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82>
은병은 사랑따라 정랑을 쫓아 일엽 편주에 몸을 싣고 도망을 치고...
오늘밤 마지막으로 오라버니 품에 안겨보고 나서
내일 아침에 목 매달아 죽어 버릴래요.
"흑흑,
오라버니!
제 장례는 오라버니가 치뤄주세요?
적원외 그치는 제가 죽고나면 혼수 본전 생각에 이를 바득바득 갈거예요,
아마 관 값도 안내놓을 거예요."
당황한 옥경은 은병을 감쏴안고는 은병을 달래기에 바쁘다.
" 아니,
그만 진정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지금 당장 우리가 부부의 인연을 맺지 못한다고 구만리 같은 꽃다운 청춘을 허망하게 끝낼 수야 없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그리고 내 말을 들어봐,
우리 아예 도망을 쳐 버리자,
그래서 개봉에서 멀리 떨어져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같이 살자구
그러면 되잖아 어때?"
그러자 은병이 울음을 그치고는 눈빛을 반짝이며 다그쳐 묻는다.
"도망!
어떻게 도망을 가요?
잘못해 붙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구요?"
"하하하,
잡히긴 왜 잡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집이 변량하를 경계로 담을 마주 하고 있으니 강을 이용해 배를 한척 전세내어
남쪽으로 가면 된다고, 강에는 많은 배들이 다니기에 개봉만 벗어나면
찾을 길이 없다고 그러니 준비만 단단히 하였다
몰래 사라지면 우리가 없어진걸 알고 난 때에는 벌써
일이백 리는 멀리 가 있을 거구.
나야 부모는 돌아가셨구 처 자식도 없으니 준비 할 것도 없고
옷가지 몇벌 만 가지고 가면되니 언제든지 뜰수 있다구,
남경(南京)진강수영(镇江水营)에 고모부가 계시니 우선 거기로 가서
정착해 살곳을 정하자구,
어디간들 이 젊은 몸뚱아리가 있는데 굶어 죽기야 하겠어,
안그려?"
그제서야 은병은 눈물을 닦고서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게 해요!
저도 준비 할께요,
우선은 살아갈 돈도 마련해야죠,
혼례때 적원외가 보내온 것을 오라버니가 내한테 갔다준 금은 보석이 다섯상자가 있어요,
큰 돈은 어머니가 가져 갔지만, 그리고 잔치때 받은 절값도 있고 잔돈푼도 좀 남아 있어요.
비단도 두루마리 필째 있어서 매각한다면 팔구백 냥은 족히 받을 거예요.
오라버니가 하루라도 빨리 일정을 잡아주세요,
머뭇거리다가는 적원외가 언제 저를 데려갈지 모르니까,
이젠 이곳에서 갇혀 지내는 것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다가오는 내일모래 캄캄한 그믐날 밤에 떠나는 것이
좋을것 같은데 준비가 가능하나요.
옷과 이불은 물론이고 화장대도 가져 가고 싶어요.
앵도도 데리고 가요,
앵도는 내가 이야기 하면 따라 나설 거예요
시중도 들고 심부름도 해야 하니까요.
신호는 내가 창문을 열어 놓을테니 오라버니가 새총으로 연락을 해주세요,
새총 잘 쏘시잖아요.
모든 계획이 정해지자,
욕정이 샘솟는 청춘 남여는 한차례 뒤엉겨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헤어졌다.
은병은 가지고 있던 은화 한 꾸러미와 금 팔찌 두개를 주면서
준비하는데 보테어 쓰라고 했다.
다음날 옥경은 하인 진희(进喜)와 함께 강가에 가서 배 한척을 전세 내었다.
마침 소주(苏州)에서 온 배로 급히 남쪽으로 돌아간다하기에
열다섯 냥에 양주(扬州)까지가기로 합의하고 계약금으로 다섯 냥을 지불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밤에 가족과 같이 떠날거라고 하고는
미리 아끼던 물건과 이불, 간단한 세간살이를 실어 놓고 진희에게 잘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떠날 준비가 완료되자 옥경은 은병의 창문이 열리기 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가 지며 땅거미가 드리워 오자 창문이 열렸다.
옥경은 새총알 돌에 편지를 싸서 은병의 방에 쏘아 넣었다.
짐을 꾸려놓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은병은 새총알에 쌓여진 쪽지를 급히 펼쳐보니
'삼경(三更)'이란 단 두글자가 쓰여 있었다.
은병은 앵도에게는 여기 기루에서 평생 기생으로서 살아 보았자 인간다운 대접을 못 받으니,
같이 도망쳐서 양가집 규수처럼 살아보자고 해서 쉽게 승락을 받아 놓았었다.
은병은 앵도에게 조심스레 후원 담벼락 밑에 가져갈 짐을 옮겨 놓도록 했다.
그리고는 삼경에 떠날 차비를 해서는 그곳에서 담을 넘을 튼튼한 의자도 준비해 가지고 오라고 일렀다.
이경(二更)이 지나자 옥경은 조심스럽게 후원 담 아래 커다란 버드나무 밑으로
배를 정박하게 하고는 사공에게는 짐을 다 싫으면 떠날 테니
한숨 자두라고 말해두고 담장으로 가서 은병이 연락해 오기를 기다렸다.
삼경(三更)이되자 은병은 캄캄해 앞이 보이지 않지만
잘 아는 후원길이라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앵도가 의자를 갖다놓고 기다리고 있어
담밑에와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진희가 담을 넘어 왔다.
은병과 앵도를 담너머로 내보내자 옥경이 받아서 내렸다.
갖다놓은 짐 보따리를 모두 넘기고는 진희도 담장을 넘어갔다.
넘겨놓은 짐을 모두 배로 옮기고 나서는 사공을 깨워 배를 출항 시켰다.
이제 아침이 밝으면 멋있는 동트는 풍경과 붉게 물들어 떠오른 아침 해를
볼수 있게 가족들을 배려 야밤에 출항을 잡았다고 하자
순박한 사공은 정말 행복한 가족들이구나 하며
아침 해를 보기 좋은 곳으로 안내 하겠다며 열심히 노를 저었다.
마침 순풍까지 불어 주자 뱃사공도 신이 난듯 콧노래 까지 흥얼 거렸다.
평소처럼 느즈막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난 이사사는
세숫물을 갖다놓지 않은 앵도를 탓하며 침상 위에서 꿈지럭대면서
이리딩굴고 저리 딩굴고 하면서 옥경이와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흐뭇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뜨도록 앵도가 나타나지 않자
화가난 사사가 옷을 대충 입고는 은병의 방으로 가보니
앵도는 보이지도 않고 은병이 방이 텅 비어 있어
깜짝 놀라며 앵도와 무운이를 소리높여 부르며 찿았다.
무운이가 달려와 보니 은병의 방에는 비파며 거문고며
장식되어 있던 골동품은 보이지 않고 요강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사사는 무운이더러 은병이와 앵도가 도둑에게 납치된것 같으니 빨리 찾아 보라고 하였다.
무운이는 적원외의 거쳐도 가보고 후원도 이곳 저곳을 가보았다.
후원 담장에 놓인 의자를 보고서는
강도가 그곳으로 들어 왔다가 넘어 간것 갔다고 사사에게 알렸다.
사사는 우선 적원외에게 은병이 강도에게 납치되어 간것 같다는 사실을 급하게 알렸다.
적원외는 만사를 제처놓고 말을 타고 달려 왔다.
와서는 이사사로 부터 자초지종을 듣고는
화공을 수배 현상 수배 벽보을 그려서 곳곳에 붙이고 현상금을 걸었다.
"이 사람들의 소식을 알려 주는사람에겐 오십 냥을 사례하겠음."
정옥경과 은병이는 배를 타고 출항한후 순풍을 맞아
지금은 개봉에서 삼백여리나 멀져 삼천리나 되는 양주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턱이 없는 적원외가 개봉에서 이잡듯이 찾아 본들 헛수고만 한다는 사실은 뻔하였다.
이틀이나 개봉시내를 뒤졌지만 헛수고만 한 적원외는 재물도 날리고
사람도 잃어버렸으니 분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이사사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모양 어디서 부터 잘못되어 이지경이 되었는지
원통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더 큰 문제 꺼리는 이사사와
적원외의 은병의 잠적사건을 서로에게 따질 책임소재 문제 였다.
이사사는 적원외가 현장을 목격한것도 아닌데
은병과 옥경을 의심 은병에게 손찌검을 하고 혼사를 없던걸로 한다며 협박하고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하여 잠적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에 반하여 적원외는 애초에 이사사와 정옥경이 짜고서
자신의 재물을 강탈하고 은병을 빼돌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필경 둘 사이에 대판 싸움이 벌어질 것이 명백하였다.
은병(银瓶)은 동이 터오자 뱃전에 나가 보니 처음 보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젠 정랑과 같이 있으니 자신에게 이레라 저레라 할 사람도 없고
근심 걱정도 다 사라졌으니 마냥 행복 하기만 하였다.
은병은 앵도에게 주안상을 마련하도록 해서 옥경과 담소하며
흥이 돋으면 옥경은 피리를 불고 은병은 비파를 뜯으며 화답하였다.
밤이면 함께 부둥켜 안고 좁은 공간에서도 배밑창이 꺼지도록 요분질에 여념이 없으니
입에서 세어나오는 감창이 별빛받은 강물에서 은빛 파도되어 넘실 거린다.
옥경과 은병은 단맛이 철철 넘처나는 꿀단지 속에 빠져
인간세상의 극진한 쾌락을 한없이 맛보는데
찬란한 오색 구름도 금방 흩어져 버리고
어여쁜 물방울에 비치는 무지게도 해가 기우면 없어지는 법이니,
과연 이 한쌍의 연인들의 앞날은 꿀물만 흐르는 그러한 세상일지 궁금하기만 하여진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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