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80)
조조의 인사지만사(人事之萬事:사람을 쓰고 버리는 법)
완강한 하후연 군사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숫적으로 우세한 황충의 군사들은 개미떼 처럼 정군산 산상의 성벽을 기어올라,
시시각각 성의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몰려드는 적들을 몸소 맞아 격전을 치르던 하후연은
도저히 전세를 뒤집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부장 두습(副將 杜襲)에게 손수 쓴 혈서를 건네주며,
"지금 즉시, 적의 포위를 뚫고,
이걸 위왕께 전하면서 속히 지원병을 보내 달라고 하라 !
만약 지원병 도착이 늦어지면,
아군은 정군산에서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하라 !"하고,
비장한 어조로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
하후연의 서신을 받아든 두습은 곧 그자리를 떠났다.
그러자 하후연은 다시 칼을 움켜 잡으며,
"병사들이어,
힘내서 적을 무찌르자 !"하고,
병사들을 독려하며 다시 전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한편,
사마의를 군사(軍師)로 삼아,
허창에서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한중에 도착해 있던
조조의 앞으로 하후연의 급신(急信)이 도착하였다.
"전하 !
하후연 장군이 지원병을 요청했습니다 !"
적의 포위를 뚫고 달려온
하후연의 부장 두습의 몰골은 초최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가져와라 !"
조조가 손을 뻣자,
정욱이 황급히 달려가 하후연의 서신을 나꿔채 바친다.
"전하 !
적군 삼만 명이 우리 군영을 포위,
공격하여 아군의 사상이 절반이 넘습니다.
하후연 장군께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나,
지원병이 없으면 아군은 정군산에서 전멸할 겁니다 !"
조조가 급서를 읽는 중에도 두습은 급박한 현지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러자 입시해 있던 장수들이 이구 동성으로,
두 손을 모아 무릅을 꿇으며 조조에게 아뢴다.
"전하 !
지원병을 보내라는 명을 내려 주십시오 !"
급서를 모두 읽어 본 조조가 한 손을 번쩍 들어보이며 감탄을 한다.
"역시, 하후연이로군 !
이름 값을 했어 ! "
조조는 이렇게 장군 하후연의 분전을 높이 치하한 뒤에,
급서를 가지고 달려온 두습을 향하여,
"그럼, 우선 가서 쉬도록 해라.
돌아가는 길에는 철기병 오백으로 하여금 호위해 주도록 할 것이다.
가서 하후연에게 곧이어,
서황과 허저가 이끄는 삼만 군사를 지원병으로 보낼 것이라고 전하라.
어떡하든 하루만 버텨 준다면,
지원병과 힘을 합쳐 황충을 무찌를 수가 있을 것이야 !"
"고맙습니다,
전하 ! "
두습은 코가 바닥에 닿도록 절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러자 조조는 입시해 있던 장수들에게도 물러가란 명을 내린다.
"물러가겠습니다 !"
군사 사마의는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만을 보고 있다가,
물러가는 장수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조는 사마의와 단 둘이 남게되자,
"유비가 와구관을 공격할 때부터 따져보면
우리가 몇 번이나 패한 것이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사마의가 대답한다.
"네 번입니다."
"내 평생 전장을 누볐으나,
네 번이나 연패를 거듭한 적은 없었네."
"정말 지원병을 보내실 겁니까 ?"
"왜, 안 되나 ?
내가 빈 말을 한 것 같나 ?"
"그럼,
어제 보내셨어야지요.
어찌 이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신 겁니까 ?
지금 보내면 적어도 하루 반이 넘으니,
도착한다 해도 이미 정군산을 잃은 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원병들은 달려가느라고 지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겁니다."
"음 !...
역시 예리한 분석이군.
나도 그런 점들이 걱정됐네,
지원병들은 보낸다고는 했지만,
그냥 들으라고 한 말이었네.
정군산은 산세가 험해서
황충이 주요 봉우리와 산성을 차지해 버리면 되찾기는 어렵지,
그렇다면 지원병을 보내봤자, 소용없지 !..."
"지금 그 말씀은 정군산을 포기하지만,
지원병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병사들이 마지막 힘을 다하여 싸워주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
"맞네,
유비가 정군산을 얻게 되면 기고만장해 질 테니,
날 얕 볼 것이야.
그러면 다음 결전에서 우리가 유리하겠지."
"전하 !
하후연은 아군의 상장군으로써 수 많은 전공을 세웠고,
전하와는 인척 관계에 있지 않습니까 ?
그가 전사하면 우리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 질 겁니다."
"마음에 걸리나 ?"
"네,에 !...
가슴이 아픕니다."
"나도 그렇네 !...
허나, 별 수 없지 !
이 마당에는 아깝고 귀한 것이라도 버릴 땐 버려야 하는 것이지,
그리고 오늘은 내가 눈물을 흘리지언정,
마지막에 정말 눈물을 흘릴 자는 내가 아니라 유비야 ! 유비 !"
조조는 손에 든 하후연의 급신을
바닥에 내던지며 발악하듯 외쳤다.
*붙임말.
세인(世人)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를 구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 협력과 양보를 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성공에 이르기도 하고,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는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세인들의 삶의 행태와 달리,
국가의 지도자는 어떤 인사기준을 가져야 할까 ?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국가 지도자들의 흥망성쇄를 보아왔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최근에 박근혜 전대통령은 잘못 쓴 측근의 비리가 밝혀지며
사상초유로 국가 지도자의 직에서 파면당했다.
그 뒤를 이은 문재인 대통령은 다를까 ?
지금은 현직에 있어 누가 극한 시비를 걸지 않겠지만,
임기말이 가까워 질수록 재직중 골라 쓴 사람때문에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국가지도자가 세인과 다름없는 인사(人事)를 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교훈을 살펴, 인사지만사(人事之萬事)를 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한편,
유비는 황충을 선봉으로 보내 놓고,
후군 군막에서 공명과 장비를 비롯한 장수들과 함께,
황충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비가 공명을 불러 묻는다.
"공명 선생,
진작부터 우리는 조조의 지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며
매복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소식이 없으니 이상하군.
하후연의 군대가 전멸하도록 두려는 건가 ?"
"조조의 계책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
군막 밖에서 소리치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정군산 공격에 나섰던 장군 황충이었다.
"주공 ! ~...
하하하하 !"
군막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황충은
다시 한번 유비를 부르며 손을 들어 보따리를 들어 보인다.
"주공 !
정군산을 손에 넣었습니다 !
조조군이 항복하지 않아, 제가 하후연의 목을 베었습니다 !"
황충은 이렇게 소리치며,
손에 든 하후연의 수급이 들은 보따리를 바닥에 내던진다.
"아, 하하하하 !
감축드리오, 황 장군 !
장군의 용맹함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장비가 이렇게 말하며,
황충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해 보인다.
"하하하하 !
고맙소, 고마워 !"
황충의 입이 귀에 걸렸다.
유비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황장군 !
노익장을 과시했구려 !"하고,
칭찬을 하자,
"엇 ? 주공 !"
황충이 비로서 유비를 향했다.
그러자 유비는 황충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천자께 상소를 올려,
그대를 정동장군(征東 將軍)으로 봉해 달라고 하겠소."
"고맙습니다 !"
이어서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모두 들으시오 !"
"예 !"
"조조가 정군산을 잃었으니, 대세가 기운 것이오.
우리는 이 여세를 몰아, 병력을 총 동원해 조조와 결전을 벌입시다 !"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흔쾌히 복명하였지만,
왠지 공명만은 지난번과 똑같이 유비의 호방한 소리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 인물평.
하후연(夏侯淵 : ? ~ 219년)
조조의 장수로 자는 묘재(妙才)이다.
조조의 누이동생을 아내로 맞았으니 ,조조와는 처남, 매부 지간이다.
조조의 거병에 참가하여 원소와 서량의 한수와의 싸움 등을 비롯하여
수 많은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
후에는 서정장군(西征將軍)으로 한중(漢中)을 지켰으나,
황충의 공격을 받고 분전하다가 죽임을 당하였다.
28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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