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39>
월랑은 마지막 보물마져 보시를 하고 빈 털터리가 된다.
월랑일행이 준제암(准提庵)에 와서 생활 한지도 그럭저럭 일주일 가량이 지나갔다.
월랑은 설고자가 잘 해주기도 하지만 우선 생활이 안정되고 불심이 깊은 그녀는
매일 부처님 전에 불공을 드리는 것 만으로도 그 간의 마음 고생을 다 잊고
생활하니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설고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설고자는 나름대로 월랑에게 잘 해 주는 이유가 있었다.
천하의 대부호 서문경의 미망인이고 서문대관이 죽은지 사오년이 지났다 해도
아직까지는 금은 보화와 같은 재물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어떻게 해서라도 월랑의 마음을 얻어 많은 보시를 이끌어 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주가 지난 지금에서는 조금 의심이 들기 시작 했다.
월랑의 불심으로 보아 매일 아침 저녁 기도를 하고도 보시 하는걸 보면
그렇게 짠돌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고자는 은근히 조바심에 애가 타서 어떻게든 보시를 이끌어 내야 하기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묘취를 시켜서 월랑의 요사이 재산 상항을 알아 보라고 시켰다.
묘취는 어느날 소옥에게 넌즈시 월랑의 상황을 건접적으로떠보았다.
묘취는 소옥에게 이곳에서 생활 하는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며 친근하게 접근 했다.
소옥은 너무나 환대해조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고마움을 말하고는
마님은 설고자 스님의 인정과 환대에 감격해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묘취는 앞으로도 계속 잘해 드리고 싶지만 암자의 사정이 어렵다며
"요사이는 정말 큰일이네요
폐가가 다된 암자를 증축 수리하느라 전에 드러운 시주도 다 소진 해 버려서,
이제는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며 스승님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불전에 도금(镀金)도 해야 되고,
불상에 진주라도 하나 박아 넣어야지 아침 저녁 불공 드릴때
너무 초라한 부처님 모습에 미안해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겠요?
그래야 새해 원소절(元宵节)에 사람들이 많이 와도 좀 체면이 설텐데 이리 저리 걱정이네,
옆에서 보고 있는 우리가 안스러워하며 누군가 좀 도와 주면 좋을텐데 하며
은근히 마님이 도와주세요 하는 눈치다."
그러자 소옥은 묘취의 속도 모르고
"옛날 같으면 우리 마님이 도와 줄 텐데 지금은 형편이 말이 아니니
내가 말씀 드리기도 그렇고, 참 걱정이네." 하자.
묘취가 깜짝 놀라며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다물었다.
"어머말도 안되!
청하현 최고 부잣집 마나님이라 하단던데."
" 허어!
난리통에 피난갔다 돌아오니 오랑캐가 값 나가는것은 다 가져가고,
도적들이 또 털어가고 집까지 폐허로 만들었어요,
그나마 꼭꼭 숨겨 놓았던 금은 보화와 폐물들도
어제저녁 도적떼 들에게 다 털리고 구사 일생으로 겨우 목숨만 건졌는 걸요 그나마 다행이죠!
서문 대인이 죽고 난 후부터는 내리 막길이예요,
순박하기만 한 마님 팔자도 불쌍해요."
묘취는 소옥이 지나가는 넋두리 모양으로 두서없이 말한 이야기를 설고자에게 그데로 알려 주었다.
설고자는 월랑이 아직도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온갖 성심을 다 하였건만,
듣고보니 거지중에도 상거지 과부에 불과하다 생각하니
이제까지 부자집 상전 마마 대접을 한 자신이 미워졌다.
월랑의 사정이 다 알려진 후부터 공양 내용이 완전히 뒤 바꿔버렸다.
월랑과 설고자가 겸상으로 먹던 식사도 바쁜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오지 않아 소옥과 같이 먹었고,
밥상도 희 멀건 죽에다 콩나물과 무우절임 몇 조각이 전부였다.
항상 월랑을 그림자 처럼 따라다니며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던 설고자는 콧백이 안보이고
불당 예불 중에만 간간이 마주쳤으나 대하는 태도의 냉냉함이 한기를 느끼게 하였다.
월랑은 영문도 모른채 하루 아침에 변한 설고자의 태도를 이해 할수 없었으나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 볼수도 없는 노릇이라
소옥과 묘취의 만나 넋두리 한 내용을 모르는 월랑은
세상 경험이 많은 풍씨 할멈에게 넌즈시 물어 보았다.
왜 갑자기 설스님이 변했는지?
그러자, 풍씨는 순박하기만 한 월랑이 힘든 세상사를 경험 한 일이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그저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버린다.
"마님! 참 답답해요
세상 이치가 받는게 있으면 주는게 있어야 되는데,
받아만 먹고 주지를 않으니 미워하는 것이지요? 하고 말하며,
아침 저녁 예불시 설고자는 마님의 보시하는 것만 눈여겨 보고 있어요.
그런데 청아현 최고 부자 마님이 맨날 평범한 것만 불전에 올리니 태도가 변한 거지요" 하고
말해 버렸다.
풍씨의 이야기를 듣고난 월랑은
아, 그래 그렇지 내 처지도 모른채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았군 그려,
이젠 무언가 비상 수단을 강구 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날이 밝았다는 새벽 공기를 가르는 범종 소리에 잠을 깬 월랑은
새벽 예불에 참가하기 위해 정성스레 몸을 닦고는 청아한 목탁 소리가 울리고 있는 불당에 들어갔다.
염불을 하고 있는 설고자는 눈을 꼭 감고는 월랑의 기척을 알고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불심이 깊은 월랑은 설고자 옆 차가운 마루 바닥에 가부좌를 하고는 열심히 불경을 따라 외었다.
예불이 끝나자 설고자는 월랑을 아느채도 하지 않고는 법당 문을 나가려다 힐끗 돌아서
월랑이 불전을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 나가던 발길을 뒤로 돌렸다.
월랑이 관음보살상 앞에 다가가 무언가 올려 놓는데, 법당 안이 영롱한 오색 빛으로 가득 찼다.
월랑이 마지막 남은 보물인 솟곳속에 꿰매 놓았던 은자 수백냥의 해당하는 백팔 진주염주를 보시한것이다.
"아이구, 보살님!
이게 웬 일인가요?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설고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재빨리 월랑 곁으로 가서는 굽실 거리며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을 읍조리며,
저승가신 서문 시주께서도 이제 틀림없이 극락에서 이 광경을 보고 웃고 계실 겁니다.
누추한 폐사(弊寺) 지만 오래오래 쉬었다 가세요 한다.
한마디로 상종해서는 안될 인간 세번째의 표본이리라.
그날 아침 공양은 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진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로부터 월랑 일행은 다시 편안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어느날 설고자가 월랑에게 시월 보름에 준제암에서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불법으로 뭇 중생들을 께우치고,
삼라 만상에 깃든 액운을 물리치기 위한 방생대법회(放生大法会)를 여는데
인근 암자의 스님들과 아랫마을 사람들, 준제암 신도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고 하며,
월랑 마님도 많은 협조를 부탁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월랑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을 한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것도 아니고,
이제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방도를 조금은 알것 같아
그건 그때가서 부딪쳐 보리라 생각을 굳힌다.
시월 보름날이 되자 아침부터 법회에 참석하려는 신도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들끓는 사람들을 피해 월랑은 하루종일 방에만 쳐박혀 지냈다.
저녁이 되어서야 마을 주민들과 가까이에서 온 신도들은 돌아가고 먼 곳에서 온 신도들만 남았다.
저녁 공양을 마친후 묘취 스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
소옥은 방문을 열고 무슨 일인가 하고살펴보니
보름달이 밝아도 먼 곳 어둠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삼십정도 되보이는 검은 얼굴에 뚱뚱한 비구니와, 가녀린 몸집의 중년 여승,
그리고 아직 어린애 티를 벗지 못한 이십 안팎의 비구니가 암자 경내로 들어 오고 있었다.
법당안에서 독경을 하고 있던 묘취가 버선 발로 뛰어나가 맞이 하는 걸로 보아
인근 암자의 초청장을 받고 온 스님들로 보였다.
" 어머, 이제야 오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 사부님 깨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 하며
암자 내에서 제일 구석진 뒷마당 불사(佛舎)로 안내 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소옥은 공양간에서 묘취 스님을 보자,
"며칠전 오셨든 스님 한 분은 통 안보이시네요." 하고
물어 보았다.
여승과 젊은 비구니는 가끔 보였으나,
함께온 뚱뚱보 스님은 한번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옥은 알지 못했으나, 묘취는 당황했는지 순간 얼굴이 빠알게 지고 난감한 듯.
"아,
그 스님 요세 갑자기 몸이 아파서 운기 조식 중이라 하오." 하며
말끝을 흐려 버린다.
소옥은 약 다리는 냄새 한번 못 느껴 봤지만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날 이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마당에 나왔으나
어슴프레한 안개속에 해후소까지 한참을 가야하니 귀찮기도 하지만
조금 으시시 하기도 하여 보는 잠을 깬 사람도 없고 하니적당한 곳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눈앞에 뒷마당 헛간이 눈에 띄었다.
땔감을 저장해 놓는 곳인데 문이 닫혀 있어 뒤편으로 가서 볼일을 보기 위해 언덩이를 까고 앉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신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 몰골이 쭈삣해 짐을 느끼고,
가만히 귀를 쫑긋이 새웠다.
분명히 헛간 안에서 나는 여자의 신음 소리였다.
소옥은 오줌 누는 것도 잊은채 머리위 창문 틈새로 안을 들여다 보다가,
하마트면 "앗!"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헛간 구석 낡은 침상 위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사람이 나체로 뒤 엉겨 있는데
뒷모습이지만 깔린 사람의 배 위에 엎어져 있는 몸뚱아리는
자그만 체구에 새하얀 피부로 보아 여자가 틀림없으며,
밑에 깔린 몸통은 드러난 종아리에 털이 수부룩 한걸로 보아 남자임이 분명하였다.
여자는 황홀경에 헤메는지 콧소리 신음 소리가 연이어지며 몸을 비비꼬면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서문경의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보아온 남여간의 방사 장면이건만,
오랜만에 비밀스런 뜻밖의 장소에서 그것도 몰래 훔쳐보는 재미는
소옥의 가슴이 멍해지면서 아랫도리가 뻐근해왔다.
깔린 몸뚜아리 위에서 엉덩이를 들석이던 여인은 남정내의 아랫도리로
머리를 조아리더니 남정내의 사타구니에 이르러서는 남자의 육봉을 잡고는
반금련의 절기인 퉁소불기를 시작하는데,
반금련 퉁소나 이사사의 육생황 불기에 뒤지지 않는 묘기였다.
순간 소옥은 하마터면 또 서리를 "앗"하고 내 지를뻔 하였다.
옆으로 들어난 년 놈들의 얼굴이 보였는데,
피리부는 여자는 까까머리의 설고자가 틀림없고,
피리소리에 취한건지 헤벌린 입에서 응응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낑낑대는 놈은
몸이 아파 쉬고 있다는 뚱보 비구니가 아닌 남자였으니 소옥이 놀랄만도 하였다.
육봉 피리불기를 하던 설고자는 뚱보의 사타구니에 정확히 쐬기를 박고는
춘매의 주특기인 연자 방아 돌리기를 시작한다.
뚱보는 연자 방아 짲기에 도저히 참지 못하는듯 짝딸막한 상체를 일으켜
방아를 돌리던 년을 깔아 뭉게듯 세차게 방아질을 하자
깔린 년도 몸서리치는 신음소리를 내 뱉으며 요분질로 응수한다.
위에서 방아질을 해되던 놈도 년이 감아진 목덜미와 등줄기에 손톱에 긁히었는지
비명 소리와 함께 년 놈은 벌러덩 나딩군다.
검은구름 하늘을 가득 덮고,
짙은 안개 천지에 낱게 깔려...
태양을 가리고 억수처럼 쏟아지는 폭우,
번개에 뒤섞여 파도처럼 요동치는 산천.
종말의 그날인가?
분노에 몸을 떨던 화산의 대폭발!
이윽고
미친듯 춤을 추던 버들가지 숨을 죽이고,
새로이 물기 머금은 질퍽한 대지 조용희 몸을 떤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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