 생전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살지 모르나,

필시 래생(来生)에서는 그 업보를 받기 마련이니 삶과 죽음이라는 둥근 큰 길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출발 점은 다를지라도 결국 한 곳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 인간의 인과 응보의 이치다.

공자(孔子)가 윤회의 이치를 언급한적이 없었다 할지라도,

선(善)과 덕(德)을 강조한 것이 바로 같은 얘기다,

 

세상 사람들이여!
이제 그 윤회의 확실한 생활상 을 살펴보고 교훈을 얻을 지어다!

송나라 동경(东京) 개봉의 갑부 심월(沈越)에게도 심각한 고민 거리가 있었다.
억만 금을 창고 속에 쌓아 놓아 봤자 물려줄 자식이 없으니

다 쓸모없는 일이라고 이미 앞에서 이야기 했던 바 있다.

그 넓은 대궐같은 집안에 수십명의 처첩들이 꽃같은 교태를 부리고,

쭉쭉팡팡 하녀 수 백명이 시중을 들고 있지만 씨부치 하아 없다.
자식 욕심이 많은 심부자라, 처첩 하녀 안가리고 밤낮없이 씨를 뿌려 보았건만

육십이 넘도록 자식을 건지지 못한것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완전히 자포자기의 상태가 된 심부자는 기어이 자리에 몸져 눞고 말았다.
하루는 점심 밥상을 들고 온 하녀가 처음 보는 사람이라,

짖굳게 난 너같이 어깨가 딱 벌어지고 허리가 절구통 같고

얼굴이 박색(薄色)인 년은 뽑은적이 없는데 언제 누가 우리집에 보냈는데?
라고 하며 이름을 물었다.

"이예, 난향(兰香)이라 하는 구만요,

애비 대신 빛을 갚으려 왔구만요"

 

못 생신 얼굴답게 뚝배기 깨지는 걸걸한 남정내의 목소리가

한치나 됨직한 두툼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 어허, 그 꼴에 이름은 무슨 난초 향기라고,

오히려 절구통이라 부르는게 낫겠다."

심부자가 면박을 주었지만

, 계집은 무안하거나 부끄러움도 모르는지 히히 웃으며 천덕 스럽게 대답한다.

"히히,

그러지 않아도 남들이 모다 절구통이라 부르는 구먼유." 하면서

주인 어르신 편한대로 부르세요,

저는 상관 없으니까요!

그러는데는 심부자도 할말이 없어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는 너 손발이 그렇게 커다란걸 보니,

지금 삭신이 결리고 아파 죽겠다,

"이리와서 어깨좀 주물러 다오."

" 주물러 달라고요?
그건 저 정말 자신있시유."

하면서 어깨를 주무른데 억센 손아귀에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맨날 가냘픈 계집들의 간드러진 손맛과는 천지 차이였다.
몇번 안 주무렸는데도 어깨가 시원해졌다.

 

그래서 그는 다리를 쭉 펴고 누우면서

몸과 다리도 주물러 달라 부탁하고는 눈을 깜고 누워 있었다.

팔과 등을 주무르던 방향의 억센 손길이 종아리로 옮겨지더니

점차 허벅지로 기어 올라오면서 부터는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안마하던 손길이 허벅지를 더듬자,

은근히 야릇한 쾌감을 느끼던 심부자가 참지 못하고 말았다.

"으음, 시원하고나.

조금 더 시원하게 고이춤을 내리고 주물려주려무나."

"이야, 그러지유."

어떻게 해먹은 년인지,

아랫도리를 벗기고 주물르라는 말에도 서슴지 않고 대답하면서

쑥쑥 심부자의 바지를 벗기고는 안마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은근히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심부자, 일부러 짓궂은 지시를 내려본다.

" 아, 이년아,

거기를 그렇게 억센 손으로는 주무르다간 알이 다 터져 버리고 말겠다.
너도 옷을 벗고, 손말고 다른 걸루 해봐라."

"아이구, 아프셨시유?
히히히, 그럼 딴 걸루 해야겠구만유."

하더니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지는데,

출렁 튀어나온 젖통이 젖소보다 더크고, 뒤룩뒤룩 살이찐 방뎅이는 솥뚜껑 같아, 입맛을 싹 가시게해,

하초가 꼿꼿해 지던 심부자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눈치 코치도 없는 난향이는 주인 속도 모르고 그 커다란 젖퉁이를 심부자 속살을 눌려 대는데,

소리를 질러 쫓아 보내려다 문득 옛 어른들 말에 궁둥이가 큰 계집이 애도 쑥쑥 잘낳는다고,

계집과 암소는 궁둥이 보고 골라야 한다 했었다,

가만있어봐라 얼굴은 박색이지만 몸은 튼튼하니,

어디 밑지는 셈치구 씨를 뿌려봐?
라고 생각하며 난향이 주무르니 몸이 깨운 하다는 핑계를 데고는

삼일 내리 장난삼아 난향이 몸에 육물의 씨를 뿌렸다.

얼씨구, 이것봐라.
서너달이 지나자 난향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입덧도 하는것이 임신이 틀림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계집들에게도 하도 속은 지라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좀 달라 보였다.
심가의 마누라가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보니 애기가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다 한다.
절구통 난향은 졸지에 집안에 경사 났다고 모든 집안 식구들이 신주 단지 모시듯이 하고,

심부자는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심부자네 집은 원상저가 죽었다 살아 날때 까지 걸렸던 비상 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비상이 걸렸다.

해산일이 다가 왔다.
난향이 고추 달린 떡뚜거비 같은 아들 하나만 쑥 낳아주길 고대하는 심부자는,

해산일이 다가 올수록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여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애가 탄 심부자는 애꿎은 처첩들에게 신경질을 버럭버럭 내었다.
견디지 못한 심부자 마누라는 뒷마당 조용한 곳에 정안수를 떠놓고는

첩들과 함께 매일밤 아들낳게 해달라고 정성들여 치성을 드렸다.

어느날 밤이었다.
심부자는 방에 틀어 앉아 돈 모을 궁리에 골똘한데,

난데없이 황금 기왓장을 손에 든 왠 건달 녀석이 서문(西门)으로 쑥 들어서서는 황금기왓장을 자랑했다.
욕심이 난 심부자는 왠 놈인지도 모르지만 다짜고짜 달려들어 뺏으려고 하자,

한참 옥신각신 하다가 기왓장은 뺏었으나,

이놈이 심부자의 불알을 잡고 늘어져고통을 이기지 못해

뺏은 기왓장으로 놈의 머리를 후려치자 놈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진다.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니 꿈이 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불알이 얼얼 한것이 너무나 생생하여 꿈같지 않았다.
이게 무슨 꿈이라 하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하녀가 호들갑스럽게 달려 오면서 심부자를 다급하게 부른다.

"나으리, 나으리!"

"허허. 요망한것!
이 한밤중에 왠 수선이냐?"

"나으리!
난향 아씨가, 낳았어요.
쑥 낳았어요!"

심부자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면서,
뭐! 뭐라고 했느냐?

"낳았다고.

그래, 머드냐?

밋밋한 조개더냐!, 시뻘건 꼬추더냐?"

"꼬, 꼬추여요!

그것도 아주 커다란 꼬추요!"

"그, 그래?
저, 정말이렸다?"

순간, 심부자의 눈에 눈물이 핑 그르 돌면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천하의 지독한 심부자가

눈물을 흘렸다면 개봉 천지에서 믿을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심부자는 느닷없이 마당 우물가로 달려가 정성스레 손을 씻더니,

조상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으로 달려갔다.
먼져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데 그렇게 정성을 드리는 모습은 아마 난생 처음이지 싶었다.

"하늘에 계신, 조상님이시여!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 심월이 한테 후사를 주시니,

모든 것이 조상님의 음덕입니다.
고맙습니다."
절을 마친 심부자는 아직도 믿어지지 않다는듯 걸어 가며 중얼 거린다.

" 아! 그래두 이게 다 이 심월이

평소에 천리(天理)를 거역하지 않고 덕을 쌓은 덕분이지.
암! 그렇구 말구!"

조금 전 사당에서 하늘에 계신 조상님의 음덕이라더니 이젠 자신이 천리에 순응한 것이란다,

소가 들어도 웃을 소리를한다.
나뿐짖은 골라서 하고, 악랄한 짖은 다해 놓고 말이다.

며칠이 지나자 심부자가 득남 했다는 소식이 개봉 전체에 알려졌다.
축하해 준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문전 성시를 이루었다.

 

실은 득남 축하 방문이지만,

심부자와 여러가지 사유로 얽혀있는 자들로 눈도장을 찍으로오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런데 빈손으로 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한달이 지나자 금화 은화가 천냥이 넘었다.
아들 하나 낳아 놓고 가만히 앉아서 돈까지 들어오니 심부자는 좋아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흐흐흐,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더니 그말이 틀린 말은 아닌것 같군,

이 녀석은 애비보다 더 부자가 되겠군. 이름을 지어야 되는데?
그래 꿈속에서 황금 기와를 뺏어 손에 쥐고 있었지

. 그러니 돈을 많이 벌라고 황금 금(金)자를 써서 금가(金哥) 심금가(沈金哥)라 고 부르자!"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