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37>
황금에 눈 먼 장소교 부자는 내안이를 살해하지만...
그 누가 믿을손가?
염량세태(炎凉世态)의 세상인심 미끼에 걸려든 멍청한 붕어.
그물 속에 뛰어든 참새를 비웃지 마소.
그게 바로 당신의 모습인 것을.
심산(深山)의 정갈한 여승의 선방(禅房)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물욕의 어두운 그림자, 육욕(肉慾)의 이글 거리는 향연...
정월 이십 팔일이 돌아 왔다.
내안은 빗바랜 푸른색의 옷을 입고 장소교를 찾아갔다.
장소교는 문을 열어주면서 능글맞은 웃음을 띠면서
"어서 오게 동생, 하면서
나는 새옷이라 초보 같고 아우는 고참 역리같이 보이는 걸!" 하는
농을 걸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는 내안이 그토록 목메이게 보고 싶어하던 황금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어제저녁 묻어 두었던 구덩이에서 꺼낸 것이네,
아우한테 먼저 보여 주려고 아직까지 건드리지 않았다네,
직접 열어 보시게나."
내안이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자 금괴에서 나오는 누우런 황금 빛이
온 방안에 가득 하였고 눈이 부셔 똑바로 보기가 힘들었다.
"한번 확인해 보게나,
내가 손톱만큼이라도 건드린게 있나?"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상자와 금괴가 아귀가 딱맞고 빈곳이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손탄 흔적이 없다.
장소교 내안 장대는 출발에 앞서 행장을 꾸리기 시작했다.
각자 나누어 서너 꾸러미로 묶어서 허리에는 전대 모양으로,
어깨에는 관에 전달 물건 모양, 가방에는 두툼한 문서같게 만들어서 메고 보니 역리같이 그럴듯하게 보였다.
정말 감쪽 같았다.
"역시 형님의 머리는 비상 하십니다."
자 그럼 바로 출발 하세 하고 장소교가 마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장소교 마누라가 아침 진지도 안드시고 출발 하나고 물었다.
마음이 들떠서인지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 스러워 그러는지
퉁명 스럽게 아직 이른 새벽인데 가는 도중에 때가 되면 사서 먹지 하며
대문을 나서자 내안이와 장대도 뒤따라 나가자 장소교는 뒤를 돌아 보며
집 단속 잘 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총총히 길을 나셨다.
아침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장소교 부자는
식사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앞에서 성큼 성큼 걸어간다.
내안이는 어제 저녁에도 설레는 마음 때문에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아
속에서 꼬로록 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허기가 든다
점심에도 아무 말도 없이 걷고만 있다.
그래서 내안이는 장소교에게
"형님!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고 가시죠
이렇게 강 행군 하다가는 쓰러져 죽을 것 같다고 말하자 "
장소교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 힘들어도 청하현을 벗어나서
그럴듯하게 한잔 하면서 쉬어가세 하고 내안이를 달래는 것이었다.
내안이도 가만히 생각 해보니 장소교의 말이 맞는것 같았다.
청하현은 그렇게 큰 대도시가 아니니 자신들을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에 형님이 서두르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청하현을 멀찍이 벗어나 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내안이가 또 다시
"형님 이제 청하현에서 꽤나 많이 벗어난 것 같은데 날씨도 추워지고하니
이제 식사할 곳을 찾아 쐬주라도 한잔 하면서 몸을 녹여 가지고 가시지요."
하고 말하자.
" 그래 그렇게 하세,
가다가 그럴 듯 한데 있으면 그렇게 하세나 하고 말한다."
조금만 더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멀지 않은 곳에 주막이 있네,
내가 옥리로 있을때 죄수들을 호송하다가 쉬고 하던 집이지 하며 말 하는데
두갈래로 난 길이 나온다,
길을 모르는 내안은 장소교가 앞장서 걷는데로 아무 생각없이 따라 갔다.
십여리를 뒤만 따라가다니 인가는 고사하고
길 마져 험해지는데 날씨마져 어두워 지니 내안은 겁이 덜컥나서
"형님 , 이거 길을 잘못 든게 아닌가요?
어째 점점더 험해지기만 합니까?"
"아우는, 걱정도 팔잘세,
내가 이 길을 한 두번 더녀 본 줄 아는가?
큰 길은 많이 돌아 가는 데다,
가끔 마적때들이 나타나 위험해서 좀 험하더라도 질러가는 길을 택하였네 이제는 거의 다 왔네,
저기 산 모퉁이만 돌아서면 주막집 불빛이 보일걸세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시게."
내안이 그말을 듣자 마자 힘이 용솟으쳐 오른다,
모퉁이만 돌면 주막집 불빛이 보인다니 지체할 것 없이 한걸음에 달려가
심신을 눞히고 싶어 앞으로 나서며 달려 나갔다.
언제부터인가 장대가 자기 뒤를 따라 오지 않는다는것을 알지도 못한체,
그런데 손에 잡힐것 갔든 모퉁이는 끝이 없다.
갑자기 장소교가 다급하게 내안이에게 소리친다.
" 아우!
나는 힘이 부쳐 못가겠다 잠간 쉬었다 가세."
하며 커다란 나무 밑에 털썩 주져 앉아 버렸다.
사방은 고요하고 칠흙같은 어둠은 그들을 감싸고 있다.
바로 그때였다!
"야 이놈들 어딜 도망가 !
거기 서지 못해 !"
천둥 벼락 치는 소리가 고요함을 깨고 어둠속에서 들렸왔다.
내안이 바라보니, 숲속에서 거구의 장한이 뛰어 나오는데
손에는 하늘을 가르는 철곤봉을 휘두르며 허리에는 장칼을 차고 소리를 지르며
철곤봉를 휘드르는 모습이 살기가 등등하여 잡히면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가 될것 같았다.
역리로 변장을 한 장소교와 내안이는 무기가 없으니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였다.
삼십육계 줄행랑이 목숨을 부지하는 최 상책 같이 생각되어
내안이는 정신없이 장소교 앞을 가로 질러 뛰었다.
그런데 내안이가 앞을 지나 뛰는데 장소교는 같이 도망 갈 생각은 안하고
내안이의 발목을 걸어 쓰러 뜨리고 말았다.
내안이는 다시 몸을 일으키는 찰나에 괴한의 철곤봉이 허공을 휘저으며
윙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머리로 내려 꽂혔다.
순간 내안은 괴한의 얼굴을 보았다.
"네 네놈은~~
네놈은 장대, 네놈이야? 하며 앗!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곤봉에 얻어 맞은 두개골,
으깨진 뇌수 사이로 흐르는 피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서리...
심장을 꿰뚤은 예리한 칼날에 뭉그러진 오장 육부,
형체를 알 수 없다.
벌려진 입 속에선, 가득 찬 황토 먼지...놀라 부릅뜬 두눈,
멀리 뒹구는 목없는 시체, 한이 맺쳐 바라본다.
저승사자 손에 끌려, 황천 길로 가는 구나,
몸에 지닌 황금 더미, 무슨 소용 있다더냐,
푸른 숲 깊은곳에 숨겨진 한 많은 시체,
푸른 잡초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한 맺힌 뜨거운 피...
욕심과 악당의 기질을 가지고 살아가던 내안의 말로는
이렇게 비참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장씨 부자는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 허리에 찬 칼로 숲속 으슥한 곳에 구덩이를 파고는,
내안의 옷을 벗기고 목과 시신를 다른곳에 묻었다.
혹시나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확인 할수 없게 하기 위하여서 였다.
내안이가 가지고 있던 황금 덩어리를 모두 챙긴 장씨 부자는
황급히 살인 현장을 벗어나 십여리를 가서야 멈춰섰다,
장소교는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길가에 주져 않아 넋나간 사람 처럼 중얼거린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아따, 아부지도 무슨 그런 맥없는 소리유,
당초 임청에 가서 장사를 하기로 하였자나요?
내안이란 놈만 장사하고 우리는 못한단 법이 있수,
이렇게 장사 밑천이 든든한데 한판 벌려 보지요 뭐!"
아들 장대 놈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제서야 살인의 악몽에서 벗어나
" 아, 참!
임청에 가서 장사 하자고 했지" 하며
임청을 향해 길을 나섰다.
임청가는 큰 길로 접어들자 허기와 피곤함이 몰려 왔다.
이제 날도 완전히 어두워져 계속 걸어 가기도 힘들어 어디든지 인가를 찿아
허기와 휴식을 하여야 겠기에 무거운 발길을 제촉하며, 불빛을 찾기위하여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데,
말 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어느 사이에 왔는지 수십명의 장한들이 두 부자를 에워 싸는 것이 었다.
말이 일으킨 뿌연 흙먼지로 자세히는 보이지 않으나 도적 마적때 같기도 하고,
오랑캐에 쫒기는 패잔병 같기도 했다.
그때 슝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와 장대의 허벅지에 꼽히자
장대는 허벅지를 부여 잡고 앗!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앞으로 꼬꾸라 졌다.
장소교는 능구렁이 답게 순간적으로 어깨에 메고 있던 황금 망태를 길가 숲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장씨 부자에게 접근한 마적들은 몇명이 말에서 뛰어 내려 장씨 부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목숨이 아깝거든
가진 돈을 몽땅 다 내놓아라!" 라고 하자
장씨 부자는 머리가 땅버닥에 닫도록 납짝 엎드려
"아이쿠 어르신들!
목숨 만은 살려 주십시오!
보시다 싶이 소인들은 공문서를 전달 하는 역졸들인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급한 서찰이라 밤낮없이 가고 있습니다요.
가진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가진것은 모두 드릴 테니 제발 목숨 만은 살려 주십시오!"
하고 두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그러자 붉은 망또를 입고 말을타고 있던 마적이 두목인양,
"아 이 야밤에 한껀 했나 했는데 역졸이라
아이, 재수에 옴 붙었구만 하고 침을 퇴 하고 뱃으며 말머리를 돌리는데,
목에 칼을 대고 있던 마적이 어 이새끼들 관복이 새것이네 하며 빨리 벗으라고 독촉했다."
장씨는 속였다고 좋아서 빙그래 미소 까지 짖고 있는데,
관복을 벗으라니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쭈삣거리고 있으니,
말에서 내려 있던 마적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 옷을 벗겼다.
옷을 벗기던 마적들은 묵직한전대와 서류 가방에서 황금 덩어리가 쏟아지자
눈이 휘둥그래 지며 두목을 부르자 말을 돌려 가려다 다시 돌아 와서는,
"이놈들이 죽고싶어 환장을 했구만!"
하면서도 황금 덩어리를 보더니 좋아서 싱글 벙글이다.
마적들은 장대 부자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사정 없이 해되며 황금 양을 두목에게 보고하니,
두목이
" 이 놈의 새키들!
감히 본관을 농락해 어디서 난 것인지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내놈들을 난도질을 해서 죽여 버리겠다." 몹시 성이난 듯이 으름짱을 놓았다.
"아이쿠,
소인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소인은 그저 심부름 만 하는 것이지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요,
연주 태수 나으리가 임청 부윤에 전하라는 것입니다요,
잃어 버리면 소인과 식구들의 모가지를 날린 다기에 거짓부렁을 했구먼유,
집에는 노모와 이런 자식들이 소인만 얼때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기에 그렜구만요
살려만 주신다면 그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요,
돌아가면 어짜피 죽을 몸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을 쳐
태수가 모르는 곳에 가서 살고 아무에게도 황금얘기는 입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두목은 입이 찢어 지고,
장씨 부자의 소리에는 관심이 없는지 말 발꿉 소리가 점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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