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44>
암호랑이는 대각사에 은불 시주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정은 매옥을 도와 불가에 귀의하게 한다.
암호랑이는 화는 많이 가라 앉았지만 종내 안심할 수가 없었다.
서방놈이 돌아오면 또 언제 두 년놈이 눈이 맞아 다시 놀아날까 걱정이라,
아예 매옥을 사창굴로 팔아버리려고 뚜쟁이 손노파를 불렀다.
그런지도 모르는 손노파는 지례 겁을 먹고 달아 났던 것이다.
연정의 설득으로 용기를 내어 찾아온 손노파는 흉악하게 생긴 마님 암호랑이를 대하자,
그만 기가 팍 죽어 자신도 모르게 이마가 땅에 닿도록 연신 절을 하며 벌벌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님
, 어인 일로 쇤네를 부르셨나요?"
"음,
할멈 왔는가?
우리집에 고얀 년을 하나 사왔는데,
일도 제데로 못하구 공밥만 쳐먹고 있어서 그러니,
할멈이 어서 빨리 임자를 찾아봐서 적당한 데다가 팔아 주게나,
하지만 이 성안에다 팔아서는 안되네.
마땅한 작자가 안나서면 술집이나 사창굴에 팔아도 상관없으니 어서 빨리 팔아치워주게."
뜻밖에도 암호랑이가
자신이 합목아와 매옥의 중매를 선 것인지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손노파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헛기침을 몇번 내뱉은 후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시다면 쇤네가 한번 그 애를 볼 수는 없을까요?
그래도 인물이 그럭저럭은 돼야 임자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얘야,
네가 할멈을 데리고 같이 가봐라."
암호랑이 마님의 분부에 방안에서 수를 놓고 있던 하녀가 냉큼 대답하고 일어셨다.
손노파가 하녀 뒤를 따라 부엌으로 갔다.
매옥은 열심히 쌀을 씻으며 밥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옥은 손노파를 보고서도 감히 아는 체도 하지 못했다.
손노파는 홀랑 깍인 머리를 수건으로 싸매고 일하는 매옥의
초췌한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저려 왔다.
노파가 다시 마님에게 돌아와 돌아가겠다는 말을 하며, 이야기 했다.
"잘 알겠습니다.
사흘뒤 돌아와 말씀드리지요.
헌데 마님께서는 어떤 조건으로 파실려는지요?
그 조건을 알아야 살 사람을 잘 구워삶지요."
"내 조만간 태자비 마마와 함께 대각사에 가서 불공을 드릴 생각이네.
그 때 은전 일백냥을 보시하려 하니, 하루 빨리 그년을 팔아서 그 돈을 마련해 오게나."
절을 하고 물러나온 손노파는 곧장 대각사에서 기다리고 있는 공씨댁에게 가서
보고 들은 바를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아가씨가 비록 머리는 깍였지만 두둘겨 맞으며 지낸다는 소문은 거짓인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부엌에서 일을 하면서도 아무 불평없이 차분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암호랑이가 매옥을 팔아
그 돈 백냥을 이 절에다 하사하려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전했다.
"나무아미타불!
아주머니, 잘못하면 매옥이를 구할 방법이 있을 것도 같군요.
제 스승님께서 이 일을 도와 주신다면 말입니다."
연정 스님이 손 노파의 말을 전해듣고 공씨댁에게 말한뒤,
그 즉시 스승 복청을 모셔와 여쭈었다.
"스승님 께서 한 말씀 한마디만 해주시면 큰 공덕을 쌓으실 수 있으니,
제발 도와주세요."
공씨댁은 영문도 모르면서 연정이 한 말만 듣고,
땅에 무릅을 끓고 복청에게 메달려 도와 달라고 빌었다.
"아니,
대체 내가 무얼 어떻게 도우면 된다는 겐지,
알려주시게."
복청이 말하자,
연정 비구니가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부탁을 했다.
"제게 묘책이 있습니다.
스승님은 단지 자비심만 베푸시면 전혀 어렵지 않게 저 모녀를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있습니다. "
복청이 얼른 연정을 일으켜 세우며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허허,
글쎄 무슨 얘기인지 빨리 말을 해 보거라.
사람을 구하자는 일인데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마땅히 도와야지.
더구나 우리 불가는 자비를 근본으로하거늘 누가 거절한단 말이냐?"
"합목아의 본처가 태자비 마마와 여기 대각사에 불공을 드리려 올 계획이랍니다.
그리고 매옥이를 팔아 그 돈으로 불상을 사서 저희 절에 희사한다더군요.
그러니 스승님이 태자궁에 가셔서 마마를 뵙고 부탁을 드려주세요.
매옥이가 스스님의 친척 조카딸이고 또 저랑은 고종사촌간이라 하시면서,
그 애를 팔아 불상을 희사 하시느니,
차라리 매옥이 출가를 시켜서
비구니로 만들어 희사해 주시는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씀드리면 일이 잘 되지 않을까요?"
연정이 자기의 생각을 설명하자,
복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다만 일이 생각되로 잘 될른지는 오로지 부처님의 뜻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야."
그리고는 바로 가사를 걸쳐입고
연정과 함께 궁궐로 올술왕자의 왕자비 마마를 알현하러 떠났다.
매옥의 재앙이 끝나고 음탕함을 뉘우쳐서 전화위복의 때가 되어서 인가?
공교롭게도 왕자비는 복청에게 대각사를 맡기고 기도한 효염이었는지,
세자를 낳은지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대각사에서 복청 비구니 스님이 축하 드리러 왔다고 시녀가 아뢰자,
왕자비는 기뻐하며 친히 나와 맞이해 주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께서 내게 아들을 점지해 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네,
이게 다 복청 스님이 열심히 기도를 드려준 덕분일세."
두 비구니가 엎드려 절을 올리자,
왕자비가 복청 스님을 치하하며 말했다.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우니그런 부탁을 꺼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마마,
한 사람의 운명을 구해주는 일이니,
이 여자를 구해 주시면 마마께오서는 엄청난 공덕을 쌓으시는 것이 됩니다."
복청이 왕자비에게 자초지종을 고하고는 마지막으로 덧붙여 말했다.
매옥이란 아가씨를 금이관인의 부인이 잘해 주고 있으나 너무나 착하고 예뻐서
신랑이 눈독을 드릴까 걱정을 해서 팔아 버릴라 한다고 흘러가듯 말을 해 주었다.
"호호 그 호랑이 부인이 워낙 거세서 탈이거든,
어쨌든 며칠있다 나하고 함께 불공 드리러 가기로 하였네,
그 부인이 아직도 자식이 없어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거든
그 때 내가 잘 이야기 해서 백냥짜리 은불상 대신 그 매옥이란 색씨를 출가시켜 보시하도록 햅겠네."
왕자비가 선뜻 응락해주자,
복청과 연정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큰 절을 올리며 계속해서 염불을 외웠다.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두 비구니가 돌아가자 왕자비는 합목아의 부인을 모셔오라 명령을 내렸다.
갑자기 찾는다는 전갈을 받은 호랑이 부인은 부랴부랴 달려들어왔다.
왕자비는 복청스님에게서 들은 자초지종을 듣기좋게 돌려 이야기 하며
며칠 있다가 대각사로 불공을 드리려 갈때 은불상대신
매옥을 비구니로 출가시켜 보시를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자,
거역도 어렵겠지만. 속으로 그래 어차피 신랑과 못 만나게 하는것이 목적이니
기생이나 다른사람에게 팔아도 또 빼앗아 올 수도 있으니
불가에 귀의하면 더 안전 할 것 같아 즉시 승락을 하였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 오자마자 비구니가 입을 승복과 승모 신발 등 일체를
준비 시킨 후 대각사로 하녀를 보네 복청 스님을 모셔오게 하였다.
복청 스님과과 연정이 합목아의 집에 오자
암호랑이 부인은 매옥이 불가에 귀의 하고 시어 한다고 하며
매옥을 비구니로 출가시켜 보시 하겠다고 하자 크게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매옥을 삭발시키고 승복으로 갈아 입힌 후 법명를 매심(梅心)이라 지어 주었다.
매심 비구니는 합목아 부인에게 감사를 드린 후 복청 연정과 함께 대각사로 떠났다.
금계와 매옥은 연정과 매심으로 법명을 짓고 모두 비구나가 되었는 바,
혹자는 말하기를 전생에 반금련과 춘매의 음란 햇던 죄악이 너무나도 엄청난데,
그 죄값을 다 치르기도 전에 불가에 귀의케 한 부처님의 뜻이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병아에 내린 벌은 지나치게 무거운데 반하여 금계와 매옥에게 내린 벌은
지나치게 경미하게 보인다고 하늘의 섭리에 의심을 가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전생에 이병아가 서방이던 화자허를 화병으로 죽게 하고.
보물을 훔쳐 서문경에게 시집을 간 것은,
금계아 춘매의 죄와 어느 한쪽이 별로 무겁거나 가볍운 것은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부잣집 고명딸로 태어나 온갖 온갖 풍족함에 행복속에 취하여
고생을 모르고 자랐으며 후일에도 이사사에 얹혀 살며 그런대로 호강을 누리며 살았다.
그런 반면,
금련과 춘매는 일찌기 아비를 여위고 가난하게 지낼 팔자를 타고났던 굼계와 매옥으로 태어나서,
홀어머니와 갖은 고생을 다하며 떠돌아 다니며 반평생을 쪼드리며 살아 온데다가,
서방하나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악질병에 걸려 갖은 고초 다 격으며 독수공방으로 지냈으니,
그만하면 그 죄값을 치룬 것이 어찌면 모두 비교해 보면 공평하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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