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적원외의 혼인 무효 선언도 불사 하겠다

오토산 2021. 3. 20. 20:52

금옥몽(속 금병매) <80>
적원외의 혼인 무효 선언도 불사 하겠다 하니 난처해진 이사사는 다시 정옥경을 불러 들이는데...

날아 밝았다.
집안 모든 사람들이 어제 저녁 도둑 이야기로 시끌벅쩍 하다.
옛 말에 남에게 들키지 않을려면은 아예 나쁜짖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 아무리 남의 눈을 피해서 만난 밀회라고는 하지만 길면 꼬리가 잡히고,

낯말은 새가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은병과 옥경의 사랑 놀이는 동네 방네 소문이 나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사사가 연루된 삼각의 추잡한 관계이다 보니

식솔들 누구도 함부로 공개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다.

팔월 보름 날이었다.
적원외는 한량패들과 어울려 술을 먹게 되었는데,

함께 정랑에 갔다가 손를 씻을때 보니 옥경의 허리춤의 금색 실매듭의 빨간 호리병 모양의 주머니가

자신이 은병에게 주었던 것과 똑같은 것이라 슬며시 접근하여 갑자기 낚아채어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옥경이 당황한 얼굴로 두손을 벌리면서 돌려 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형님, 그것을 안 돌려 주신다면

저도 앞으로 형님 물건을 제 마음대로 슬쩍 하겠습니다."

그래도 적원외는 대꾸가 없다.
적원외는 모두가 돌아가기를 기다렸다가.
은병의 침실로 찾아갔다.
은병의 침실은 혼례 조건으로 절대 출입 안하기로 약조가 되어 있었든지라

앵도를 시켜 세번이나 불러냈건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가 치민 적원외는 이사사에게 일러 바치겠다고 엄포를 놓고

헤어지기까지 거론 하자 그제서야 마지못해 은병이 나왔다.

한달 전 정옥경과의 밀회가 들통 난 이후로는

마누라로서 함부로 적원외를 거절하진 못했다.
하지만 방사를 치루어도 감정이 섞이지 않은 은병은 꼬다논 보리자루요

적원외만 혼자 헐떡이다 내려오니 오히려 둘 사이에는 혐오감만 쌓여 갔다.
적원외는 빨간 호리병 주머니를 손에들고는 은병에게 따진다.

"어떤 사람이 내가 네게 선물한 물건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낚아채 왔지."

은병은 마지 못해 그게 무슨 물건이냐며 물어보자,

그제서야 빨간 주머니를 눈 앞에 흔들어 보이며 다그친다.

"이게 왜 옥경이란 놈 한테 가 있지,

내가 정표로 준것이 틀림 없는데 어디 말해 보라고?

 

참! 이제야 알겠어

서방질해 먹은 놈이 정옥경이란 것이 확실해 졌구만

어디 그래도 입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그러면서 빨간 주머니를 은병의 얼굴을 향해 던져 버렸다.
처음에는 새파랗게 변해있던 은병이 주머니가 날아 오자 오히려 악을쓴다.

"이게 왜 내꺼예요?
전혀 다른 것이구만!
세상천지에 비슷한 물건이 어디 한 두개 뿐이던가요?"

은병의 악다구니에 화가 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적원외는 은병의 겉치마를 거세게 들추어 본다.
은병의 허리에는 어떤 향냥 주머니도 없었다.
적원외는 더 화가 솟구쳐서는 이까지 바드득 간다.

"야 이년아!
그럼 여기 메달고 있던건 어디로 갔나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하면서

은병의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은병은 뒤로 몇 걸음이나 뒤척이다

땅바닥에 풀석 주져 앉아 버린다.
싸움 소리에 앵도가 쫒아 들어 왔다.

 

화가 풀리지 않은 적원외는 앵도가 들어오자

아주 문을 걸어버리고 닥치는대로 은병을 패데기 시작했다.
앵도가 간신히 갈라 놓자 은병은 엉엉 울면서

재빨리 자기 방으로 도망쳐서 방문을 아주 빗장으로 잠가버렸다.
분이 풀리지 않은 적원외는 뒤쫓아가 문을 열라고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다 지쳐서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화무십일홍(花无十日红)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데,

세상 만사가 변함없이 꿀맛나는 일만 있을 수 없다는것을 말해 준다.
기쁨이 넘쳐나면 슬픔이 생겨나고, 달콤한 맛 뒤에는 쓰디쓴 맛도 있게 마련이며

천날 만날 매일 좋은 일만 있을수 없는 법이다.

적원외는 집에 돌아와서도

밤세 생각해보니 생각 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구 분해!
아마 그놈이 이사사와 짜고서는 내 알토란 같은 재물을 울겨 먹은거야,

아이 바보같이 수천 냥의 거금을 계집의 치마폭에 던져주고

엉뚱한 놈 오입질만 시켜주고 난 헛물만 켯은니 아이구 이 머져리야!
난 비싼 돈 들어 금준미주의 호화 술상을 차려놓고 한두잔 밖에 못 마셔보고

엉뚱한 놈팽이 놈만 술취하게 했잖아?"

적원외는 이제서야 자신이 당한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통이 터진 그는 날이 밝자 마자 유천호의 아들 말더듬이 유가놈을 불러

전후사정을 얘기하고, 이사사에게 말을 전해달라 당부했다.

"그, 그러니깐

두루 알~ 알토란 같은 도~돈만 빼먹고
는 나를 속였으니...
이. 이, 이럴 수가 있는게요?
마누라 도둑맞은 파, 팔불출 병신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몽땅 돌려주고, 호~혼약은 없던 걸로 합시다요!"

횡설 수설 떠듬떠듬 답답하게 요령도 없이 되는데로 지껄여 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백일하에 다 들어난 상황이니 이사사라고 변명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저 이리저리 둘러대며 구슬러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아직 계집아이가 나이가 어려 뭐가 먼지 잘 몰라서 한 행동이니 화가 나더라도 참으시고,

이곳 개봉성에 낙양 본가같은 집한채를 마련해서 그 아이를 데리고 가

집구석에 숨겨 놓으시고 신방을 새로 차리는게 좋을 것 같군요?"

말더듬이 유가놈이 적원외의 말을 전하고 돌아가자,

뾰족한 묘수도 없고 아녀자인 자신이 외부에 손을 쓸 수도 없는 쳐지라

다급해진 이사사는 생각 끝에 다시 정옥경을 앞세워 수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옥경에게 들어와 달라는 기별을 하였다.

"흥!

두둘겨 패서 쫒아 놓고는 다시는 집 근처에도 얼씬도 못하게 하더니

왜 이제와서 또 불러?
난 못가겠다, 안간다."

아직도 얻어 맞은데의 멍 자욱이 남아 풀리지도 않았는데

고개 숙이고 가려니 채면이 서지 않는 옥경은 신경질 까지 부리며 못가겠다고 딱 잘라 버린다.
이사사는 다른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사람을 보내 정옥경을 부른다.
두번씩이나 사람을 보내자 조금 마음이 누그러진 옥경은 은병이 보고 싶기도 하고,

만약 또다시 거절 한다면 모든걸 자신에게 덮어 씌울 것 같아

못이기는채하고는 들어와 응접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이 착잡한데 그때 휘장이 살짝 걷히며 앵도가 얼굴을 내밀고는

"아씨께서 할 말이 있으니까 이경에 오셔서 얘기좀 하재요 ,

제가 고양이 부른르는 소릴 들으면 넘어 오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운이 나타나자 얼른 휘장을 닫고는 사라졌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