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한중왕(漢中王) 유현덕

오토산 2021. 12. 21. 06:59

삼국지(三國志) (284)
한중왕(漢中王) 유현덕

조조가 물러가자,
유비는 많은 장수들을 시켜 한중의 남은 고을을 치게 하였다.
조조의 명을 받고 녹을 먹고있던 한중의 크고 작은성의 성주들은

조조가 한중을 떠나자 모두 싸울 기력을 잃고 제각기 앞을 다투어 항복하였다.

 

유비는 점령지 백성들을 안심시키고,
공을 세운 장군들과 병사들에게 일일히 논공행상을 벌여

작위와 상금을 후하게 내려주었다.

 

그 모양으로 정치, 경제, 군사 등에 안정을 기하니,

유비가 점령한 영토는 사천(四川), 한천(漢川)에 걸쳐, 광대한 지역에 이르게 되어,

이제는 북방의 위(魏)와 강남의 오(吳)에 비해도 결코 손색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한중에 입성한 유비는 

한중 공격에 노고가 많았던 장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전승 축하주를 내리며 말한다.

 

"여러 장군들 수고가 많았소.
내가 한 잔 올리겠소." 

 

"감사합니다 !"

 

장수들은 일제히 잔을 높이 치켜들고 난 뒤,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잔씩을 마시고 나자,

장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이번에 조조가 우리에게 무참히 당했습니다.

사십만에 이르는 조조의 대군이 우리 앞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고,

그들이 버리고 간 깃발 만도 수 십개에 이릅니다.

 

내가 사구(砂邱)까지 추격해 갔지만 

조조의 아들놈 조창이 죽기 살기로 막는데다가

조조란 놈이 얼마나 혼비백산으로 도망을 치는지 꽁지조차 볼 수가 없더라구요 !"
장비의 이 말에 자리에 함께한 장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
그러자 노장 황충이 한 마디를 거든다.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조조가 화살 한 대를 맞아, 죽을 뻔 했답니다 !"

 

"하하하하 !...."
좌중에는 또다시 통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때, 한 장수의 보고가 들어온다.

 

"보고 드립니다 !

유봉, 왕평, 맹달 장군이 한중의 마지막 남은 용재군을 취하여,

이제 한중은 모두 주공 것이 되었습니다 !" 

 

"잘 했군 !

형님 !  이제 천하의 절반이 형님 껏이 됐습니다 !"

 

장비가 무릅을 치며 기뻐하였다. 
그러자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이 제각기 술잔을 높이 치켜 들며 외친다.

 

"축하합니다. 주공 !"
이런 화기애애한 전승연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던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모두 여러분 덕분이오.
그러나 조조가 아직 살아있으니 방심해서는 안되오."
그러자 좌중의 한 장수가 잔을 높이 들며 선창한다.

 

"어쨌거나 모두 수고하셨소 !
자, 한 잔 마십시다 !"

 

유비를 비롯한 장수들이 제각기 한 잔씩을 마시고 나자,

법정이 입을 열어 말한다.

"우리 주공께선 황실의 종친으로 인자한 성품을 지니셨습니다.
게다가 서천과 형주의 주인으로 한중까지 취함으로써

이제 백만에 달하는 군사를 이끄시는 몸이 되셨습니다.

 

그러니 천하 대세는 이제, 주공께 기울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이제는 주공께서 한중왕으로 등극하시어 천하에 그 위세를 떨치고

조조를 토벌하여 천하 통일을 이루셔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

 

"옳은 말이오 !"
장비가 법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유비는,

 

"아니, 그 말은 옳지않소. 

천자께서 계신데, 내가 천자를 구하지 아니하고

칭왕을 하며 자립 한다면 조조와 다를 것이 없지 않겠소?. .

나는 대역 무도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니,

다신 그런 말을 하진 마시오."하고,

엄숙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좌중에 장수들은,

 

"주공 !

거절하지 마시고 왕이 되어주십시오 !"

 

"왕이 되어주십시오 !"하는,

소리가 거푸 튀어 나왔다.

 

장수들이 이렇듯 성화를 대자,

공명이 입을 열어 말한다.

 

"장군들 ,

주공께서는 인의를 중히 여기시니,

천자의 조서가 없는 한 왕위에 오르시진 않을 것이오."

 

공명은 여기까지는 장수들을 향해 말했지만, 
다음 말은 주군인 유비를 향해,

 

"그렇지만, 모든 장군들이 이렇듯 원하고 있으니,

주공께서는 왕위에 오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하고,

말을 마친 뒤, 술잔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유비가 근엄한 어조로 입을 연다.

 

"모두가 나를 왕으로 떠받들어 주니, 고마운 일이오.

허나... 천자의 조서가 없인...
그릇된 행위요."

 

"주공 ! 고조 황제께서 유언하시길,

유씨(劉氏) 성을 가진자 만이 왕이 될 수 있다 하셨는데,

조조는 성이 달라도 위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공은 조조와 달리,
유씨이면서 당당한 황실의 후예인데,
왕이 되는 것이 어찌 그릇 된 일이 겠습니까?"

법정이 나서며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가 대뜸,

 

"맞소 ! 지극히 맞는 말이오 !

형님께서는 왕이 되실 것이 아니라 황제가 된다고 해도, 모두가 칭송할 겁니다 ! "
공명이 두 사람의 말을 받아 말한다.

 

"맞습니다만, 작금의 상황에 따라,

먼저 한중왕이 되신 후에,

천자께 상주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유비가 공명의 말까지 듣고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이어서,

 

"그렇다면 선생의 말대로 하겠소."하고,

한중왕에 오를 것을 승낙하였다.

 

"하 !...."

유비의 선언이 있자, 좌중의 모든 장수를 비롯하여,

법정, 공명까지 모두 대청으로 몰려나왔다.

 

"신, 법정이 한중왕께 축하의 인사올립니다 !"

 

법정을 필두로 몰려나온 장수들 모두가 일거에 복명하며

그 자리에서 한중왕에 등극할 것을 수락한 유비에게 큰절을 올린다.

 

"인사 올립니다 !"

이렇게 재삼 사양하던 유비가 여러 사람들의 권고를 이기지 못하고

한중왕이 되기로 수락한 뒤, 건안 이십사년 칠월에 성대한 즉위식을 거행하였는데,

그때의 한중국의 위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중왕(漢中王) 유황숙(劉皇叔)
왕세자(王世子) 유선(劉禪)
태부(泰傅) 허정(許靖)
상서령(尙書令) 법정(法正)
군사(軍師) 제갈공명(諸葛孔明)
오호대장(五虎大將) 관우(關羽), 장비(張飛), 조운(趙雲), 마초(馬超), 황충(黃忠).
한중 태수(漢中 太守) 위연(魏延).

그밖에 나머지 사람들도 공훈에 따라
작위(爵位)를 후하게 내렸다.

 

그리고 유비는 즉위식이 끝나자,

곧 허도로 사신을 보내어 천자께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는 표(表)를 올렸다.
이와 함께 형주를 지키고 있는 관우에게도 작위를 수여함과 동시에

자신이 한중왕에 등극하였음을 알렸다.
관우가 이런 서신을 받고 크게 기뻐한다.

 

"기쁜 소식이 왔군 !

주공께서 한중왕에 오르셨다는 소식이다 !"
모여든 휘하 장수들과 관료들이 그 말을 듣고 함께 기뻐한다.

 

"정말입니까 ?

아, 참 잘됐습니다 !"

 

"다음에는 주공께서 친히 백만 대군을 이끌고

낙양과 허창을 잇달아 공격하시겠지..
이제, 대세는 기울었네 !
일 년도 안 되어서 천하의 주인이 결정 될 걸세 !"
관우는 자신감에 넘치는 소리를 하였다.

 

"그럼, 저희는 어찌하면 될까요 ?"

 

관우의 아들 관평이 두 손을 읍하며 물었다.

그러자 관우는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하였다.

 

"우선, 북상하여 번성을 취한 뒤에,
주공과 합세하여 남북에서 공격을 하게 되면, 허창은 금방 함락될 것이다."

 

"장군 ! 번성은 견고한 성이고,

현재 조인이 십만 병사로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그곳의 지형은 수비에 유리하지요.

조인은 지략과 용맹함을 겸비했으니, 단발 격전에 강합니다.
오년 전 수세에 몰린 가운데서도 주유를 죽일 뻔했지요."

 

마량이 나서며 말하였다.
그러자 마량의 그 말이 마뜩하게 들리지 않았던 관우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뭔가 ?"하고,

물었다.

 

"공명 선생께서 서천으로 가시기 전에,
형주를 잘 지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주공께서도 번성을 공격하란 명령을 내리지 않으셨구요."하고,

문신다운 원칙적인 문제를 아뢰었다.

그러나 관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하여,

 

"제갈양의 말만 들을 건가 ?

주공께서 번성 공격을 명하진 않으셨지만,

형주를 맡기실 때부터 상황에 따라 대처하라 하셨네.
조조가 중원의 번성을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우리가 북벌을 할 수 없었으니,

기회가 오는 대로 조치를 취해야지,

그 뿐만 아니라 익덕과 자룡은 한중에서 큰 공을 세웠는데,
그대들과 나는 이곳에 앉아, 형제들이 공을 세우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었잖나 ? "

 

관우가 모여있는 막하의 장수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소리를 해댔다.
그러자 장중의 장수 하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친다.

"다 같이 번성을 치고,

허창으로 갑시다 !"

 

"예 ! 그럽시다 !"

 

장수들 모두가 소리치며 전의를 불태우자,

관우가 흡족한 얼굴로 수염을 쓸어 내리며 명한다.

 

"요화를 선봉장으로, 관평(關平)을 부장(副將)으로 임명하니,

내일 이만 군사를 이끌고 먼저 양양성 부터 공격하도록 하라 !"

 

"예 !"

 

"그리고 마량(馬良)은 참모로 종군(從軍)토록 하라."

 

"예 !"

 

관우는 이렇게 내일 아침에 출동할 장수들을 지명함과 동시에

뒤에 남아 성을 지킬 장수들도 모두 지명하였다.

285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