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43>
오전은은 회유를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월랑은 꿈쩍도 안는데...
그날 저녁이었다.
월랑이 깨어났단 소식을 들은 오전은은 심복을 보내 회유하기 시작했다.
"마님, 이 무슨 고생이세요?
그 많은 재물 뒀다 머한담요,
저승 까지 가져 갈 수도 없는데, 은자 한 일천 냥만 주어버리세요
그러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될텐데 하며"
타협을 종용한다.
그제서여 오월랑은 오전은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되었다.
너무나 기가 막혔다.
없는 죄까지 만들어 결국은 재물을 찾이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안는 다는 것을 알게되자
이젠 살아서 나갈 수는 없겠구나 하고 생각되자 악이 확 밭쳤다.
"흥, 이놈아!
이제는 가진것도 없지만, 있어도 그 개같은 놈 한테는 못준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으니 내 앞에서 어서 꺼져라 날강도 같은 놈들아!"
"가진게 없다면 오백냥만 내어놓아도 풀려나게 힘쓸테니 그렇게 하자구,
좋은게 좋은거라구 앙탈을 부려봐야 득될께 없다구."
아예 재물 흥정까지 하려드니 관료들이 이렇게 썩어빠져 탐관오리 들만 득실 되다,
오랑캐에게 나라가 짖밟피고도 아직도 개인 사리 사욕만 채우려 하니,
살아 있는 백성들은 또 얼마나 힘들게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갈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 에 퉤! 더러운 놈 !
어서 꺼지지 못해 하고 악따구니를 썻다!"
월랑이 내뱉은 가래침을 얼굴에 뒤집어 쓴 관리는 치밀어 오른 분을 참지 못하여
사정없이 월랑에게 손과 발길질을 해됬다.
"아니, 이년이!
왕년의 서대인을 보아 은혜를 베풀려 했더니 원수로 갚아." 하며
재수 없다는 듯 째려보더니 침을 뱉고는 사라졌다.
관료들이 다 이 모양이니 희망이 없어진 월랑은 이것이 다 남편 서문경이 한 짖에 대한
인과 응보려니 하고 생각 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옛날 남편은 돈도 뺏고, 멀쩡한 사람을 죽이고,
그 마누라는 첩으로 앉히거나 색욕의 노리개 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월랑이 난데없는 옥살이가 시작되자,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아는채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심지어 올케와 풍씨 활멈도 월랑과 연류되어 화를 당하지 않을까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 져 버렸다.
그러하니 다른 사람들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었다.
패허가 된 황랑한 저택에 이제 소옥 만이 홀로 남아 효가를 보살피고 있었다.
몇일 후 소옥은 평소 안면이 있던 마음 착한 옥졸이 보초를 서는 날이란 걸 알고
면회를 부탁하였더니 해주겠다 하여,
따뜻한 밥과 몇가지 찬을 만들어 효가를 데리고 월랑을 면회 했다.
" 월랑은 모든 걸 포기한듯, 이제와서 누굴 원망 하겠니?
서방님 생전에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원혼들이 매일밤 꿈에 나타나서는
원성을 토해내니 다 이것이 생전의 업이 아니더냐?"
큰 칼을 차고 시궁창이나 다름없는 옥사에서
꾀제제한 얼굴에 눈물까지 쏟으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마님, 그래도 도련님을 보아서도 힘을 내셔야 되요,
마님이 그러사면 저도 효가를 보살필 힘을 잃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으셔야 해요," 하며
위로를 한다.
"아니다, 난 이제 죽은 목슴이나 다름 없구나,
은자 천냥을 내놓으라 하는데 너도 알더시피 한냥도 없는데 천냥이라니,
내가 염치 없는소리다만 너에게 효가를 잘 부탁한다 모든것이 애비가 뿌린 씨이니 어찌하나,
내가 옥중 횡사하거든 그 집을 전당포 분씨(贲氏)나 애비 친구 응백작(應伯爵)
사희대(谢希大) 같은 양반과 상이 처분해 생할에 보태 쓰려무나." 하며
차분하게 말을 하니 소옥은 앞날이 멍멍 해 진다.
준비해간 밥과 반찬은 거들떠 보자도 않고는 이왕 가지고온 밥이니
남자 옥사로 가서 대안이에게 전해 주고 가라 한다.
효가를 처다 보며 눈물을 펑펑 쏟지만 이제 알만도 한 효가는 전혀 관심도 없다.
다음날 월랑이 일러 준데로 효가를 등에 업고서 응백작을 찾아 갔다.
응백작은 요사이 강남 졸부 장이관인(张二官人)집의 식객으로 옮겨 앉아 있는데,
서문대인 시절 보다 더 개 망난이가 되어 온갖 아양으로 겨우 눈치밥을 먹고 있었다.
천하의 난봉꾼 응가는 주둥이 하나로 서문부 문지방이 딿도록 들락날락 거리며
나이도 어린 서문경만 봤다면 "헹님 헹님!" 하며 온갖 알랑 방구 다뀌면서
제 한몫 챙기느라 정신없던 놈팽이가, 서문 대인이 반금련의 미약 과다에 비명 횡사 하자
콧뺑이도 안보이더니 장가네 집으로 말을 갈아 탄 것이었다.
소옥은 그래도 반가워
"응 삼촌 작은 나으리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자,
그꼴에 거만을 떠는 수작이라고는 참
"어, 가만 있자 누구시더라?
어느집 규수든가, 어느 기루(妓楼) 기녀 인고?"
" 저를 못 알아 보시나요,
서문 나으리 댁 소옥인데요,
옛날에는 집에 오시면 제가 수발을 드리면 귀여워 해 주셨잖아요?
절 잊으셨다니."
소옥이 눈물을 보이자,
그제서야 짐짓 아는척 하면서
"아이고! 난 또 누구시라고,
소옥이 너로 구나, 몇 해 안 본 사이에 많이도 변했구나 하며,
등에 업힌 효가를 보며 서문경의 아들이란걸 다 알면서도,
언제 시집을 가서 이렇게 큰애가 있어" 하며 능청을 떤다.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월랑마님 도련님이예요?
그러자, 아, 그렇구나 하며 자세히 살펴 보면서 속으로 뇌까린다.
청하 제일의 갑부라던 서문경의 자식놈이 누더기 차림의 솜 옷에다,
다 떨어진 빛바랜 바지며 신발도 없이 때가 잔뜩낀 맨 발 하며
거지중에도 상거지가 되있는걸 보고는 어떻게 하면 이자리를 피할까 하고 머리를 굴린다.
그때 마침 빵장수가 지나가자 효가 녀석이 먹고 싶다고 징징되자
소옥은 응백작이 하나 사 주었으면 하고 기대하였으나,
응백작은 도련님 저런거 사먹으면 배탈이 난다.
절대 사먹으면 안되 하며,
집에 가거든 부자인 너히 엄마 한테 사달라고 하여라 하며 약만 올리고는,
나는 지금 가진 돈이 없다 하고 뒤돌아 서서 걸어 간다.
소옥이 다급하게
"잠깐만요, 상의 드릴 말이 있어서요.
저희 마님이 옥에 갇혀 계신데 급전 천냥이 필요해서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찮다눈 듯,
"그걸 나하고 상이 한다고 머 뾰족한 방법이 있나,
서문경가 살아 있다면 모르지만?"
소옥은 속이 디집혔으나 꾹 참고 이야기를 마져 한다.
"마님이 집을 쳐분 하라더 군요,
작은 나리는 청하현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적당한 구매자를 알아 봐 주실 수 있잖아요?"
"아유! 그 귀신 나올것 같이 폐허가 된 집을 누가 천냥이나 주고 사겠어,
수리비가 더 들텐데 이삼백 냥이나 받을 란가?"
내가 알아 보기는 하지 하고는 돌아서서 종종 걸음으로 도망가듯 사라졌다.
권문세가에 청하현 제일의 부자 일때는 벌떼같이 몰려들던 친구들과 이웃들은 다 어디가 버렸나,
참 세상 인심이란게 고약도 하구나, 사희대라는 작자도 응백작과 다를봐 없었다.
그의 집 앞에 다달았을 떼는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대문에 다가가 문을 두두려도 아무 기척도 없다,
뒤로 물러나 창문을 올려 봤으나 닫아져 있다.
분명 소옥은 창문가에 사람 그림자를 보았는데,
소옥이 효가를 없고 오자 분명 부탁 하려 오는 것을 눈치 채고 상대를 하지않았던 것이다.
다시 문을 두두이자 하인인지 한 녀석이 나와서는 집안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는
문을 꽝하고 닫아 버렸다.
문전박대요, 거렁뱅이 취급을 하고 있었다.
세상 인심이란게 참말로 야박하기 짝이 없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염량세태(炎凉世态)의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소옥은 효가를 등에 업고 이곳 저곳 문전 걸식하는 거렁벵이 신세를 못 면하여 한탄 한다.
대안이라도 옆에 있다면 큰 힘이 될텐데 대안이 마져 월랑의 재물 도둑이란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혀 있으니 함께 있을 떼는 그의 존재를 잘 못 느꼈는데 옆에 없으니
그가 새삼 그립고 큰 버팀목이었던게 가슴에 와 다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모든게 그들에게는 희망도 없이 끝나 버리나 싶었으나 서문경이 살아 생전 뜻하지 않은 보시가
그들을 구해줄 불씨가 될 줄이아 누가 생각이나 했을소냐?
오전은의 악독하고 악랄함은 청하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서문경의 은덕으로 권세까지 거머진 자가 ,
되 값지는 못할 망정 없는 죄까지 만들어 악랄함이 하늘을 찌르니
아무리 숨기려고 한들 진실이 숨겨 질 리가 있겠는가?
도둑놈의 장물을 또 도둑질 하니,
아무리 쉬쉬해도 청하현 좁은 바닥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권세를 빙자 못된 짖은 골라하니 사람들의 입방아의 호재 꺼리였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하더니,
아무리 막대 먹은 세상이라도 불의를 보면 정의가 용솟음치는 의리의 사나이는 있기 마련이다.
청하현 유생(儒生)중에 유체인(刘体仁)이란 생원이 있었다.
그는 지방시에 합격하고 중앙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월랑의 사건을 소문으로 듣고는 평소에도 정식 지사 명을 받은것도 아닌데
관인(官印)을 제멋대로 사용하여 갖은 민폐를 끼치고 있는 오전은을 보고
그대로 방관 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월랑의 일이 터지자 분노(愤怒)가 폭발했다.
공교롭게도 유생원은 과거 시험 준비시절 서문경에게서
은자 오십냥을 받아 궁핍한 생할을 면한 적이 있었다.
유체인은 소문을 듣자마자 자기와 같이,
정의감이 강하고 의리 있기로 소문이 난 의리파 서생 온규헌(温葵軒)을 찾아가 상이한 후
조속한 시일내 대책을 강구 하기로 했다.
온규헌은 서문경의 집에서 선생 노릇을 한적도 있어 월랑과의 인연도 있었다.
때마침 동창부(东昌府)의 송사(讼事)를 다루는 재판관인 추관(推官)이
청하현을 순시할 예정이란 것을 알고, 소장(诉状)을 작성해 올리기로 작정했다.
전란 후 민심이 뒤숭숭해 지고 도처에 도적때들이 들끓차
조정에서는 성부(省府)의 추관으로 하여금 지방을 순시케 하여
백성들의 억울한 송사를 처리케 하였다.
이번에 순시하는 동창부 추관은
강서(江西) 출신의 유예(刘锐)라는 사람으로 아주 강직하기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유추관이 임청을 거쳐 청하현에 오는 날이 되자,
오전은은 친히 말을 타고 관졸들을 거느리고 현의 경계까지 마중을 나가
정중히 유추관을 맞이하여 돌아 왔다.
행렬이 관왕묘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난데없이 이백여 명의 유생들이 땅에 없드려 있었다.
유추관이 행렬을 멈추자 한 유생이 두르마리 편지를 두손으로 공손하게 바치며
현명하신 추관님의 공정한 판결을 바랍니다 하고 말한다.
그는 말 할 것도 없이 유체인이었다.
< 诉 状 >
동창부 청하현 유학(儒学)은 본지(本地)에 '원성이 자자한 옥사' 건이 있어,
생원 유체인, 온규헌, 이상의(李尚义)외 180명의 유생들이 연명으로
삼가 동창부 추관 어르신께 간절히 소(诉)를 올리오니 현명하고 공명정대한 판결을 바라옵나이다.
-첫번째 죄는?-
본 현의 전리(典吏)로 있는 오전은(吳典恩)이는
본시 제형부(提刑府) 천호(千户)벼슬 부전옥(副典狱)을 하고 있던 고(故) 서문경의 가내에서
서기 노릇을 하던 자로서. 출신을 속이고 서문경으로 부터 매관 매직하여 벼슬길에 오른 것이요.
-두번째 큰 죄는?-
금나라 오랑캐가 이 강산을 침범하여
청하현을 지키기위해 고군 분투하던 지사 나리와 지휘부가 모두 순직하였습니다.
오전은은 관직에 있는 몸으로 오랑캐를 막고 백성을 안심시키고 민심을 수습하기는 커녕
홀로 어디론가 잠적 하여 목숨을 구걸한 후 전란이 수구러 들자 나타나서는
지휘부가 없는 틈을 타 감히 지사 관인을 도용하여 사복(私腹)채우기에 급급 하니,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성상폐하의 성심을 호도하니 백성들의 피를 빠는 독충이라 할 것이다.
-세번째로 큰죄는?-
지난 겨울 전리 오전은은 생전에 은혜를 입었던 고 서문경 전옥의 미망인 오월랑이
방화와 많은 재물을 도둑맞은 사건이 도둑들의 재물 분배 싸움으로 살인으로 번진 사건이 있었읍니다.
범인의 가속이 자수 고발을 함으로 알려진 사건으로 주범 장소교 부부가 체포되어 옥사에 수감되어 있으며,
사건의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대부분의 장물이 물증으로 압류한 만금 가량이 회수되어
원 주인에게 돌려줌이 마땅한데 본인이 모두 착복하고 소량만 상부에 허위 보고 하였나이다.
게다가 전리 오전은은 옛 주인 오월랑가 하인이
사통했다는 터무니 없는 죄명을 만들어 옥에 가두어 놓고는 심복 형리를 시켜
급전 일천 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사실은 형방의 옥리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며
오전리와 심복 형리만 문초하면 그 죄상이 명백히 들어날 것이 옵니다.
명색이 국록을 먹는 관리로서 백성의 안위와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처리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물을 착복하고
옛 은인의 미망인에게 누명을 씌워 금전를 갈취하는 일은,
인륜과 효 충절을 숭상 해온 우리 현에서는 실로 일찌기 없던 고이한 일이오니,
이에 사안의 자초지종을 명백히 밝혀 주실것을 추관 어르신께 간곡한 소를 올리는 것입니다.
업드려 바라옵건대, 억울한 백성들의 원한을 해결하여 주시고,
공명정대한 국법의 준엄한 심판으로 황상폐하의 어지신 은덕을 온 천하에 널리 밝혀 주소서!
소장의 끝에는 장물의 명세가 있는데,
장소교에 의해 살해된 내안의 처가 알려준 것이라 되어있고,
금화 삼백냥...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 왔다.
두루마리 소장을 읽어 내려가던 추관 유예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가자,
옆에서 지켜 보고 있던 오전은이 궁금해 하며 묻는다.
" 추관 어르신 무슨 내용이시온지요?"
유추관이 소장을 넘겨 주며 자네가 한번 읽어 보시게 하자,
오전은은 소장을 읽어 내려 가며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면서 부들부들 손까지 떨고 만다.
글을 읽고 놀란 오전은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결백을 호소 하며 추관 유예에게 아뢴다.
"추관 어르신 이것은 전부 거짖이옵니다,
소인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러자. 엎드려 있던 유생들이 벌때처럼 일어나 삿대질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저 악질 탐관 오리를 처벌해 주소서!
처벌해 주소서!"
오전리의 말은 전부 거짖이요?
그렇다고 솟장만 믿고 처리할 수는 없는지라 유 추관은 "에헴 에헴 음" 기침을 하며
위엄을 갖춘 후 유생들을 향하여 여러분들의 뜻은 잘 알겠으니
관아로 가서 자세하게 조사를 한 후 처리 하도록 할 것이니
오늘은 이만 물러 가도록 하시오! 하고 말한다.
유생들도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판결 할 것이라 생각은 안했고
충분히 의사가 전달 되었으니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유추관은 나름대로 강직하고 곧은 성정이었으나,
이번 지방 순회로 마음이 조금 바뀌어 가능 하면 골치아픈 송사는 피하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 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또한 마중나온 오전은의 첫인상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청하현 첫 송사건이 장물의 량도 어마어마 하거니와
유생 이백여명이 집단으로 소장을 연명하여 올리니 대충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
내일 부터 자세히 조사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오전은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추관이 유생들을 일단 해산 시키자,
추관을 모시고 관아로 가면서 생각한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가네 하며, 추관을 객관에 모셔 놓은 후,
은자 일백냥과 금 열냥을 상자에 넣어 밀봉한후,
심복 관원을 시켜 객관에 묵고있는 유추관에 전달 했다.
관리가 돌아가자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상자를 열어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금덩이와 은자가 가득해서 문득 생각이,
아! 잘 부탁 한다는 뇌물임이 분명한지라 어떻게 하냐 라며 하면서도 물욕이 머리속을 꽉 채웠다.
그런데 솟장 말미에 적혀있던 황금 삼백냥이라는 기재 사항이 얼핏 떠올랐다.
"아니! 이놈 봐라?
이런 뇌물을 바치는 걸로 봐서는 유생들이 쓴 솟장 내용과 명세표가 맞는것 같은데,
겨우 요걸 나한테 바치고 나머지를 혼자 먹어 치울려고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라.
내가 본격적으로 추궁하여 공정하게 판결한다면
내한테는 떡고물 한푼 떨어지지 않을 것이니 어떻게 처리 하는 것이 모두에게 무난 할까 하며,
유혹의 손길을 피하지 못하고 밤세 고민으로 잠을 설쳤다.
날이 밝자, 관아로 간 유추관은 오전은을 문초 하는데,
좌우를 물리치고는 은밀하게 제안 하였다.
"유생들의 솟장데로 라면 자네는 중벌을 면치 못하겠지만,
첫인상도 좋았고 나도 사람인지라 먹고 살아야 하고 상부에도 인사치례를 해야하니
명세서에 쓰여있는 황금 삼백냥만 넘겨 준다면
자네가 상부 보고서에 얼마를 기재하던지 상관하지 않겠네, 어떤가 내 조건이?"
오전은은 난감해진다.
장소교가 마적에게 빼앗긴 수량까지 개되어 있는데
그것 까지 내놓으라 하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자세하게 사건내용을 보고 하였으나 유추관은 솟장 내용데로라면
오전이는 걷과 속이 다른 인간이란 것으로 알고 있으니 그의 말은 믿을 추관이 아니었다.
잠시나마 물욕에 욕심이 생겼던 유추관은 장신을 가다듬고 호통을 치면서 명령한다.
"여봐라! 나를 금은보화로 매수하려하고 도적의 보물을 착복한것도 모자라
급전까지 요구한 저 괘씸한 놈을 곤장 오십대를 쳐서 하옥하여라!"
치도곤으로 사정없이 내리치자 옷은 다 헤어지고 엉덩이는 피가 티며
오전은은 초 죽음이 되어 옥에 갇이는 신세가 되었다.
유혹의 손길을 물리치고 전리 오전은을 비롯한 심복 관료를 해임하고,
비위 관료를 징계하였다.
청하현의 흉흉한 민심을 한시바삐 수습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청하현 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소청서를 작성하여,
현지 송사 판결 내용과 장물 일체를 안찰원(按察院)으로 보낸 후,
다음 순찰지로 길을 떠났다.
한편, 보고서와 장물을 받아 본 안찰사(按察使)는 생각지도 않은 엄청나 재물을 보고나자,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욕심이 솟구치며 상부에는 적당히 보고 하고 꿀꺽 하기로 작정을 하였다.
그러면서 허위 보고서를 작성 상부에 올렸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안찰원 내에는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혼자 통째로 꿀꺽하였으니 소화가 될 리가 없었다.
재앙의 씨를 꿀꺽하는 순간 죽음의 사자는 다가 오고 있었다.
추관과 안찰사의 소청서를 받아본 동창부에서는 신임 지사로 보낼 인물을 모집하는데
품성과 업무 능력보다는 추천에 의해 선정을 하다 보니,
청하현은 돈많은 부자들이 많기로 소문이 난데다가 이번 신임 지사 임명건이
서문경과 관계된 사건 때문인 것을 잘 알고 있던 서통판(徐通判)은 삼백냥을 바치고
임명장을 받았으니 오전은의 품성과 다를바 없을 것이 뻔하였다.
서통판이란 작자는 임지로 떠나는 말등 위에서,
도둑맞은 장물을 거의 회수 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어떻게 하면 한 밑천 잡아 본전을 채울까 하는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임지에 부임하자 말자 제일 우선 월랑의 재물 도둑 사건부터
서류를 조사 하고 회수한 장물 확인에 나섰다.
그런데, 만금이 넘는다던 재물은 안찰원으로 넘어간지 오래되었고,
범인 하옥되어 있다던 장소교도 부임 전날 죽었다며 시체만 흉한 몰골로 남아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곤두선 서통판은, 며칠전 까지 멀쩡하던 범인이
갑자기 죽은 무슨 사연이 있을듯 하여,
죽는 날 근무했던 옥졸들을 데려다 곤장 몇대를 때리고는
바른데로 말하지 않으면 곤장 세례를 퍼붓겠다고 하자
시치미를 뚝때든 때와 다르게 실토를 하였다.
"아이구, 소인들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요,
오 전리가 시키는 데로 했을 뿐입니다." 하고 말 하였다.
알고보니 신임 지사가 부임한다 하니 뒤가 구린 오전은이 옥졸들을 매수 하여
치도곤으로 메타작을 하여 죽게 했던 것이었다.
서통판이 그런 사실을 모를리 없었다.
한몫 챙겨 본전을 빨리 채워 놓기에 혈안이 되어 있느데 그냥 넘어갈 위이 아니다.
그 즉시 오전은을 불러내어 곤장을 치며 닥달을 한다.
"아이구, 제발 살려 주십시오!
소인이 지은 죄는 이미 추관 유예 나리에게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그 외는 아는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곤장을 쳐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 밖에 없었다.
유 추관에게 곤장을 맞으면서도 감쪽같이 빼돌려 놓운 황금 스무냥을
신임 지사에게 바친다 해도, 풀어 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장소교를 죽여 달라고 사주했던 것이다.
후일 언젠가 석방된다면 그것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재의 고통은 어떻게든 참아야 한다고 이를 악문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오전은이 었다.
서통판은 어떻게 해서던 재물을 모으려 왔지
청하현의 백성들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돌볼 현의 훌륭한 지사 깜은 아니었다.
불같이 욱하는 성격에 같은 말 만 되풀이 하자,
바른 말을 할때 까지 치라고 하자 백여대 가까이 곤장을 맞고는 기절해 버렸다.
오전은은 다시 깨어나지 못한채 그날 밤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혼자만 아는 곳에 숨겨놓은 황금 덩어리도 그의 죽음과 함께 다시 햇빛을 보지 못했다.
설상 가상으로 장씨 아들 장대도 임청에서 체포되어 문초를 받던 중
옥사를 했다는 전갈을 받고 보니 재물 강탈 사건은 기댈 언덕이 없어지고 말았다.
서통판은 어떻게 해서라도 우려 먹으려던 것들이 사라지고 말자,
청하현 제일 갑부의 미망인의 급전만 받으면 풀어줄 요량으로 차일 피일 미루며 동태만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신임 지사가 오면 석방 될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유생들이 벌때같이 일어나 항의하며 관아 앞에서 시위를 하니 신임 지사도
오월랑이 빈털터리가 된 것을 알고는 석방 하고 말았다.
월랑의 재물 강탈 사건은 마무리 되었으나,
헛물만 마신 서통판은 앞으로 어떻게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서 재물늘 모을지 걱정이 앞선다.
일확 천금의 재물 망상에 사로잡혀 벌써 네명의 목숨을 가져 갔지만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은 또 얼마나 재물에 유혹 될까?
월랑 재물의 비둘기 누포(漏脯)가 안찰사의 수중에서 또 어디로 옮겨 다니며,
한심한 중생들의 목숨을 얼마나 줄줄이 앗아 갈지 세상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월랑은 결국은 재산까지 다 털리고,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서는,
급전 상납 못한 죄로 치도곤에 엉덩이가 곤죽이 되게 맞는 수모를 당하면서
팔자에도 없던 고생에 신물이 났건만 원망 한번 하는 일이 없다.
진정한 현모양처요, 대갓집의 안방 마님이나,
서문경과의 얼킨 인연이요 지아비가 뿌린 씨앗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그놈의 질긴 업보 또 어떻게 전개 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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