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77>
월랑이 진주 염주를 보시하였던 준제암에서 요공과 대안이 만나 어미와 아내를 찾아 길을 떠난다.
준제암의 수리가 불심이 돈독한 왕행암(王杏庵) 거사의 재산 희사로 인하여 말끔히 끝났다.
설간선사 요공스님 왕행암거사는 부처님에게 향을 올리고 준제암을 다시 일으키게 된것에 대하여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왕거사는 준제암에서 이제 다시 예불의식을 거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주위의 신도 들에게 알리고
수행을 아주 많이 한 고승까지 와 계신다고 소문까지 내자 주위의 많은 신도들이 반기며
쌀 밀가루 기름 땔감들을 시주 하였으며 보살 한분이 자진해서 부엌일 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이곳에 거쳐하던 묘취스님이 성안의 왕고자암(王姑子庵)으로 옮겨간 후,
이곳을 돌볼 사람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신도들은 마치 새로 지은 것 같이 깨끗하게 수리된 불전에서
향불을 피우고 부처님에게 참배를 하게 되었으며 설간선사에게서 깨우침의 설법까지 들을수 있으니
소문을 듣고 신도 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요공 사미승도 우연인지는 모르나 월랑이 잠시 의탁 하였던 준제암에
진주로 만든 백팔염주를 시주하였던 인연인지 이곳 준제암까지 와서 수행하게된 것을 무척 기뻐하였다.
한편,
대안은 머나먼 동경 개봉부까지 월랑과 소옥을 찾아 갔다가 허탕을 치고 고생고생하며
돌아와 황랑한 서문부에 기거하며 이리저리 수소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해가 지나도 아무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없었다.
답답하던 대안은 다시 준제암을 찾아
묘취 스님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며 준제암을 다시 찾았다.
본당 앞에 들어선 대안은 채소를 말리고 있는 노스님을 보고는 새로지은 듯
깨끗해진 대전과 노스님으로 보아 새로 스님이 오신것을 짐작했다.
"이 암자는 원래 묘취 비구니 스님이 계셨는데
노스님 어떻게 된 사연입니까?"
"소승은 비구니 스님은 본적이 없고 황폐화된 암자를 다시 개수하여
이곳에 기거하게 되었으며 제자 요공과 둘 만이 있지요."
노스님에게 이야기를 들은 대안은 맥이 탁 풀려 계단에 힘없이 털석 주저않고 말았다.
묘취 스님이라도 만나면 아내 소식이라도 알 수 있으려나 하였는데
묘취스님을 전혀 알지 못한다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찌하나?
그나저나, 스님!
먼 길을 왔더니 목이 타는데 물 한그릇 먹을 수 있늘까요?"
그러자 노승은 여전히 채소를 말리면서 큰 소리로 제자를 불렀다.
"요공아!
길가는 시주께 물 한 사발 갖다 드리거라!"
요공이 쟁반에다 물 한 사발을 가져다 주니 대안이 벌컥벌컥 마신다.
요공이 대안의 위 아래를 이리저리 훑어보면서 낯이 익은 얼굴이라 생각했지만
어디서 보았던 얼굴인지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안 역시 어린 중이 낯은 익은데 도대체 어쩌서 아는 얼굴 같은지는 생각 나지 않았다.
"큰 스님 께서는 원래 어디 계시다 이리로 오셨습니까?
작은 스님은 말씨가 이곳 분이신것 같은데?"
"소승은 사천(四川)에서 태어났으나,
태산(太山)후석동(后石洞)에서 사십년간 수행을 하며 지내다가
개봉성 오십여리 쯤 되는 곳 관음당(观音堂)에서 포교 활동을 하다가
이 아이를 만나 제자로 삼아 수행하다가 이리로 오게 된 거라오."
"실례지만,
작은 스님은 고향이 이디시온지요?"
요공이 웃으면서 대꾸한다.
"처사님은 무엇 때문에 남의 신변을 자꾸 알려고 하시나요?"
"이 아이는 이곳 사람이지요.
사 년전 금나라 오랑캐가 개봉에 쳐들어와 성을 장악하고 백성들을 괴롭히자
어미와 피난을 나셨다가 혼자 된 것을 어떤 부부가 저의 암자에 의탁을 시킨 것을
내가 이아이를 지켜보니 총명하고 진실되어 제자로 삼았습니다.
그때 이아이가 일곱 살이었는데,
맡긴 사람에 따르면 모친 성이 오씨(吳氏) 이고 부친은 관직이 제형소 전옥(提刑所典狱)이였다 합니다.
청하현에서 큰 부자였으나 부친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것 같으며,
이아이가 열 한살이니 사년전 일이지요."
아! 하는 소리를 지르며 대안은 요공스님을 붙잡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그렇지 틀림없어.....
" 효, 효가 도련님!
도련님이 맞지요?
요공 스님도 그제서야 어렴풋이 생각이 떠오르는 듯,
헤어질때 저를 업고 다녔던 그아저씨 맞지요?
"그 그럼, 대안 아저씨?"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둥켜 안고 엉엉 하며 소리내어 울었다.
참! 인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으나 불심의 힘에의한 부처님의 덕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설간선사는 두 사람이 부둥켜 안고 울고불고 하는 모습애에
눈시울을 붉히며 불경을 크게 봉송하며 부처님에게 향불을 피워 올린다.
그리고는 나무아미타불 을 읆조리며 배례를 한다.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덕이로고!"
요공은 대안과 함께 부처님께 감사의 절을 하고는 그간의 소식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대안이 말한다.
"여기가 전에는 설고자 비구니 스님의 암자였으며 도련님도
어머니와 함께 한달 가량 머물다 간적이 있는데 기억이 안나세요?"
"전혀 기억이 안나요,
단지 아저씨가 저의 손을 잡고 오랑캐를 피해서 막 도망치다가 많은 인파 때문에
헤어져 이름은 모르지만 아버지와 친구였다는 그 부부가
아저씨를 찾다가 안보이자 나를 곧장 암자에 데리고 온 기억 밖에 없어요."
두 사람은 그간 격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가 하다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지나간 세월의 회한을 되뇌이기에 바빴다.
날이 어두워 져서도 둘은 지나온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다.
갑자기 개가 짖어되어 문을 열고 내다보니, 송나라 군복을 입은 두 병사가 서있었다.
모포까지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먼길을 가는것 같았다.
"어떻게 오셨시우?"
"남경(南京)에서 문서를 전하기 위해 산동(山东)으로 가는 길입니다.
인근 마을에 사는 친구한테 들려 신세를 지고 갈렸더니 난리통에 모두 죽어버리고
마을도 황폐화 되어 갈데는 없고 잠시하루 밤이라도 묵어 갈려고 들렸구만요."
"네 그렇군요,
우리역시 여기에 온지가 얼마 되지않아 대접할 것도 없고,
변변한 승방하나 없으니 불편하시더라도 불당에서 잠이나 주무시고 가시구려."
"잠 잘곳만 마련해 주신다면 우린 감지덕지 하지요,
말린 빵과 미숫가루가 있으니,
수고 스럽지만 뜨거운 물만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안이 그들과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물어 보았다.
"황상폐하께서는 개봉으로 다시 안돌아 가시나요?"
"아이고, 말씀 마셔유.
지금있는 남경도 금나라와 너무 가깝다고 오랑캐가 쳐 들어 오면
대피할 시간이 없다며, 항주로 천돈가 뭐신가 한다고 난린디,
개봉으로 다시 돌아 갈리가 있나요?"
"동경(东京)의 맹태후(孟太后) 께서는 언제 남경(南京)으로 가셨나유?
장방창(张邦昌)은 어떻게 됐었나요?"
"아이고,
그 역적 잡놈이야 진작에 능지처참을 당했지유,
우리도 개봉에서 그 역적놈하고 같이 배를 타고 갔던 사람이니 내막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지금은 진강수영(镇江水营)에서 도통제(道统制) 한세충(韩世忠) 장군 휘하에 소속되어 있구만유."
이들이 장방창의 배를 타고 강남으로 갔단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월랑도 그 선단의 배를 탔다고 들었기에 어쩌면 월랑의 소식을 알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경에서 태후(太后)를 모시고 떠난 배의 선단에 궁녀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고관들의 가족과 일반 아낙들도 일부 타고 있어 임청에 들렸다 남경까지 갔다고 하던데
모두 무사히 잘 도착 하였던가요?"
"웬걸요?
청강포(清江浦) 관문에 이르러서 오랑캐 군대가 남경 인근 장강에 포진 선단을
격침시킨다는 소식이 있어, 배안의 궁녀들을 모두 점호 확인하고
적의 첩자가 섞여 있을지도모르는 일반인들은 모조리 하선 시켰지요,
회안부(淮安府)에서 각자 배를 갈아 탓구만유."
이야기를 들은 대안은
효가에게 월랑 마님이 그 배에 탓었기 때문에 이제 소식을 들은것 같다며
기뻐하면서 효가를 꼭 껴안았다.
"말씀하신 것은 모두 참말이겠지요?"
"허허참!
우리가 명령을 받고 배에 들어가 궁녀들을 점호하고
일반 승선자를 하선시킨 장본인인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두사람이 잠을 자려 불당으로 가고 나자,
대안은 효가에게 회안에 가면 월랑과 소옥의 행방을 알 수 있을것 같다며 떠날 계획을 이야기한다.
"회안까지는 천리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그리 많은 시간은 소요되지 않지요,
도련님은 출가한 몸이니 소인만 대처승 복장을 하고 목탁을 든다면 동냥을 하면서
찾아갈 수 가 있고, 절이나 암자에서 숙식도 가능하니 어딘들 못가겠어요."
둘은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 눈을 뜨자 마자 요공은 스승 설간선사를 찾아 어머니를 찾아 떠남을 허락해 달라고 아뢰었다.
"불초 제자는 수 년간 스승님의 지도와 가르침에 미혹에서 빠져나와 깨달음의 길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진실로 억겁(亿劫)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소중한 인연이었습니다.
마땅히 스승님의 가르침을 쫓아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도리이나,
옛 하인을 만나고 나니 어머님에 대한 생사와 근항이 자식된 도리의 마음을
평정치 못하게하여 걱정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불같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스승님께서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어미를 찾아 길을 떠날수 있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살이가 다 인연과 불심의 힘만으로는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니
네 어찌 인지상정의 도리를 모른척 할 수 있으리오,
다만 이번 길에는 네 스스로 수행을 쌓는 기회가 되게 하거라,
특히 수 없이 부딧치게될 애욕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데, 반드시 계율을 지키도록 명심 하거라.
원망과 재앙의 덩쿨을 만나게 되면 하나씩 차근하게 제거하여야
수행의 목표를 이룰 수 있고, 불성이 빛 나게 되느니라,
내가 여덟 귀절의 게송(偈颂)을 줄테니 명심하여 실천하도록 하여라
그러면 마음의 평정을 찾아 하는 일도 쉽게 해결 될것이다."
밝은 저 달 누구와 친구하랴. 갈대 꽃만이 홀로 피었구나.
가사는 해어졌어도 염주는 온전하니,
바닷물 들어왔다 나가는 소리만 들린다.
호랑이 굴에서도 부처는 만날 수 있는법
원앙금침 안이라도 음행은 삼가하라.
잘못과 죄를 용서한다면 연꽃같이 깨끗하고
매화같이 굳굳한 마음을 갖게 된다.
요공(了空)은 스승의 게송을 듣고나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가부좌를 하고 단정하게 앉아서 설간선사의 가르침을 받은후 재배를 하였다.
요공은 대안과 부처님께 절하고는 스승께 하직 인사를 올린다.
바랑위에 방석과 짚신과 낡은 승려복을 짊어지고 대처승 복장의 대안과 길을 떠났다.
오랜 전란 속에 흉년까지 들어 민심이 크게 흉흉하였다.
넓고넓은 막막하기만한 인연 찾아 나서는길, 요공과 대안은
어미와 아내를 과연 만날 수 있을까?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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