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79 )
유비의 한중 공격
한편,
황충(黃忠)과 엄안(嚴顔)이 한중을 점령하고 있는
조조의 군사를 무찌르고 성도(成都)에 승전을 보고하니,
유비는 크게 기뻐하며 모든 문무 백관들을 모아 놓고 말한다.
"여러분 !
오늘은 우리에게 겹경사가 있소.
첫째,
장군 황충과 엄안이 예비 부대만으로 한중의 조조군 요충지를 간단히 취해,
한중으로 들어가는 문을 활짝 열었소.
둘째,
조조가 허창에서 왕으로 칭했다가 반란을 일으켜 죽을 뻔 했소."
"하하하하 ! 형님 !..
우리도 이 틈을 타서 한중을 단숨에 깨뜨려 버립시다 !"
장비가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그러자 장군 위연이,
"한중은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한중을 차지한다면 중원에 진출하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만일,
계속해 조조가 점령하고 있다면 조만간 우리 서촉을
노리게 될 것이 자명한 일입니다."하고,
장비의 말에 적극 동조하였다.
"맞습니다 !"
"한중을 취합시다 !"
장비를 비롯한 장중에 입시한 장수들이 일시에 의기어린 소리를 해보인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장수들의 사기 충천의 소리를 듣던 유비가
아무런 동조도 하지 아니하는 제갈양을 살펴보고, 그를 향해 묻는다.
"공명, 어떻소 ? "
"주공,
우려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촉의 전 군이 출정했다가 형주에 일이 생기면 어찌 대처 합니까 ? "
"에 이 ! ~...
선생 !
선생은 다 좋은 데 너무 신중해서 탈이오 !
생각해 보슈, 우리가 전 군을 동원해 한중을 치면,
조조가 감히 남쪽을 돌 볼 정신이 있겠소 ?"
"조조 말고도 손권이 있소."
"에 잇 !...
거 강동의 쥐새끼들이 운장형 상대가 되나 ?"
"그래도 안심이 안 됩니다."
공명은 말상대가 안 되는 장비와
입씨름을 해선 안 되겠다 생각하고,
유비를 향해 대답하였다.
유비가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결심어린 어조로 말한다.
"결심했소.
전 군이 한중을 공격해 조조와 자웅을 겨루겠소 !"
"알겠습니다 !"
모여든 문무 백관들이 주군의 명령에 일제히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그런 뒤, 유비는 자신의 결정에 흔쾌히 따라주지 않는 공명을 향하여,
"공명,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오지 않소,
우리가 한중을 빨리 취할 수록 형주도 안전해 질 것이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명은 주군이 고집을 피워대는 바람에
더 이상 말하지 아니하고 입을 닫았다.
한편,
조조는 손권에게 사신을 보내, 자신이 한중에 출정해
유비와 겨루는 동안 조인과 더불어 관우가 지키고 있는 형주를 연합하여 쳐서,
형양 9군(郡)이 회복대는 대로 손권에게 하사 하겠노라고
사마의와 논의한 내용의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유비에게서도 사신이 와서
유비가 한중을 치러 출정한다는 소식을 알려오는 것이었다.
손권이 이 문제에 대하여 장군 육손을 불러 묻는다.
"조조가 나에게 서신을 보내,
형양 9군의 반환을 할 것이니,
조인의 십만 대군과 연합해 형주를 치자고 하며,
유비는 한중을 치러 출정한다는 소식을 보내왔소.
내가 유비에게 답하길 원하오,
조조에게 답하길 원하오 ?"
"주공,
우리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신이 건의드리옵건데,
양 쪽 모두에 답 하시되, 둘 다 군사는 보내지 마십시오.
현재, 조조와 유비는 승부를 걸고 한중을 취하려 하니,
사태 추이를 지켜 보시면서 어느 쪽이 이기는지 확인해 보시고,
둘 중 어디를 칠 지 그때 결정하십시오.
형주는 그냥 두어도 어디 가질 않습니다.
조조가 이긴다면 형주는 자연히 주공 것이고,
유비가 승리한다면 주공께서 당장 형주를 취하더라도
때가 되면 유비군이 다시 올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양 쪽에 모두 답하고, 출병은 안하겠네.
허나, 거기에 한 가지 더,
조조에게 서신을 보내 군량 십만 석을 달라고 할 것이네,
유비 공격에 쓴다고..
유비 쪽에도 조조 공격에 쓴다고 군량 십만 석을 요청하려하네
, 어떤가 ?"
"영명하십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주공께서 뭘 요구해도 그들은 모두 내 줄 겁니다."
"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
만일 한중의 결전 대상이 조,유가 아니라 우리라면,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 "
"아 !...
어려울 겁니다."
"어째서 ?"
"야전에서는 철기병과 보병에 의존해야 하는데,
우리 수군은 천하 무적이나,
보병과 기병은 그들보다 못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강동에 머무르며 멀리 뻣어 나가지 못하는 이유 이지요.
주공, 우린 방어는 가능하나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정예 철기병이 필요합니다."
"육손,
내가 왜 자네를 부른지 알겠나 ?"
"압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철기병을 훈련시키라는 뜻이죠."
"맞네 !
자네를 부도독으로 임명할 것이니,
즉시 병사들을 소집해,
각각 정예의 보군과 철기병 일만 명씩을 훈련시키고
미래에 대비토록 하게."
"알겠습니다."
"아 ! 내가 유비와 조조에게 가져올
이십만 군량도 자네에게 주겠네,"
"황공하옵니다."
때는 건안(建安) 이십삼년 칠월.
유비는 조운(趙雲), 장비(張飛)로 선봉을 삼고
자신은 공명과 함께 삼십만 대군을 이끌고 나가며,
가맹관에 전진 기지를 구축하고 한중과의 초전을 승리로 장식한
황충과 엄안을 불러 상을 주며 말한다.
"사람들은 장군을 늙었다고 얕보았으나
오직 군사(軍師)만은 장군을 알아서 이처럼 큰 공을 세우게 했으니,
이는 나의 다시 없는 기쁨이오.
그런데 이번에 공격할 한중의 정군산(定軍山)으로 말하면
남정(南鄭)의 요새인 동시에 위군(魏軍)의 보루(堡壘)이기도 하오.
정군산만 정령하면 한중으로 들어가는 길이 활짝 열릴 것 같은데,
장군은 장군산을 능히 점령할 수가 있겠소 ?"
"노신이 비록 무력하오나,
주공께서 명하시면 목숨을 걸고 싸워 정군산을 바치오리다."
황충은 이렇게 말하면서 금방이라도 출동할 태세를 보였다.
그러나 군사 공명이 손을 들어 황충을 만류하면서 말한다.
"장군이 비록 만부지용(萬夫之勇)의 맹장(猛將)이긴 하나,
위군(魏軍)의 상장군 하후연을 당해내기는 어려울 것이오.
하후연은 육도삼략(六韜三略)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용병법(用兵法) 또한 탁월하여,
조조도 그를 믿었기 때문에 한중의 수비를 그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오.
따라서 지난번 싸움에서 장군이
장합을 이긴 것과는 다르게 어려운 싸움이 될것이오.
하여, 형주에 있는 관운장을 불러와야 감당이 될 것같소."
황충이 그 말을 듣고 분연히 대꾸한다.
"군사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시오 ?
그 옛날 조(趙)나라의 염파(廉頗)라는 장수는
나이가 팔십이 넘었어도 한 말 밥에 고기를 열 근이나 먹었던 까닭에
다른 나라의 제후(諸侯)들이 그가 두려워
감히 조나라를 침범하지 못했다고 하오.
하물며 소장이 아직 칠십도 못 되었는데
무엇이 늙었다고 그런 경시의 말씀을 하시오.
만약 나에게 삼만 군사를 주시면 맹세코 하후연의 머리를 베어 오리다."
"마음은 청춘이어도 나이만은 어쩔 수 없으니,
너무 무리를 해서는 안되오."
공명은 장군 황충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린 후에
노파심을 담은 말과 함께 출정을 허락하였다.
"고맙소이다.
내 반드시 하후연의 목을 베어와 주공과 군사앞에 바치오리다 !"
황충은 자신감에 넘치는 일갈(一喝)을 남기고
출정을 위해 밖으로 나가버린다.
공명은 황충을 보내고 나서 유비에게 말한다.
"노장 황충이 큰소리를 치고 떠나긴 했으나
조조의 상장군 하후연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허니, 곧 뒤로 지원군을 따라 붙여
황장군이 수세에 몰렸을 때 구원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조운을 불러 이렇게 명한다.
"조 장군은 삼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눈에 띄지 않게 산중으로 진군하여 황충을 돕도록 하오.
황충의 전세가 유리하거든 결코 표면에 나타나지 말고,
다만 위태로울 때만 돕도록 하오."
그리고 공명은 조운을 가까이 불러,
귓속말로 비밀 지령을 내린다.
그리고 유봉(劉封), 맹달(孟達) 등의 장수들에게도
군사 삼천을 주어 험지(險地)마다 많은 아군의 군기(軍旗)를 꼿아,
아군의 위세(威勢)를 적에게 과시해 보이도록 일렀다.
이것은 이른바 병법의
허허실실 허장성세(虛虛實實 虛張聲勢 : 상대방의 허를 찌르기 위해 만들어 보이게 하는 전술)를
보임으로써 적들의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모두 임무를 띠고 떠나자
공명은 하판(下辦)에 주둔중인 마초(馬超)에게
전령을 보내 새로운 계책을 전하는 동시에
엄안을 파서(巴西)에 보내어 낭중의 관문을 지키게 하였다.
그리고 장비와 위연을 불러 황충과는 별도로 한중을 함께 치도록 일렀다.
실로 세밀하고도 치밀한 계략이었다.
이윽고,
하후연이 지키고 있는 정군산 산성이
지척에 보이는 곳에 도착한 황충이 수하의 장수와 병사들에게 말한다.
"반 시진 후에 전군이 일시에 정군산 산성을 공격한다 !
예비 병력은 필요없다 !
그리고 후퇴하거나 꽁무니를 빼는 자는 모두 참한다 !
산성을 취하고 하후연을 없애야 한다.
놈은 조조의 상장이니,
놈만 없애면 조조군은 전의를 상실할 것이다 !"
"알겠습니다 !"
이미 한차례 한중의 장합과 겨뤄 승리한 황충의 부하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상장군 황충의 명에 일시에 복명하였다.
그리고 전열을 정비한 황충의 군사들이 산성에 사다리를 걸치고
개미떼 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하였다.
28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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