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40>
월랑은 욕정의 땡초들 소굴에서 벗어는 났으나...
방생 대법회는 이웃 암자 스님 초청 화합 법회란 허울 뿐이고,
실제는 겉으론 불심이 넘치는 스님이란 칭송을 들으면서 뒤로는 음색 색정 땡중이었다.
소옥은 얼른 고개를 내리고 벽에 귀를 대고는
년 놈의 땡초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하고 귀를 곤두 세웠다.
" 이 까까머리 천하의 땡초 도둑아!
너 왜 찾아오지 않는거야, 응?
이 땡초야 또 어느 보살을 꼬셔 애인 만들었지?
그래서 그 여자와 재미 보느라 안온거지?"
"아이구, 누님 !
생사람 잡네요,
만나자 마자 또 왜 깡짜요?
내가 누님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알잔우 그러니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해주잔우!
내가 누님 빼면 누가 있다구."
"흥!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하네?
이마에 다 쓰여 있다구?
법회날 데리고 온 빡빡머리 계집애,
전족 푼지도 얼마 안된것 같던데 생김생김이 보통이 아닌것이 화냥짖도 좋아하게 생겼데,
네 놈이 그냥 둘리가 만무하지 부처님을 속일지라도 내 눈은 못 속이지,
몇 번이나 속궁합을 맞춰 봤어 이실 직고 하라구?"
"내참, 누님은 못 당한다니까!
그 여잔, 전쟁에 나갔던 남편이 죽고 출가한 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그새 재미봤자 몇번이나 봤겠수."
"뭐라고?
내 당장 쫓아가 그년 물고를 내놓아야 분이 풀리겠네, 하며 씩씩거린다,
불같은 질투에 설고자가 등져 눕는 소리가났다."
" 에잇,
내가 누님을 얼마나 생각하는데,
아직 젊은 내 몸뚱아리가 달아 올라 주체할 수가 없어 한두번 불밖에 끈게 없다구.
그 아인 아직 어려서 남녀 운우의 맛을 모른다구,
그럴수록 누님이 더 그리워 지는데 ,
그렇다고 야밤에 이 먼곳까지 달려 올수도 없구 안그러우.
누님 한번더 누님의 천하 절기인
'육퉁소 불기와 연자방아 돌리기 묘기'로 한번더 재미나게 놀아 보자구요."
"흥, 엉큼한 놈!
그러니까 내가 그리운게 아니라,
내 묘기 맛이 그리운 거군 하더니, 아이 몰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다시 돌아눕는 소리가 난다, 곧 이 차전이 벌어질 모양이다.
땡초 뚱보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엿듣고 있는 소옥의 가슴도 거칠게 뛰어 계속 듣고 있다가는
미칠것 같아서 소리를 죽이고 살그머니 나와 법당 모퉁이를 돌다가
달려오는 사람과 부딪쳐 그를 넘어뜨려 버렸다.
"아니, 꼭두새벽에 어디를 갔다 오는 길이요?" 하는 사람은
묘취 스님 이었다.
" 그~, 그냥 ~~~
, 해우소에 갔다 오는 중이구만요."
하고 말을 더듬 거려도,
수상쩍게 생각하지 않은체 툭툭 털고 일어나서는
스승을 찾으려 가는 것 같은데 승방으로 가지 않고 헛간 쪽으로 가는것 같아,
소옥은 묘취도 설고자의 하는 짖을 아는것 같아서 발길을 돌려 멀리서 그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사부니~임!
사부님?"
사부님 어디계셔요?
헛간으로 가더니 안에다 대고 나직만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 차전을 치르누라 정신이 없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건지
한참 열이 오르는데 난데없이 부르니 그만 하던 사랑 놀이를 바로 끝을 낼 수 없어서 인지,
헛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묘취는 헛간 안에 설고자 스승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더 불러 보지도 안하고 한동안 아무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후에야,
"누, 누구냐?"
하는 떨리는 설고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사부님, 묘취 이옵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왔습니다.
"그랬으면 되었지.
웬 소란이냐?"
설고자의 앙칼지고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갈랐다.
"어느 보살께서 불전 신축에 보텔 보시를 하시겠다고
주지 스님을 꼭 좀 뵙자 합니다."
" 하필이면 으 ~!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꼭 이 꼭두새벽에 보자 할께 뭐야, 아이 참!"
그렇다고 불사를 위한 보시를 한다는데는 나가 보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마지 못해서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서도 못내 아쉽다는 듯 입 맛을 쩝쩝 다셨다.
"묘취야 너는 지금 채소밭에 가서 홍당무를 뽑아다 콩나물과 같이 무치고,
약수터에 가셔 물좀 길러 오너라?"
묘취가 다 알고는 있다고 하나 헛간에서 까지 그짖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너무 얼굴이 간지러워서 그런 말을 하여 쫓아 보내고는
아직도 붉게 상기된 얼굴과 송글송글한 땀방울 헝크러진 머리는 위엄있는 스님의 모습은 아니었다.
옷을 추스리며 나오면서도 무엇이 아쉬운 듯 헛간 안쪽을
또 한번 돌아 보고는 법당이 아닌 자신의 승방으로 걸어간다.
아마 옷 메무세를 고치고 머리를 다듬은 후에 법당을 가려는 것 같았다.
어제는
염화시중(拈華示众) 이어받아
열반(涅槃)의 경지 오르던 불문(佛门)의 선방(禅房).
오늘은
연자방아 걸터앉아 운우(云雨)의 절정 맛보는 홍등 누각의 선방(仙房).
여색(女色) 남색(男色)이 한데 어울려
허공(虚空)타고 구름위에 올라서면
여기가 바로 공즉시색(空则是色)의 세계!
청아한 목탁 소리에 날아드는 지분(脂粉) 향기,
펄럭이는 장삼가사 자락에 타오르는 정염의 불꽃.
기둥 뒤에 서서 설고자가 승방으로 사라지자 방으로 돌아 가려고 하는데
채소밭에 간다던 묘취가 이리저리 살피면서 다시 돌아 와서는 헛간 안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이상하게 생각한 소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반사적으로 소피를 보았던 곳으로
도둑 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다가 갔다.
그리고는 살그머니 귀를 기울여 안쪽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뚱보 땡초가
"아이구, 요~ 귀여운 것!
어찌 이리 늦었느냐?
내 애를 태울려고 그랬느냐?" 하자,
"아이참, 스님도!
스승님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괜히 그르셔." 하고
묘취가 대꾸하는 것이 설고자와 엽색 행각을 벌린 후에는
으래이 둘이 애정 행각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소옥은 둘만의 애정 행각이 무르악자 가감하게
이번에는 창문 너머로 머리를 살짜기 올려안을 들어다 본다,
밝아진 여명 탓으로 설고자때 보다 더 선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묘취의 헤벌러진 승복 사이로 우유 빛갈의 무르익은 젖 가슴을 내어 놓고는
땡중이 손이 마지작 거리고 있는데 어떻게 했는지
묘치는 가뿐 숨과 함께 가벼운 신음 소리가 입속에서 흘러 나온다.
"법호가 묘취(妙趣)라?
요기 만지는 맛과 절묘하게 일치하는 구나,
누가 지었는 지는 모르나 딱 어울려 좋고 좋아!"
" 스님께 요 맛을 보여 드리려고 거짓말 하느라 머리에 쥐가 나요,
늙은 불여우를 꾀어 떼어 내야 하는데...
시간이 계속 길어지면 나중에는 내한테 쓸 힘이 모두 고갈 될께 아니어요
그럼 난 머냐 말이예요?"
"그럼 불사 신축을 위해 어떤 보살님이 보시를 상의 하자는 것도 거짓말 이란 말이냐?
금방 들통이 날텐데 뒷 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거짓말을 해."
"걱정 하지 않아도 되어요,
묘풍이 년이 다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했으니까요,
걱정은 나두고 스님만 즐겁게 모시라고 했어요, 그래야 자기 차례가 오조?
내가 도와 주지 않으면 년의 몫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나한테 적당히 하면 그 년은 없어요 알았죠?"
" 허허허, 그래 그래 주마,
그런데 여기에 부잣집 과부가 한달전 부터 묵고 있다며?
머 울겨 놓은것 좀 있었나?"
" 재산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처음 와서는 공양만 축내더니 한 달전 쯤에는
수백냥은 나갈것 같은 진주 염주주를 보시하기도 했으니 도무지 알 수 없어요.
전란이 계속되 도처에 도적때가 극성이니 어디 깊숙이 숨겨놓고 있는 건지,
여기 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금은 보화는 몽땅 도둑 맞은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이 몸이 한번 수작을 걸어봐!
부자는 망해도 삼대가 먹고 산다는데 망한것도 아니고
오랑캐가 쳐들어와 전란이 났으니 바보가 아니라면 전란이 끝날때까지
꼭꼭 숨겨 놓고 내놓지 않을지 모르지,
그런것들은 이 부처님 가죽 동침 한방이면 허벌레 하며
내 속옷끈을 붙잡고 애걸하며 몽땅 내놓을 텐데..."
하며 땡중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두 년 놈의 색마가 개수작을 벌이면서 지껄이는 수작보다
몸이 화끈 거리는 황홀경에 정신를 잃고 있다가 월랑의 이야기가 회자 되자
정신이 번쩍든 소옥은 더 이상 색마들의 욕정의 실연을 보고 있을때가 아니라
월랑에게 땡초 중들의 실상을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월랑의 숙소로 달려 갔다.
월랑은 이른 새벽인데 소옥이 찾아와 땡초중들이 벌이고 있는 일들을 낱낱이 일러 바치자,
월랑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설고자가 물욕이 강하다는 인상은 갖고 있었으나
청순한 용모와 단아한 여승이 낮과 밤의 생활,
것과 속이 어떻게 그렇게도 다른 욕정의 색마일까 하고 생각하니 몸 서리가 쳐졌다.
뒷 일은 나중에 닥치는 대로 생각하기로 하고 날이 밝으면
바로 육욕의 검은 색마들이 소굴에서 한시 바삐 빠져 나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옥의 말데로 하루라도 더 지체하다 오 밤중에라도 흑심을 품은 까까머리 뚱보 땡초라도
이불속에 파고 들어 온다면 소리치고 저항 해봤자 모두 한통속이니 창피를 당할것은 뻔했다.
월랑은 아침 공양때 까지 이제 이곳을 떠나면 땡전 한푼 없는 상거지인데
어디로 가야할지 앞날이 아득했다.
그러나 일딴은 이곳을 떠나서 생각을 하기로 하고, 떠날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 공양이 끝나자 월랑은 설고자를 찾아갔다.
"스님,
그동안 저희 식솔들을 환대해 주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 말씀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전란 중에 소식이 끊겼던 오라버니가 난중에 돌아 가셨다 하니,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 봐야 도리일 것 같아 불쑥 작별 인사차 왔습니다.
오랫동안 패만 끼쳐드려 죄송 합니다.
추후 다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설 스님의 높은 설법과 부쳐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하고 인사하자.
설고자는
'아닌 밤중에 홍두께라' 어리둥절 해 하면서도 바로 본연의 자세로 돌아 가서는
날씨도 이렇게 점점 추워지는데 어디로 간신다고요,
더군더나 어린 효가도 걱정되고요,
요즈음 제가 내년 불사 때문에 바빴던 것을 아시잖아요
잘 계시던 보살님들이 갑자기 가버리고 나면
뭇 사람들이 한겨울을 앞두고 쫒아 냈다고 얼마나 소승을 욕하겠어요.
그러니 안됩니다,
떠나시더라도 내년 봄에 가세요.
그때는 소승이 더이상 붙잡지 않겠다고 약속하지요.
하며 말하지만 실제론 말로는 빈 털터리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러낼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설고자는 어떻게든지 붙들어 놓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떠나기로 마음먹은 월랑은 조금도 굽히지 않하고
"오랑캐 한테 끌려갔던 올캐가 살아 돌아와
몇일 후 늦었지만 오빠의 장례를 치룬다니 제가 안가볼 수 있나요?
그러니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하자 설고자는 더이상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
그래도 재물에 미련이 남은 땡중 설고자는 그럼 제가 몇일 후 묘취를 보낼테니
같이 돌아 오세요 하며 또다시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월랑은 대답대신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고는 즉시 준제암(准提庵)을 떠났다.
대안이가 오라버니 오대구의 마누라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알아 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 살고 있는 곳도 정확히 모르고 또 그 사이에 죽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뜻한 강남땅이 어드메뇨?
동장군(冬将军)에 쫓겨 보금자리 떠난 길 잃은 제비.
몰아치는 삭풍(朔风)의 허공에서,
하염없이 떠도누나 구슬픈 방랑의 노래.
오호라!
땡전 한 푼 없는 월랑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 할 따름이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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