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42>
오월랑은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고...
서천에서 돌아오자 저녁이 되었다
약속가는 달리 장씨 마누라도 감옥에 쳐 놓고는 혼자 방에서 보따리와 가방을 풀어 보았다.
오전은은 입이 헤벌려 졌다.
생전 보지도 못한 물건들이 눈앞에 나타 났던 것이다.
그리고는 저 두 년 놈만 뒈져 버리면 이것은 내가 맘데로 하지 하며 보고할 목록과 죄명을 작성 하는데,
장물로 은자 이십냥과 옷 몇벌이라 기재했다.
그런데 오전은은 내안이 마누라 말로는 금화가 삼백냥은 된다고 했는데, 삼십냥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장가를 불러내어 온갖 회유를 다했으나 말을 하지 않자.
주리를 틀자, 장씨는 임청가는 길에 마적 떼에게 다 털렸다고 하자.
오지사는 못 믿겠다는 듯이 곤장 타작을 하자 장씨는 사실이라고 말하며
메 타작만 받고 다시 옥에 갇히고 말았다.
죽어 가면서도 아들 장대가 반을 가져 간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
그러나 오전중이 더 다그치자 모든 것을 포기한 장가는 아들이 일부를 가져 갔다고 고백 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제 알 것은 다 알았고, 쓸모가 없지만 혹 다음을 위해 옥에 쳐 넣으라고 명령 했다.
오지사는 상부에 올리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은자 이십여 냥과 낡은 옷 몇 벌,
그리고 내안 살해 라고만 기재하였다.
돌고 도는 것이 세상 일이요 이치이다.
좋은 일 하여 많은 음덕을 쌓아두면 언젠가는 그 덕을 보게 된다,
그러니 남에게 원한 살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나
세상에 여러 분류의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으니 그 하는 짖거리를 모두다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선한 일을 하여 복받아 잘 살고 있는것 처럼 보여도 속을 까뒤집어 보면은
정반대인 경우도 많으니 사람의 속은 오로지 천상의 하늘님만 알고 있을 것이다.
오월랑의 금은 보화와 재물 도둑 사건은 장죽산(蒋竹山)이란 놈팽이가 나타나면서
엉뚱하게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하니 선한 음덕 많이 쌓고 부질없는 원한 살 일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죽산이 누군고 하니?
서문경이 사돈 양태사의 일로 경황이 없을때,
이병아(李瓶兒)를 치료하던 의원으로 병아와 재미를 보고는 결혼까지 하였었다.
그러나 이병아를 후처로 맞이하기 위해,
후일 서문경의 흉계에 의하여 개들에 물려 죽게 한후,
왕진을 가다 무송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 잡았던 경양강(景阳岡) 고개 산속에서
호랑이에게 비명 횡사한것 처럼 처리되었던 사건이다.
장죽산은 살아 생전에 남에게 악한 일을 한 일이 없어 저승에 가서 곧 다시
원래 장죽산으로 청하현이 가까운 곳에서 의원으로 환생하여 약방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청하현으로 진출을 몇 번 시도 하였으나
서문경이 버티고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문경도 죽고 전란이 터지자 청하현 관아 근방에 한약방을 열고 있었다.
평소부터 안면이 있던 오전은이 지사 행세로 권력을 거머지자,
졸졸 뒤를 따라다니며 비위도 맞추며 온갖 아첨을 다해주니 오지사도 장죽산의 말은 거의 신임을 하였다.
오전은은 장죽산을 만나 오월랑의 보물 도둑건을 이야기 하며
떡고물 이야기를 축소하여 말 하면서 고민 스러워 하자.
"헤헤, 헹님도 참 한심합니다,
고걸 가지고 고민 할 일도 아니구만요?" 하는 것이었다.
"아니,
겨우 입에 풀칠 하면서 사는 주제에 큰소리는!"
"고개 아니고,
헹님이 너무 뭘 모르는 게 답답해서 그럽니다.
헹님도 서문경네 집에 계셔서 알겠지만
오월랑 한테 남은 재산이 겨우 고것 밖에 안 된다는게 말이나 되오,
소가 웃을 일입니다.
오월랑이 엄청난 재물을 도둑 당하고도 왜 고발을 안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지요?"
"글쎄, 자네 말을 들으니 알것도 갔고,
모를 것도 갔고..."
"고게 소문을 들어 대충 아는데,
서문경이 죽고 다른 처첩과 하인 놈들은 다 뿔뿌리 흩어 졌지만
남자는 대안이 놈 하나만 데리고 다니는 것은 전란 통에 여자들만 다니면 위험 하다는 핑게지만,
실은 신랑 뒤진 지가 몇 년 입니까?
색마 서문경에게 단련된 몸이고 아직 몸뚱아리가 싱싱한데
자나 깨나 가죽침 한방 생각이 간절 할 텐데, 찬밥 따신 밥 가릴 처지도 못되니
매일 붙어 다니는 대안이 놈 하고 배꼽 안 맞혔다면 그것은 부처님이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물며 힘이 용솟음 칠 건장한 대안이 놈과
육욕에 단련된 중년의 여인이 수도승 행세가 가당키나 하겠어요,
그런데 재물 조금 도둑 맞았다고 고발 했다가 잘못되면 긁어부시럼 될까봐,
고년이 고발을 안 한거지요."
장죽산의 말을 듣고 보니 아직도 어디엔가 숨겨 놓았을 엄청난 서문경의 재물을 차지 할
기회가 올것 같아 속으로 빙그레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으음, 확실한 물증을 알아야 하는데,
증거가 있는 가?"
"그년이 지난번 불법이 높다고 소문난 설고자가 주지로 있는 '준제암'이란 암자에 피신해 있었는데
많은 금은 보화를 불전에 보시해서 주지 스님이 특별 대우를 해주었답니다.
그래서 독채 승방을 주었는데 거기서 월랑과 대안이 놈이
발가벗고 뒤엉켜 있는걸 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아랫마을에 쫘 합니다.
어쩨 지사인 헹님만 모른다우 관아 관속들 군기를 다잡아야 겠네요?"
하면서 서문경에 대한 골수의 원한에 있지도 않은 일까지 만들어
꼭 본인이 아는 일 처럼 오월랑에게 덧 씌워졌다.
오전은은 서문경에게 입었던 은혜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
오직 재물을 더 긁어 모을 수 있다는 욕망에 들떠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오월랑과 대안이를 호출 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한편 설고자의 준제암을 떠나 이디에 가서 몸을 의탁해야 할까 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으나 남편이 죽고나자 알던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재물이나 뺏을까 하지,
도움을 준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어차피 갈곳도 없고 하여 집으로 가서 잠자리를 마련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서진 집이지만 내집이니 누가 쫒아 낼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월랑이 집에 와서 거쳐할 만 한곳을 둘러 보니 반금련이 거쳐 하던곳이
그나마 뼈대라도 있어 그곳을 대충 치우고 부서진 가구들을 정리 한후
대안이가 가지고 있던 은자로 솥 하나와 생활 도구 몇개를 사서 근근이 끼니를 떼우고 있었다.
바람이 소식을 전해 주었는지 오라버니 오대구의 처도 찾아 왔다.
월랑은 올케와 부둥켜 않은채 서로의 고생길과 앞으로의 생활고를 걱정하며
한바탕 울음으로 속을 비웠다.
늦게나마 오라버니의 장례절차도 상이하여 간소하게 형식만 갖추어 처리하였다.
그리고는 그도 어디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함께 살게 되었다.
찬바람이 부는 동지달이 되고서야 효가의 낡은 솜옷이지만 만들어 입혀
추위를 피하게 할 정도이니 생활의 궁핍함이야 오죽 하였다.
대궐 같이 넓던집이니 망가져 나 딩구는 가구나 불타다 남은 판자 조각 목재 로
불을 짚혀 추위를 근근히 넘길 수 있었다.
원소절(元宵节)은 정월 보름의 가장 큰 축제일 이었지만
추위와 끼니 떼우기에 바쁘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옛날 추억이 되어버렸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찾아 왔다.
청명절(清明节)이 되자 월랑은 효가를 데리고 서문경의 산소를 다녀왔다.
함께 길을 떠났다가, 돌아 오는 길에 대안이는 시내에 잠간 들렸다가 온다며 헤어졌다.
집에 도착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대안이가 헐레 벌떡 뛰어 들어 오며 소리쳤다.
"마님, 마님! 희소식이예요?
이젠 고생 안해도 되겠어요?"
만면의 웃음띤 얼굴이다.
"마님, 글쎄! 집에 불을 지르고 마적 행세를 하며,
마님 물건을 훔쳐 간 도적이 장소교와 내안이 였다네요?
그런데 저희들 끼리 불화가 나서, 내안이란 놈은 장소교 부자가 죽였고,
장소교 부부는 지금 옥에 갖혀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네요, 마님!"
대안이 시내에서 들은 이야기를 들뜬 목소리로 자세하게 월랑에게 전했다.
"이제는 도둑 맞았던 물건을 찾는건 시간 문제 아니겠어요,
마님? 더구나 지사 직무를 맡고 있는 이가
서문 대인께서 은총을 베풀어 관리가 된 오전이(吳典吏)가 아닙니까?
마님께 잘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피난을 다니면서 하도 생각지도 못한 봉변을 당한 오월랑이라
기대보다는 왠지 걱정이 앞서는 모양으로,
"글쎄 물건을 찾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놈의 재물 때문에 모든 일이 일어나니 우선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으련만."
월랑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이였다.
대문 두두리는 소리에 대안이 쫒아 나가보니, 난데없이 포졸 두 명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세요?"
대안이 물어보자,
포졸 한명이 붉은 편지를 내밀며 뜯어 읽어 보란다.
대안이 뜯어 읽어보니 '월랑과 대안이'를 관아로 출두 하라는 소환장이었다.
" 무슨 일로 오라는 건지 내용은 안 적혀 있네요?"
"아 우리 같은 쫄자가 어떻게 아나?
그저 위에서 전하고 데려 오라니 왔지,
혹 잃은 물건 찾아 가라는지 모르지 "
즉시 데려오라는 말에 대안은 찜찜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물건 찾아 가라는 일인지 모른다는 말에 기다리라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월랑에게 보고를 하자, 월랑은 걱정부터 하면서
"확인해서 돌려 주면 되지
우리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오전은이 과부인 나를 관아로 오라 마라 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하며"
대안이에게 혼자 다녀 오라고 했다.
월랑의 말을 포졸 들에게 전하자,
잔소리 말고 빨리 들어가서 월랑을 데리고 오라며 대안이와 옥신 각신 하다가,
포졸 하나가 대안이를 밀치고 들어서며,
아직도 뉘 주인이 '제형소 부전옥' 인지 아나 보내 좋은 시절은 다가고 없다고 정신차려 이자슥아!
세상이 바뀌었다구 하며, 월랑이 보는 앞에서 오랏줄로 대안이를 꽁꽁 묶어 버렸다.
그리고는 월랑에게 빨리 갑시다 하며 다그치자,
월랑은 잠간 가다리라 하고 방안으로 들어가 그중에서 제일 번듯한 옷으로 갈아 입고
포졸들을 따라 관아로 향했다.
소옥도 효가를 풍씨 할멈에게 맡기고 월랑의 뒤를 따라가는데,
거리의 사람들도 무슨 죄를 지어 오랏줄에 묶여가나 하며 웅성 거리며 구경하였다.
소옥이 활짝 열려 있는 관아를 대문 사이로 자세히 보니
중앙 높은 당상(堂上)에 관모를 쓴 오전은이 위엄 있고 기세 등등하게 앉아 있고,
좌우로 형리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 오랏줄에 묶인 대안이를 중앙 마당 의자 앞에 세워 놓고
월랑은 대안이 옆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안에 들어 왔다.
오전은이 아니 오지사가,
"네 이놈!
저 아녀자의 물건을 어찌하여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소상히 고하렸다!"
하고 대안에게 호통를 쳤다.
월랑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오전은이 월랑을 아녀자로
호칭 한다는 것은 옛 서문경의 은혜나 주인 마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죄인으로 문초하는 것이었다.
어쩠거나, 대안이로서는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는 일인지라
내안의 집에 가게 된 경위와 월랑이 숨겨 놓았던 재물을 내안이와 함께 꺼내온 일이며,
집으로 가져 가는 도중에 장소교를 만났던 사실, 초가집에 마적들이 불을 지르고
재물을 모두 약탈해간 정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고하였다.
"아니, 저런 배은 망덕한 놈이 있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적당히 넘어 갈려고 해,
네놈은 처음부터 '내안이하고 장소교'와 짜고서 재물을 강탈한 후에
나누어 먹기로 한 놈이란걸 모를 줄 아느냐?
네놈은 탈이 날까 두려워 마님으로 모시는 과부년을 꼬여서
같이 붙어 먹은 일은 어찌 고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갈하느냐?
여봐라 이 발칙한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으니 바른 말을 할 때까지 매우쳐라!"
너무나 뜻밖의 호통을 들은 대안은 할 말을 잃고 있는데,
형리 두명이 달려들어 형틀에 꽁꽁 묶는 것이었다.
옆에서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던 월랑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데
자세히 원인을 밖혀 진실을 밝히기는 커녕 모두 한통속으로 매도하고,
심지어 자기와 대안을 함께 붙었다며 간부 취급을 하는 걸로 봐서는
오전은은 물건을 찾아 돌려 줄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꿍꿍이 속이 있는게 확실 했다.
형리들은 치도곤으로 대안이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후려패니,
대안이는 비명 소리만 질러 덴다.
"아이구, 살려만 주세요,
내 전부 말하리다!"
우선 견딜 수 없는 대안으로서는 매는 멈추었으나,
더 할 말이 없는지라 머뭇 거리자,
오전은이 대노(大怒)하며 외친다.
" 에잇, 괘심한 놈,
주인을 속이고 불한당들과 공모해 잇속을 채우려 하다니,
이실 직고 할 때 까지 더 쳐라?"
비명소리가 온 마당에 울려 퍼진다.
그러더니 잠잠해 진다.
견디지 못하고 혼절하고 만것이다.
이번에는 오전은은 월랑에게 시선을 돌려 수작을 건낸다.
" 에이, 이 더러운 년!
도적을 당했으면 마땅히 관아에 고발을 하여야 할터 인데,
어찌 고발할 생각은 하지않고 '준제암'까지 찾아가 호의호식하며
도적놈 하인 대안이와 붙어 먹다니 대안이의 그짓 맛이 그렇게도 좋더냐?
그 많은 재물은 팽계친채 그짓 재미에 빠져 헤어져 나오지 못하다니,
하기사 그 나물에 그밥이라고 남편 놈이 색한이랬으니 그 여편네도 다를 바가 없지,
그래 저놈과 몇번이나 붙어 먹었냐?"
하고 말하는 걸로 보아 옛 주인의 은혜로 오늘이 있다는 섭리도 모르고
권세를 잡고나니 눈에 보이는게 없는 천하의 몹쓸 짖을 다하는 구나!
정신이 나가 이미 실성 일보 직전이었는데,
또 이런 말도 안되는 오전은의 개수작을 듣고보니,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애시당초 좋은 말로 설명해 보았자 글럿다는 생각이 들자.
"네 이 배은망덕해도 유분수지 오전은 이놈아!
다 굶어 가는 놈을 거두어 감투까지 씌어 주었더니 은혜는 못 값을 지라도,
억울한 누명까지 씌워 개수작을 부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하고 호통을 치니,
은근히 뒤가 챙기는 듯 멈칫하더니 돌아서 당상으로 올라 가며,
"저 발칙한 년놈을 혼을 내어 옥에 쳐놓아라"
하고 말하고는 집무실로 가버렸다.
형리들은 신이 난듯, 월랑과 내안이에게 채찍과 곤봉 세례를 퍼부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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