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145>
절뚝이 유조는 도인의 해골 이야기를 듣고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절뚝이 유조(刘朝)는 신발수선을 하며 여씨댁을 장모로 모시고 함께 그럭저럭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구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마누라였던 금계가 졸지에 출가해 버렸으니,
비록 몸은 불구이지만 자신도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대각사 앞을 어슬렁대고 있는데,
문득 한쪽에 많은 사람들이 삥돌러서서 무언가 구경을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생긴 유조는 절뚝대며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보니,
웬 기다란 수염의 도인이 가운데에서 북을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도인은 커다란 삿갓에 흰 도포를 입고 노란끈으로 엮은 짚신을 신고 있었다.
유조가 막 자리에 안자마자,
들고 있던 북을 한차례 '둥!' 하고 치고 나더니 몇 발짝 앞으로 나서며 구경꾼들에게 말했다.
"제가 오늘 춘추전국시대(春秋战国时代)의 장자(庄子)라는 사람이 해골을 보고 탄식하는 이야기로
소리를 한번 할테니 부디 돈이나 쌀를 시주해 주셔서 끼니나 이어가게 도와 주십시오." 하고
큰소리로 외치더니 북을 둥둥치며 그 장단에 맞추어 먼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노래가 끝나자 장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름낀 산 골짜기 굽어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허황된 부귀영화 쫒다보면, 모든것이 허깨비라.
한잔 술에 취해 봄세, 허무한 인생 다투어 무엇하나?
유유자적 산중생활, 어느 누가 부러우랴!
지금부터 장자를 빌어, 해골 얘기를 엮어 보리.
옛날 전국시대에 장자라는 숨은 인물이 있었노라.
학식이 뛰어나서 온갖 경사(经史)에 능통하고 소행이 비범하였다.
어느날 마누라가 죽자 기뻐 노래하며 출가하여 종남산(终南山)에 은둔하며 도를 닦았다.
어는정도 수양이 깊어지자,
동자 한명을 데리고 낙양성에 가서 도를 전하려고 하산을 하였다.
장자가 낙양성을 들어가기 직전에 황폐한 야산을 지나 가는데,
그 주위가 온통 해골 무더기로 널부러져 있었다.
굴러다니는 이 해골들에 얽힌 사연이 오죽이나 기구 할까 하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장탄식을 하며 시 한수를 읊었다.
길을 가다 야산에 널린 해골을 보았네,
장자는 마음 쓰라려 두줄기 눈물을 흘렸노라.
누구의 혈육이요, 누구의 친구일까?
친구여! 어찌하여 생전에 인덕 쌓지 못했는가?
가엾구나! 해골이여, 오장육부 혼백마져 종적이 없구나.
주린 늑대와 까마귀에 깨진 해골,
흉측하게 부스러진 뼈다기,
바람에 윙윙 우는 귓구멍에 노을이 비쳐온다.
친구여!
그대는 누구인가?
사내인가?
여자인가?
늙은이 인가?
어린애인가?
타향에서 객사한 난봉꾼인가?
징병에 끌려와 전사한 장정인가?
그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되,
슬피 울어주는 이, 아무도 없구나!
장자는 해골을 보며 장탄식을 하고나서,
중생을 구제하는 도리이니 어찌 모른척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였다.
"내 오늘 큰 자비심을 베풀어 이 해골을 살려내고 혼을 돌려 주리라." 하고
말하고는 호로병에서 영단 한알을 꺼내 해골 입안에 밀어넣어 기를 불어 넣고,
도포를 벗어 해골을 덮었다.
그런다음 조금 후 도포를 들쳐,
갈비뼈를 세어보니 좌측에 세대가 모자라 동자를 시켜 동남쪽으로 가서
버드나무 세 가지를 꺽어 잘라오게 하였다.
그런 다음 주문을 외고 물을 입에 머금었다 뿜었다.
그러자 해골과 뼈에 살이 생기고 생전의 원기를 얻어 혼백이 돌아와 사람으로 변하였다.
다시 살아난 그 해골이 몸을 한번 구르더니 일어나 말하였다.
"도사님 !
저의 혼백을 다시 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지 벌거숭이라 남이 볼까 민망합니다."
장자는 즉시 행낭속에서 옷 하나를 꺼내 입혔다.
옷을 다 입은 그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나는 복주(福州) 사람으로 이름이 무귀(武贵)라 한다.
삼백냥을 몸에 가지고 낙양성에 와서 물건을 사려다가,
바로 네 두놈한테 속아서 독약을 먹고 죽었는데,
오늘 다시 살아 났으니 내돈과 옷을 내놓아라!
그러면 너희들을 용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살인죄로 고소해 버리겠다.
만약에 일이 여의치 않으면 황제께 상소를 올려서라도 네 놈의 몸뚱아리를
천 토막 만 토막으로 만들어 주리라.
지금 네가 갖고 있는 호로병과 마법이 그 증거이니라!"
놈이 장자의 멱살을 움켜잡고 관가로 갔다.
현감이 좌정하여 보니 한 병자가 도인을 끌고 와 어울한 일을 풀어 달라고 하기에,
장자에게 물어 보았다.
"만약 네가 저자의 목숨을 모해하지 않았다면,
왜 저 자가 아무 까닭없이 너를 무고하겠느냐?" 하며
형틀을 대령하고는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가혹한 형벌을 내리겠노라 엄포를 놓았다.
장자가 현감에게 어떻게 하여 해골을 만났고 영단으로 살려 주었더니
도리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그 사내가 다시 반박하였다.
"현감어른 !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십시오.
해골이 어찌 다시 살아날 수 있겠습니까?
분명한 헛소리입니다.
사악한 도술로 악한 짓만 하며 무고한 백성을 살해하는 죄 많은 도인 입니다.
호로병 속에는 백가지 독약이 있어, 갖은 꾀로 술에 타서 남에게 먹이면
머리가 노래지고 다리 힘이 쭉 빠져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는 슬퍼 눈물까지 흘리는 척 하면서 다시 깨어날까 싶어
괴상한 물을 입에서 뿜어내 완전히 죽인답니다.
그리고는 행인이 지니고 있는 재물을 몽땅 털고
그 시체는 황폐한 교외 벌판에 내다 버립니다.
소인이 바로 이렇게 저 자에게 죽은 것이 올시다.
다만 소인이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하여 신령님을 감동시켰으므로
살아온 것이지 저 자가 살려준 게 아니 올시다."
그 말을 들은 장자는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장자가 현감에게 말하였다.
"현감어른,
제게 물 한 잔만 갖다 주시오.
제가 저 자를 살렸지만,
저 자는 극악 무도한 자이니 다시 죽어 윤회를 해야 마땅합니다.
제가 천리(天理)를 거역하면서까지 착한 일을 했으나,
이런 앙갚음을 받는군요."
장자가 물 한 잔을 받아 들고 사내를 향해 입에서 뿜으니 그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옷을 걷어보니 하얀 해골만 한 무더기 남았는데 갈비뼈 세대는 버드나무 가지였다.
현감이 그 광경을 보고 깜짝놀라며 그제서야 장자가 기사회생의 초능력을 지닌 도사임을 알게 되었다.
현감이 당상 의자에서 내려와 그자리에서 무릅을 꿇고 장자의 제자가 되겠다고 간청하였다.
장자가 손가락으로 행랑채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사람이 진짜 도인이오."
현감이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보는 순간,
장자는 바람으로 변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도인은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끝을 맺어 버렸다.
구경꾼들은 그제서야 이야기에 몰두해 있다가 한 두푼씩 시주를 하고는 뿔뿔이 흩어졌다.
도인은 시주된 돈과 물건을 챙겨서 떠났다.
유조는 집으로 갈 생각은 하지않고 그 도인의 뒤를 쫒아가
그의 팔을 붙잡고 하소연를 하였다.
"사부님 !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저도 사부님을 따라 출가를 하겠습니다."
도인이 유조를 살펴보니 다리를 절고 있는데다가 옷도 남루하기 짝이없었다.
도인은 점잖게 타일렀다.
"자네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어찌 그 힘든 수련을 이겨낼 수 있을 쏘냐?"
그러자 유조는 대답대신 노래를 불렀다.
전생의 음탕한 욕정, 온갖 여자 데리고 놀아,
풍류 세월 지나가니, 재앙만이 닥치누나,
남자구실 못하고, 양기없는 폐인되고,
다리는 꼬부라져,
대문간도 못 뛰어 넘네,
마당 쓸고 향불 피울 수 있으니,
제자로 삼아 주소.
그러자 다시 유조를 가만히 보고 있던 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을 했다.
그러자 유조는 급히 도인이 메고 있던 행낭을 대신 메고는
도인의 뒤를 딸아 시주에 나섰다.
유조는 진경제( 阵敬济)가 환생한 화신(化身)있었으니,
반금련의 화신 여금계, 춘매의 화신 매옥과 함께 서문경이 죽은 후,
삼각 관계의 세가지 인과(因果)를 매듭 짖게 되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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