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삼일 밤낮을 매달려도 좋은 물음

오토산 2012. 2. 16. 05:15

 

 

삼일 밤낮을 매달려도 좋은 물음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계룡산 가까이에서 함께 산행하던 때의 일이

합니다.경허 스님은 키가 구척 가까이나 되었지만 만공 스님은 단

몸집을 가진 분이었습니다.만공 스님은 스승의 바랑까지 잔뜩

짊어진 짚신 한 켤레에의지하여 금강산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던

터라 몹시 지쳐 있었습니다.앞서 가던 경허 스님이 슬쩍 뒤돌아 보니

그야말로 초죽음이 되서 쉬어 갔으면 하는표정이었습니다. "만공아

다리가 아프냐?" "짚신에 발가락이 닳아서 피가 나올 정도입니다."

 물어 보는 것이 야속하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축지법을 가르켜주랴?"    "예?" 

 만공스님은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축지하시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

지만 워낙 크신 분이니 그런 도술을 숨기고 계섰을지도 모르지  스승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 대단했던 만공 스님은 침을 꿀꺽 경허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때는 막 보라베기가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두 스님

마침 보리밭 옆을 지나게 되었습니다.밭에서는 건장한 남자가보리

를 베있었고 부인인 듯한 아낙네는 조금 떨어져서 아이에게 젖을

 리고 있었습니다.경허 스님은 갑자기 성큼성큼 보리밮 가운데로

어가더니그 아낙네에게 합장 인사를 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낙네는부끄러운 듯 아이를 내려 놓고 얼른 일어나 합장을 했습니다.

경허 스님은 정중하게 시주를 부탁했습니다. "보리밭에 시주할 게 뭐

습니까? 있다면 이보리밖에"   "보리말고 시주할게 있다면 주시겠

까?"  그런데 보시시피--그런데 아낙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허 스님이 말했습니다. "그럼 젖 동냥을 좀 하겠습니다."  경허 스님

다짜고짜 그녀의 옷을 헤집고 젖을 빠는 것이 아닙니까? 멀리서

 보고 있던 만공 스님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괴승이라고 소

스승이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일이다 싶었기 때문이다.그

자기 천둥 같은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보리를 베고 있던 남자가

낫을 들고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나 죽네!" 아낙네의 외마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경허 스님은 달려오는 남자를 보고 삼십

육계 줄행랑을 치기 시작 했습니다. 멍하게 쳐다보고 있던 만공 스님

뒤를 돌아보니 눈이 벌개진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닙니까? 사태를 짐작한 만공 스님은 그때부터 냅다 뛰기 시작해서 숨

한번 쉬지 않고 산 고개 하나를 후딱 넘어 버렸씁니다. 짐은 한짐

겠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더 이상 뛰기가 어려워진 만공스님은 저기

앞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있는 경허 스님을 발견하고 급하게 멈춰

니다."아니 스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만공아,뒤를 봐라."

만공 스님이 깜짝 놀랐습니다.눈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먼길을 달려오

다니, 남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다리가 아프냐?"  "다리

다 뭡니까? 목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리 아픈 것이 싹 달

아나 버렸습니다.""허허그렇지 축지법이 별거냐?" "예?" 경허

님은 제자에게 마음의 힘이 무엇인가를 그렇게 일러 주었던 것입니

다.세상일이 다 그와 같습니다.몸이 아프다 병이 었다 라는 것은

 꾀병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병든 몸에 집착하니 아플 수밖에요.

몸이 아니라 나이도 없고 남여도 없고 선악도 없는 허공에 마음을

 두면 그때서야 비로서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내 이름 석자는 어디에 매어 있는 것이냐?" "나는 무엇때문에 이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육십년이든 백년이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배터리와도 같은 이 몸을 도대체 어디에 쓸것이냐?" 한번

람의 몸으로 태어났으면 적어도삼일 밤낫을 하늘에 매달려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라고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답을 얻기 위해 산속으로 스승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스승

을 만나도 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없으면 그것도 말짱 헛일이었

습니다.요즘 사람들은 마음 공부좀 하라고 하면 자기 마음 들여다볼

생각은 안하고 책만 읽습니다.책에 홀리면 마음자리 보기가 어렵

니다.책에서 구하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내 몸을 어이

할까.내 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렇게 묻고 또 묻는 것입니

다.다시 내 몸을 어이할까? 내 몸을 어이할까?나는 무엇을 위해 지

금 여기에 있나?하고 물어야 한다."내마음 나도 몰라"그 말만되풀이

하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진정으로 고민하고 고민할 때 내부 의식은 문을 열고 자

신의 참 모습을 보여줍니다.그 전에는 자기 자신조차도 자기 마음을

 알기 어렵습니다.다른 사람은 더더욱 알길이 없습니다.사람들은 내

부 의식을 들어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해서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관계가 금이 가기십상입니다.용기를 갖고 그대 자신 속으로 한번

뛰어들어 보십시오.자신의 내부 의식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좋

방법은 기도와 명상입니다.사람들은 경쟁심과 이기심 때문에

로를 믿지 못하고 자기를 감추지만 하늘 앞에서 허공 앞에서는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럼 기도와 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죽자사자 끊임없이 물으십시오  "내 몸을 어이할까?

내 몸을 어이할까? 나는 무엇 때문에 이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답을 몰라서 물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 답을 머리가 아닌,당신 가

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 물으라는 것이다.

 

(새벽은 새벽에 눈뜬 자만이 볼 수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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