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장성妓生 노화(蘆花)

오토산 2021. 5. 29. 18:08

장성妓生  노화(蘆花)

전라도 長城 땅에 
노화(蘆花)라는 妓生이 있었다. 

美貌에 머리가 明晳하고 
글 공부도 한 아리따운 소녀였지만 
早失父母하고 孤兒가 되어 
어느 퇴기(退妓)의 養女가 되었다가 妓生이 되었다. 

예전에는 대개 늙은기생들이 불쌍한 고아를 양녀로 들여 
돌보는 체하고 기생을 만들었지만, 
사실은 남편도 자식도 없는 자신을 위한 

일종의 老後對策이기도 했다. 

‘蘆嶺山의 꽃’ 이라는 蘆花는 
歌舞와詩文 만이 아니라 만사에 민첩하고 능통하여 
기생이 된 지 몇 해도 지나지않아서 일약 名妓가 되어 있었다. 

지방의 土豪閑良은 물론 首領 觀察使 까지 노화를탐하여
부를과시하며재물을앞세워 物量攻勢를 펴는것이었다.

사내다운 사내는 하나도 없고

하나같이 꽃만 탐하는 탐화봉접(探花蜂蝶)들이었다.

그 속에서 苦惱하던 蘆花는
於此彼 一夫從事 할 수 없는 기생일바에는

차라리 放蕩한 저들의 재물이나 취해서 

불쌍한  중생들에게 나누어 주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노화의 대담한 행동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재물만 있으면 누구라도 노화를 취할 수 있었고 
재물의 많고적음에 따라 노화의 접대는 그 품격이 달랐다. 

그리하여 사내들은 더욱 더 많은 재물을 다투어 가져왔고 
노화는 이를 모두 거두어 고을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었다. 

노화의인기는날로 높아가고 사내들의 
재물은 날로 바닥이 났다.

閑良들이야 제 財物을 蕩盡한것이니 누구를 탓하랴 마는
수령들은 고을의 국고를 축냈으니 그것이 문제였다. 
장성郡守가 연거푸 세 명이나 봉고파직(封庫罷職) 당했다. 

그것도 한 계집에 빠져서 국고를 탕진한 죄였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조정에서 논의가 벌어졌다.
수령들이야 합당한 벌을 받았지만,

노화라는 계집을 그냥 두면 장차 장성고을이 망할 판이니,
한양으로 잡아 올려 陵遲處斬해야한다고 했다.

당시의 임금 성종이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행실은밉지만처형할 만한 죄목이 없지 않은가. 
스스로 복죄(伏罪)하지 않으면 벌할 수 없을 터, 
살려주게 되면 한양까지 오염되지 않겠는가? 

그러자 조정 대신들의 의견은법과 절차에 따라 처형 하기보다는
장성에 어사를 보내어 杖刑으로 다스리다가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 

그래서 그동안 장성의 국고 탕진 실상을 조사해 온 司憲部지평 노계명 이 
암행어사로 발탁되어 어명을받들고장성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몇 달 전에 장성에 내려갔다가노화에게 매혹된 바 있는 이조좌랑 홍만춘이

 비밀히 이 소식을 노화에게 전했다. 

노화의 養母는 이제 노화가 죽는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첬지만 노화는 태연했다. 
내가 수청 든 죄 밖에 더 있느냐면서 
침착하게 대비책을 강구하는 듯했다.

한편 
평민으로 변장한 암행어사 노계명은 내려가면서 

충청도 일대의 민정을 살핀 후에 마지막으로 장성에 출두하기 위하여

 각양각색으로변장한 부하들에게 출두일시와 장소를 알리고 

각기 흩어져 출발하기로 했다.

장성을 가려면 

갈재(蘆嶺山脈)를 넘어야 하고 외길 갈재를 걸어서넘자 

날이 저물었는데 마침 주막이 있어 찾아들었다. 

열려 있는 대문을 들어서니 소복 단장한 여인이 
대청에 홀로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첫눈에 보아도 매혹적인 絶世佳人이었다.

하룻 밤 재워 주기를 청하려는데
여인은 안으로 들어가고 한 총각이 나와서 
주막이기는 하지만 오늘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오늘을 강조한다. 

오늘은 왜 안 되느냐고 캐어 물으니

 주인 내외가 靑孀寡婦 따님만 홀로 두고 

초상집엘 갔으니 그러지 않겠느냐고 했다.

산골 주막에 홀로 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靑孀寡婦? 
豪放한 風流男兒 노계명의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나는 지금 어명을 받고 

불의를 척결하러 가는 몸, 여색을 탐해서야,

아니 이런 千載一遇의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단 말인가. 
내일 일만 추상같이 처리하면 되지,
自己合理化 쪽으로 마음을 정한 노계명은 
총각을 달래고 여인을 설득하여 술자리를 

같이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여인은 처음 보는 분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고. 
노계명은 굳은 맹세를 글로 써 주마고 했다. 

 

한참을 망설인여인은 나는 글을 모르니 
팔뚝에 이름을 새겨 달라고 했다.

 

글을모른다는말에 내심 미소를 지은 노계명은 
여인 팔뚝에 먹물로

 '雪膚女(설부녀),

흰 눈같은 피부의 여인'라고 쓰고는 

어서 마르기 전에 바늘을 찔러 글자를 새기라 했고,
여인은 설부녀라는 이름도 세상에 있느냐고 

화를 버럭내면서 일어서려 했다.

 

당황한 노계명이 
어르고달래서 노계명 석 자를 
다시 써 주고서야 목적을 이루었다.

그토록 애를 태우던 노화의 태도가

요염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어미가 재혼을 권하면서 마련해 준 것이라면서 
十長生 屛風을 둘러치고 
그 안에 鴛鴦錦枕을 치는 것이었다.

갈재 주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호강을 누린 盧 御使가, 
다음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威風堂堂한 모습으로

 長城官衙에 나타나 御使出頭를 했다. 

不問曲直 장성의 요화(妖花)라는 기생蘆花부터 
잡아들여 형틀에 묶었다. 

 

제 죄는 제가 알 것이고, 백번 죽어 마땅하니 
단번에 物故를 내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집장사령이 곤장을 높이 들어 막 내리치려는데

노화가 큰소리로 야무지게 외친다.

"소첩은 기생으로서 수청 든 죄 밖에 없사옵니다. 
설사 그것이 중죄라 한들 문초도 없이 

백성을 죽이는 법이 경제육전
(오늘의 경제와는 뜻이 다른 經世濟民)의 
어느 조목에 있사옵니까? 

 

어사께서는 마땅히 治罪의 절차를

밟으셔야 할 줄로 아뢰옵니다."

 

經濟六典을 들이 대면서 
허를 찌르는 기생의 항변에

盧 御使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쩔 수 없이 紙筆墨을 내리면서

自服書를 쓰라 했더니 

노화는 능숙한 필치로 다음과 같은 詩 한 수를 
거침없이 적어 올린다. 

蘆兒
臂上刻誰名
노화의 팔에 뉘 이름 새겼는가?

墨入
雪膚字字明
고운 살에 먹이 배여 글자도 선명하다.

寧使
川原江水盡
차라리 천원강이 말라버릴 지언정

此心
終不負初盟
굳게 맺은 그 맹세 변할 줄이 있으랴.

盧 御使는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갈재 酒寞 寡婦가 노화 일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모두가 노화의 치밀한 계략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지만
언제나 당당했던 豪傑 男兒 노계명도 

이번 만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죽이자니 대장부의 위신이 말이 아니고 
살리자니 御命을어긴 罪를 어찌한단 말인가.
망설이던 어사가 드디어 영을 내린다. 

"저 여인을 즉시 放免하라. 
사유는 오늘로 상경하여 대왕 전하께 
직접 품고(稟告)하겠노라."

천하의 快男兒 
노계명 다운 결단이었다.

그 길로 상경한 盧 御使는 
‘臣 노계명 어명을 어긴 죄로 席藁待罪 하옵니다.’하고

闕下 俯伏했고, 

 

‘충직한 노지평이 내 명을 어겼으면 
필시 사유가 있을 것이니 자세히 아뢰라.’ 라는
어명이 내렸다. 

自初至終을 솔직히아뢰자
호탕한 임금 성종이 破顔大笑하며 무릎을 친다. 

‘과연 노지평 이로다. 
어명을 어긴 죄 벌을 주어 마땅하나
불미한 일을 숨김없이 아뢰었고,
장부의 결단이 명쾌했으니 내 어찌 이를 벌하겠는가. 

「論人於酒色之外」
(사람을 논할때 주색은 따지지 않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한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 

'내 전라감사에게 명하여 사후처리를 잘 하도록 하리라.’
그 신하에 그 임금이었다. 
며칠 후에 노지평을 다시 부른 성종은 

"어사의 이름을 팔에 새긴 기생을 어찌 장성에 그대로 두겠소. 
妓籍에서 빼라 했으니 이제부터 卿이 알아서 하오." 했다. 

聖恩에 感服한 노계명이 蘆花를 한양으로불러

副室을 삼고 百年偕老 했다고 한다.    

? 기분 좋은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
당신과 함께하는 깊은 인인연에 감사드립니다.   ?

 

ㅡ 보하 ㅡ
< 鄭飛石의  名妓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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