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41>
*색녀 금계는 큰 병마를 치루고,
유조는 우여곡절 끝에 금계와 혼례를 올리지만...
끊임없이 솟아나는 부정(不净)한 사념(邪念)!
육신마저 부정해져 모든 죄악 걸머진다.
중생의 유혹인가? 갖은 유혹 눈이 멀고,
부질없는 뉘우침, 때는 이미 늦었구나!
입으로는 아미타불 부처님의 연꽃 찾고,
마음속의 깊은곳엔 구더기가 우글우글.
제 아무리 높이 난다 우쭐대고 뻐겨봐도,
부처님의 높은 경지, 미물이 어이 알까!
한편 여씨댁은 딸 금계가 여전히 제 정신을 못차리고 귀신에 홀린 듯 하루종일 헛소리를 하는데다가,
아랫도리에서 검은피가 줄줄 고여 나오니, 그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절뚝이 유조 놈이 관가에 고소를 하는 바람에 관아 형방 사람들이 몰려와
한바탕 난리를 치고 늦게서야 돌아갔으니 정신은 더욱 심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던 딸을 고쳐볼려고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해 보니,
피가 허하고 사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안정제 몇 알을 처방해 주고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씨댁은 딸에게서 조금도 떨어질줄을 모르고 밤낮없이 보살폈다.
금계는 낮에는 흥얼흥얼대며 헛소리를 하다가도 한밤중만되면 비로소 눈을뜨고
정신을 차리다가 날이 밝으면 또다시 혼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기를 보름여일 금계는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밥도 몇 숫갈씩 먹고 머리도 스스로 빗을 수 있게끔 회복이 되어갔다.
다만 하혈을 계속하고있어 아랫도리가 언제나 축축히 젖어 있어 지저분 하고 냄새가 났다.
얼굴은 핏기가 하나도 없고 그 예뻣던 얼굴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해괴한 하혈병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여자의 혈맥이 잘 통하지 않아 생기는 병으로,
오게되면 그 안에서 뼈가 자라 음도를 막게되어,
오줌줄기나 간신히 나올만한 구멍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병을 앓게 되면 약이 없으니,
시집을 가도 여자 구실을 못하게 되어 제 아무리 양귀비 뺨치는 미인이라도
남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불경에 나오는 석녀(石女)라는 여인들이 바로 이런 병때문에 생긴 것이다.
혹시 아직 남자 맛을 모르는 색씨가 이 병을 앓는다면,
별로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고 또 남녀간의 욕정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할테니,
장난스레 득도한 여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계는 천생이 색녀라 이 병을 어찌 감당할까?
욕정은 불타는 듯 하나 음도가 막혔으니 죽을 맛이리다.
이제 음도가 막히니 자연 피도 그쳤으며, 귀신에 홀린 증상도 가셨으니
옛날같이 화장을 예쁘게 하고 남자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때,
절뚝이 유조는 금계의 병이 다 나았음을 알고는 중신쟁이를 내세워 데릴사위로 들어가
신발수선을 하면서 처가집 살림을 돕겠으니 혼사를 치르게 해달라고 끈덕지게 졸랐다.
여씨댁이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어차피 정혼을 하였던데다가,
딸도 큰 병을 앓고 난 뒤에다가 여자로서의 몸도 망가진 상태라
더 이상 미루다가는 처녀 귀신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마음이야 어느 누구라도
부잣집에 권문세가 사위를 얻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거냐?
그러나 현 형편을 생각해서 조속 마무리 지워버리고 싶어 수락을 하고 말았다.
"자네가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니 할 수 없네 그려,
약소하게 예물을 준비해서 길일을 택해 혼사를 치루세.
그리구 집앞에 신발가게를 하나 차려서 자네가 수선을 하며 운영하게,
우리 모녀도 힘을 보태 주겠네.
그리고 자네가 날 관가에 고소한 것은 어찌겠어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아이구 장모님, 고맙습니다요.
고맙습니다!
고소야 당장에 취소하겠습니다,
뭐 바로 가서 해결 하겠습니다!"
절뚝이 유조는 수없이 고개를 숙이며 기뻐하더니 폴짝폴짝 뛰면서 돌아갔다.
유조는 그 뒷날 바로 고소를 취하했다.
절뚝이 놈은 곧 바로 사는 집도 팔아 예물을 사는데 열냥 정도 쓰고,
그럭저럭 챙겨서 중신쟁이와 같히 장모 여씨댁의 집에 가져왔다.
먼저 장모에게 큰 절을 올린 뒤,
섣달 초 사흘날 혼사를 치루고 데릴사위로 들어오기로 일을 매듭지었다.
금계는 먼 발치서 절뚝이 신랑감을 바라보며 서러움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늘씬한 암말이 천치 같은 숫당나귀의 짝이 되어야 하니,
세상에 이다지도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또 어디 있단 말안가.
활짝 핀 복사꽃이 소낙비에 떨어지네,
꿈속에 그리던 님 어디갔나 소식없다.
꽃다운 열여덟 터질듯한 처녀 가슴,
덧없이 팔려가듯 하염없이 눈물닸네...
금계는 비록 아직 처녀의 몸이지만,
매옥과 밤낮으로 음탕하게 놀며 온갖 그짓의 연습을 많이 해본데다가,
또 귀신에 흘려 꿈속에서나마 질탕하게 정사를 벌여 보았기에,
남녀간의 쾌락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험자보다 더 조예가 깊었다.
어느덧 섣달 초 사흘이 되었다.
유조는 목욕재개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은뒤,
중신쟁이와 함께 여씨댁으로 와서 온례를 올렸다.
금계 또한 그런대로 새색시 단장을 하고 혼례를 올렸다.
드디어 둘이 신방에 들어가 합궁을 할 차례가 되었다.
먼저 합환주를 나눠 마시려는데,
금계는 눈물를 글썽이며 계속 훌쩍일 뿐 술잔을 받지 않는다.
그래도 유조는 시글벙글 거리며 좋아 죽겠다는 듯,
혼자 단숨에 술잔을 비워 버렸다.
금계는 전에 가끔 볼때에도 절뚝아가 요괴처럼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이렇게 신방까지 차리고 앞으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오르고 신랑을 보면 혐오스런 심정이 정신이 아찔하였다.
유조는 감히 새색씨를 쳐다 보지도 못하고,
꿔다 놓은 보리자루 모양으로 멍청히 앉아 있다가 금계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혼자 술 한병을 다 마시고 안주 또한 깨끗이 비워버렸다.
그러자 취기가 얼떨떨하게 올라왔다.
절뚝이는 술 기운을 빌어 제 꼬락서니는 깜빡 잊어 버린채
남자 행세를 해 보겠다고 불을 끄고는 바지를 벗었다.
절뚝이가 다리를 절며 침상으로 다가가 침상으로 오르려 하자
아무 말없이 앉아 있던 금계가 사정없이 확 떠밀어 버렸다.
"아이쿠!"
마루바닥으로 꼬꾸라진 유조는 두꺼비가 파리를 잡아 먹으려다 뒤집힌 꼬락서니를 하고
한참을 허우적 대다가 간신히 일러나서는 다시 침상으로 다가가 금계의 어께를 엉거주춤 껴안으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색씨?
우리 그러지 말고 같이 자자, 응" 하고
애원하는데 금계는 아무 말없이 유조의 따귀를 사정없이 철썩! 하고 쥐어 박으며
몸을 밀쳐버리니 유조는 다시한번 사정없이 방바닥에 곤두박질 쳐졌다.
자라가 깊은 항아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이 유조는 기를 쓰고 일어났다.
두번씩이나 뺨다구를 맞으며 나가 떨어졌던 그는 끈질기게
다시 엉금엉금 기어가 금계를 껴안으려 하였다.
"철썩! 철썩!"
하지만 뺨따귀와 목까지 두대씩이나 얻어 맞고는 나동그라져 꼼짝을 못하고 누워 있었다.
" 야, 이 병신 놈아!
어디다 손을 대는 거야?"
축 늘어져 누워있는 절뚝이를 보며 금계가 가소롭다는 듯이 욕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금계는 무의식적으로 쭉 뻗어 있는 유조의 가운데 물건을 더듬어 봤다.
그런데 이놈의 물건은 달려는 있지만 조그만 자라목 처럼 살짝 내밀고만 있을뿐
쭈굴쭈굴 한것이 번데기 같아쓰며 고개를 내 밀줄 몰랐다.
알고보니 금계에게 밀치며 뺨을 맞으며 허리를 한번 껴안았을때
혼자 흥분이 되어 일찌감치 실례를 해버렸던 것이다.
이런 개(犬)같은 경우를 일러,
흔히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문앞에서 고맙다고 먼저 이사를 올렸다 하여
'상견례(相见礼) '라고 부르며,
또다른 말로는 술항아리는 담넘어 있는데 벌써 취해 버린 한심한 작자라 하여
'격장취(隔墙醉)' 라 부르기도 한다.
신랑 유조는
어릴때에 금나라 오랑캐들에게 가족이 잡혀 홀로 다리에 칼을 맞고 도망쳤으나 병신이 되었다.
그 당시에 벌써 고환 한쪽이 짤려나가고 남아 있는 한쪽마져 조금 피곤하거나
수시로 퉁퉁 부어 올라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러하니 현재까지도 계집한번 안아보지 못했음은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혼례는 치루고 신방을 차려 처음 여자를 안아 보는데,
그것도 보통 여염집 여자도 아니며 홍등가 기생도 아니고,
보기드문 요사스런 색녀 금계가 아니던가?
그러하니 잔뜩 흥분된 병신 총각이 한번 슬쩍 껴안아 보고도
문전(门前)에 실례를 한것도 무리가 아니니 너무 탓할 것도 없으나,
상대가 워낙 밝히는 계집인지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신혼의 달콤한 꿀물이 쏟아질찌 벌써부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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