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후계자 조비, 부각되는 사마의

오토산 2021. 12. 14. 06:47

삼국지(三國志) (278 )
후계자 조비, 부각되는 사마의

아침이 밝자,

조조는 정욱을 불러들여 반란군의 처리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정욱이 간밤에 일어난 반란군의 처리 사항을 조목조목 보고한다.

 

"전하 !

반란군은 모두 처형했습니다.
경기 외에도 적극 가담한 위황과 

태의 길평의 아들인 길막, 길목,

귀족 자제인 김위 등 오십여 명에 이릅니다."

 

"그건 모두 체포된 자들이고, 체포되지 않은 자들은 ?...

이번 일은 철저히 파헤쳐서 잔당들을 가려내야 해 ! "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조식은 안 보이는 건가 ?"

 

"네...

조식 공자는 전하께서 위험에 처했을 때, 못 와,

심히 황공한 마음에 뵈러 오질 못 하겠답니다."

 

"음 !...
명을 전하게,

조식을 어림군 총독(御林軍 總督)에 명하니 업성을 방어케 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정의 대소백관(大小百官)들을

지금 즉시 모조리 업군으로 모이게 전하라."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조정의 대소백관들은

조조의 명에 의하여 모두가 업군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위왕궁(魏王宮)의 화려한 장대함에,

 

(아아, 참된 도읍(都邑)은 허도가 아니라,

업군이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감탄해 마지 않았다.

 

위왕궁 교장(敎場) 좌우에는 백기(白旗)와 홍기(紅旗)가 서 있었다. 
대소 백관들이 모두 모여들자 허저가 아뢴다.

 

"전하 ! 아뢰옵니다.

백관 모두가 대령했습니다."

 

조조가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이들을 굽어보다가 입을 연다.

 

"지난 밤,

경기와 위황의 역모로 오봉루가 화염에 휩싸였소.
여러분 중에 불을 끄고 역도를 격퇴한 자도 있고, 안 나온 자도 있을 거요.
역도들에게 대항한 자는 홍기 밑으로 서고,

나오지 않은 자는 백기 밑에 서시오."

 

"으, 응 ?..."

 

대소 백관들은 느닷없는 조조의 명에 어찌할 바를 몰라, 수선거렸다. 
그러다가 대부분 백관들은 홍기 밑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실제로 지난 밤에 오봉루로 달려나온 사람도 있었으나,

보나마나 위왕 조조가 달려 나오지 않은 책임을

크게 물을 것이 두려워서 홍기 밑으로 모인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오봉루 화재사건을 비롯해 역도 경기 무리가 날뛰는 것을 모르거나,

알았더라도 그들과 맞서는 것이 두려웠던 일부 대소 백관들은

책망을 두려워 하면서 백기 밑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는 사마의도 있었다.

 

대소백관들이 백기와 홍기, 두 패로 갈라서자

조조가 백기 쪽에 모여든 백관들을 향해 손을 들어 말한다.

 

"그대 들은 각각 금 스무 냥을 내리니

각자 일을 보도록 하시오."

 

백기 밑으로 모여든 대소 백관들은

위왕 조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위왕 조조가

오봉루의 화재와 역도들이 날뛰는 현장에 오지 않은 것을 크게 나무랄 줄을 알았는데

그 책임을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 스무 냥까지 하사 하겠다는 것이 마냥 이상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어쨌거나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고 하니,

 

"황공하옵니다 !"하고,

일제히 복명하고, 곧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홍기 밑에 모여든 삼백여 명에 이르는 대소 백관들은 영문을 몰라, 수선거렸다.
그 순간, 조조가 휘하 호위군에게 명한다.

 

"홍기에 모여 든 자를 모두 체포해라."

 

"예 !"

 

호위군이 몰려들어

백관들을 모조리 끌어 내리려고 달려들었다.

 

"위왕 전하 !

어찌 이러시옵니까 ?"

 

"상을 내리지 못할 망정 !..."

 

"억울하옵니다 !..."

홍기밑에 모여들었던 백관들은

그 자리에 꿇어 앉으며 제각기 부당한 처사임을 고하였다.
그러나 조조의 다음 말은 더욱 기가막혔다.

 

"내가 모를 줄 아는가 ?
계략이라곤 없는 너희 문신들이 무슨 불을 끄며,

어찌 무기를 가진 역도들과 맞서 싸운단 말이냐 ?
네 놈들이 오봉루에 온 것은 실상은 역도들을 도우려고 한 것이 아니냐 !
이들을 강가로 끌고가 모두 참하라!"

 

"억울합니다 !"

 

"재고하소서 !"

 

"세상에 이런 처사가 !..."

 

홍기 밑에 모여들었던 삼백여 명의 대소 백관들은

우악스러운 위왕 조조의 호위군사들에게 끌려가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위왕 조조가 백관들 모두가 끌려 나가자

아들 조비에게 명한다.

 

"비야, 따라 오너라."

 

조비는 조조의 내실에 긴장한 채로 입시하였다.
그것은 자신도 지난 밤 오봉루에 달려왔었기 때문이었다.

조조가 입을 열어 말한다.

 

"비야, 낯빛이 왜 그러느냐 ?"
조조는 조비의 태도를 보며 물었다.

 

"부왕께서 관리 삼백 명을 참하셨으니

눈부신 위엄에 소자도 놀라 그렇습니다."

 

"내가 왜 그들을 죽인 줄 아느냐 ?"

 

"홍기 아래 모인 자들은 주로 황궁 내시들이었는데,

그들이 오봉루에 온 것은 의도가 불순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

 

"알고 있으면서,

너는 왜 오봉루에 온 것이냐 ?"

 

조비는 대답에 앞서, 아버지 조조앞에 황급히 꿇어 앉았다.
여기서 대답을 잘못 하게 되면 돌이킬 수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판단이었다.

그리하여 목청을 높여 외치 듯 말하였다.

 

"부왕 ! 소자가 의심을 받을지 언정,

부왕께서 역도들에게 당하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 "

 

그 소리를 듣고,

조조는 표정이 근엄해 지고, 목소리는 차분해졌다.

 

"비야 !

어젯밤 네 일거일동을 모두 보았다.

무예에 능숙치 않아 검법은 서툴렀지만 반란군들과 싸울 때는

무슨 미친놈 처럼 제 목숨을 돌보지 않터구나."

 

이렇게 말한 조조가 손짓으로 조비를 곁에 부른다.
조비는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 조조의 곁으로 가서

꿇어 앉아  다음 말을 기다렸다. 
조조가 결심어린 어조로 입을 열어 말한다.

 

"비야, 왕위를 계승할 세자로 너를 세우마.

오늘, 내가 종사(從使)를 시켜 너를 세자로 공포하도록 명하겠다."

 

"부왕 !"

 

"거처를 속히 승상부로 옮겨라. 
앞으로 내가 허창에 없을 땐,

네가 성내(城內)의 군무(軍務), 정무(政務), 내무(內務)와

황궁내의 사무(事務)를 비롯한 제반 사항을  관장하거라."

 

"부왕 !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

 

조비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숙였다.

"음...

사마의를 불러오너라."

 

"네 !"

 

조비는 뒷걸음을 쳐서 아버지 앞을 물러나갔다.
잠시후 사마의가 위왕 조조앞에 대령하였다.

 

"전하 !

불러계시오니까 !"

 

"이보게,

중달(仲達: 사마의의 字) ! 
내가 방금 전에 조비를 세자로 세웠네. "

 

"들어오며 보니,

비 공자 얼굴이 눈물 투성이더군요."

 

"자네 재능은 주유와 공명에 결코 뒤지지 않아,

앞으로 조비를 곁에서 잘 보필해 주게."

 

그 말을 듣고,

사마의가 위왕 조조 앞에 두 무릅을 꿇고 부복한다.

그리고,

 

"명에 따르겠습니다. ! "하고,

복명하며 허리를 깊숙히 숙여 절을 하였다. 
이때 정욱이 급히 달려 들어와 아뢴다.

 

"전하 !

한중을 지키고 있는 조홍(曺洪) 장군에게 급보가 왔는데,
황충이 이만 군으로 한중을 치고,
아군의 거점을 공격해 많은 장수와 병사가 죽고,

한중 관문이 뚫렸다고 합니다. 
조 장군이 급히 원군을 보내달라는 요청입니다."

 

"음 ! 유비가 서촉을 취한 지 불과 일년 남짓 되었는데

벌써 한중을 공격했단 말이지 ?

한중을 잃으면 유비가 유리한 고지에 오른다,

유방처럼 중원을 공격해 낙양과 장안을 치고, 나와 자웅을 겨루려고 하겠지.."

 

"전하 !

하오니 유비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라도 한중은 사수해야 합니다.
속히 원군을 보내라는 명을 하십시오 !"

 

정욱이 조조의 말에 대꾸하였다.
그러나 조조는 사마의에게 묻는다.

 

"자네 생각은 ? ..."    

그러자 묵묵히 듣고 있던 사마의가 입을 열어 말한다.

 

"유비도 제왕의 포부를 억누르지 못 하는군요.

형주에 이어 서촉을 점령해,

군마만 하더라도 백만이 넘고,

장수가 천 명에 이를 뿐만 아니라
군량과 무기도 모자람 없이 충분할 겁니다.

 

더구나 이들이 서촉을 치고,

일 년여의 휴식기를 가졌으니 사기 또한 높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당장 이들과 대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

한중을 포기하란 것인가 ?"

 

"신이 볼 때는

한중보다 더 중요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원의 중심인 형주입니다.

조인에게 십만 군사를 주어 한중을 구원케 하시고,

전하께서는 친히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형주를 공격하시는

양동 작전을 펼치신다면 유비는 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한중의 위기는 해결되게 될 것입니다."

조조가 그 말을 듣고,

자신도 생각지 못한 일 이었듯 얼굴을 펴고 눈썹을 매만지며 말한다.

 

"음 !...

아주 좋아,

다만 약간 수정해야겠네.

조인에게 십만으로 남하해 업성을 기반으로 형양을 공격케 하고,

나는 직접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한중을 구원하러 가겠네.
자네도 함께 가세."

 

조조는 무장 출신답게,

진정한 적수인 유비와 다시 한 판 붙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허나, 전하 !

유비와 꼭 결전을 치르시겠다면, 건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해 보게."

 

"강동 손권에게 강 건너로 파병하여

아군과 연합으로 형양을 치자고 제의하시고,

전쟁이 끝나면 형양 9 군을 손권에게 돌려주십시오. "

 

"손권은 우리에게 합비에서 대패했는데,
내가 내미는 손을 잡으려 할까 ?"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왜지 ?"

 

"손권은 그동안 형주를 얻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으며,

그런 마음은 전하의 마음과도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비가 천하를 삼키는 것을 손권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조가 다시 눈썹을 만지며 흡족한 대답을 한다.

 

"좋 ~ 아 !

아주, 좋~ 아 !"

27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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