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방덕의 출정(出征)

오토산 2021. 12. 23. 07:04

삼국지(三國志) (286)
방덕의 출정(出征)

조조는 일편, 안심했다.

그러면서 방덕을 향해, 

 

"다행히 우리에게

관우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장수가 있었군 ! "

 

조조는 이렇게 말하면서

방덕을 향해 기특해 하면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방덕 ! 하나만 묻겠네,

관우는 십여 년간 적수가 없을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그가 두렵지 않은가 ?"
그러자 청년 장수 방덕은 당돌하리만큼 꼿꼿한 자세로 이렇게 말한다.

 

"관우도 사람이고 저도 사람입니다.
그도 칼을 사용하고 저도 칼을 사용하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
제가 두렵지 않은지 관우에게도 물어봐 주십시오 !"

 

"좋~다 ! 방덕 ! ..

자네의 호기가 마음에 든다 !

두 계급 승진을 시켜줄 테니 자네가 선봉을 맡아,

우금과 함께 병사 팔만을 이끌고 번성으로 달려가 관우를 상대하게 !
내가 병사 이십만을 이끌고 뒤를 받쳐주겠네 ! "
조조가 호기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

 

우금과 방덕은 각각 복명 하였다.
조조가 즉시 시종에게 명한다.

"여봐라,

우금에게는 상장군의 인장을 방덕에게는 부장군 인장을 내리거라.

그리고 내일 연회를 베풀어 두 장군을 배웅할 것이다.

이젠 모두 물러가라 !"

 

조조의 명이 떨어지자,

그 즉시 시종 둘이 각각 상장군과 부장군의 인장을 가져와

우금과 방덕앞에 올려 바친다. 
두 사람이 각기 인장을 받아 들자,

시립했던 장수들과 대신들이 모두 총총히 물러간다.

모두가 나가버리자 조조도 내실로 들어가려는 때에,

대청을 돌아보니 우금이 가지 않고, 상장군 인장함을 들고 그대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우금, 내게 할 말이 있나 ?"

 

조조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우금이 그의 앞으로 다가오며 아뢴다. 

 

"전하 !

방덕은 서량(西凉) 태생으로 마초(馬超)의 심복 부장(副將)출신입니다.

그는 서량 전투에서 우리에게 붙잡힌후 귀순한 자입니다.
현재 마초는 유비의 그늘에서 오호장군(五虎將軍)의 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

게다가 방덕의 형 방유(龐柔)도 서천의 군수(郡守)로 역시 유비의 녹을 먹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싸움에 이런 사람을 선봉장으로 삼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

하오니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십시오."

 

"그 생각을 못했군.

어서 방덕을 불러오게 !"

조조는 우금의 말을 듣고,

<아차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의 군사와 싸우려는데,

유비와 밀접한 관계인의 수하(手下)에게 선봉장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잠시후 방덕이 불려왔다. 

 

"부르셨습니까 ?"

 

"당장 방덕의 인장(印章)을 거두어라."
조조는 거두절미 시종에게 명했다.

"어,엇 ? 전하 !

어찌 이러십니까 ?"

 

느닫 없는 위왕의 명령에 손에 들고있던

부장군 인장을 회수당한 방덕이 놀라며 물었다.

 

"방덕 ! ...

자네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자네의 옛 주인인 마초가 지금 유비 밑에 있고,
자네 형은 서천의 군수라지 ?

 

그런 자네에게 선봉이라는...

중책을 맡긴다면, 필시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야,

그러니 선봉은 없던 일로 하고, 원래 직책대로 복귀하도록 하게."

 

"전하 !"
방덕은 조조의 앞에 두 무릅을 꿇었다.

이어서,

 

"제가 서량 전투에서 붙잡혔을 당시,

전하께서는 저를 죽이지 아니하고 살려주신 뒤, 후대해 주셨습니다.
소장이 이처럼 전하께 큰 은혜를 입었으니,

이제 저는 목숨을 바친다 해도 갚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선봉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전하의 은혜를 갚기 위함이지 다른 뜻은 없사옵니다 !"

 

방덕은 두 손을 맞잡아 올려 보이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조조의 대답은 역시 냉철했다. 

 

"음 !...

그렇다 해도 그 말만 믿고 군대를 맡길 수 없네...
밖에 있으면 명을 어기기 쉬운 법...
멀리 전장에 나가서 병부를 쥐고 있으면 아무도 통제를 할 수 없지..."

 

"저한테 인장을 거두시겠다면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

 

이렇게 결심어린 소리를 내뱉은 방덕은 엎드린 그 자리에서

투구를 쓴 상태에서 바닥에 머리를 세차게 내리 찧은 것이었다.

 

"쿵 ! ... 쿵 !... 쿵 !..."
조조가 참담한 얼굴로 방덕의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방덕 !"
보다 못한 조조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머리 찧기를 멈추고 고개를 쳐든 

방덕의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조조가 단하로 내려서서 방덕의 앞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자네가 옛 주인에게로 간다면 옛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것이고,

자네가 관우와 싸운다면 나에게 충성스러운거지,

어떻게 하든 자네는 충성스런 사람이네 ! 일어나게 !..."

 

조조는 손수 방덕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아 보이며 말한다.

 

"방금 전 일은 내가 잘못 했네 !...
사과하겠네..."

 

사과란 것을 모르고 살아온 조조가

난생 처음 사과를 하며 방덕을 향해 믿음의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서,

 

"여봐라 !

인장을 가져오너라 !"하고,

시종에게 명하였다.

 

조조가 손수 회수했던 인장을 들어,
방덕에게 주면서 말한다.

 

"인장을 다시 받아 주게..."

 

부장 인장을 받이 든 방덕은

허리를 깊숙히 굽혀 절을 한 뒤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돌아서 대청을 나갔다.

방덕은 집으로 돌아오자,

곧 목수를 불러 자신의 관(棺)을 짜게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을 불러 관을 앞에 두고 술을 나누었다.
친구들이 관을 보고 크게 놀랐다.

 

"여보게 !

출정(出征)을 앞두고 상서롭지 못하게 어찌 자네의 관을 짰단 말인가 ?"
방덕은 친구들과 아내를 둘러보며 말한다.

 

"나는 위왕의 은혜가 망극하기로

이번 싸움에서 죽을 각오로 싸워 은혜에 보답할 생각이네.
이제 내가 번성으로 떠나면 관우와 싸워,
그가 죽거나 내가 죽을 판인데,

나의 이번 출정은 생환(生還)을 기할 수 없기에 미리 관을 짜 놓았네.

 

하여, 출정 때에는 이 관을 가져갈 것이네.

그런 줄 알고 여러 친구들은 나와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의 술잔을 기울이도록 하세.

그리고 내가 먼저 죽더라도 남은 나의 아내와 자식들을 잘 부탁하네." 

방덕의 너무도 비정한 소리에

만좌한 친구들은 그의 손을 잡고 목을 놓아 울었다.
특히 부인 추씨(秋氏 : 추미애)는 술 심부름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부등켜 안고 울음을 금치 않았다.

 

이윽고 날이 밝자

방덕은 전날 짜 놓은 관을 앞에 놓고,

수하 병사들과 함께 출병하기에 앞서

병력과 군장(軍裝)을 검사하며 일장 연설을 하였다.

 

"형제들이어 !

내일, 난 형제들과 함께 관우와 싸우려 출정한다 !
이 전투에서 내가 죽지 않으면 관우가 죽을 것이다 !
누가 죽든, 죽은 자의 시신을 이 관에 담아, 위왕께 고하라 ! "

 

방덕은 마지막 순간에 앞에 있는 관을

<탁 !> 하고 치면서 말을 맺었다.

 

"알겠습니다 !"
휘하의 병사들이 우렁찬 대답을 하였다.

 

"자 !

이 잔을 들어서 관우를 없애기로 결의하자 !"

 

방덕이 술잔을 높이 치켜들고 외쳤다.
그러자 휘하의 병사들이 제각기 술잔을 높이 치켜 들었다.

 

"관우를 없애기로 결의한다 !
관우를 없애기로 결의한다 !"

 

병사들의 각오는 장중이 떠나가도록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조조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자 모사 정욱(程昱)이 묻는다.

 

"전하께서는 무엇을 이렇게 기뻐하시나이까 ?"

 

"방덕이 저렇듯 비장한 각오로 출정하니,
내 무슨 걱정이 있겠나 !"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하께서는 그 점을 잘못 생각하고 계신 듯 하옵니다."

 

"무엇이 잘못 된 생각이란 말인가 ?"

"관운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천하에 둘도 없는 맹장인 동시에 비길 바 없는 지장(智將)이기도 하옵니다.
단순히 용맹만 가지고 말한다면 관우와 견줄 만한 장수는 방덕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략(智略)으로 말하면 방덕은 그에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방덕이 덮어놓고 만용만 내세우게 하는 것은

아까운 장수 한 사람을 헛되이 죽게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하오니, 전하께서는 방덕더러 너무 기를 쓰지 않도록

넌즈시 타일러 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조조는 그 말을 옳게 여겨,

저녁에 출정 병사들을 위해 환송연을 벌이는 자리에 참석하여

방덕에게 슬며시 밀지(密紙)를 내렸다.

<관우장은 지(智)와 용(勇)을 겸비한 명장이니

무리하게 싸우지 말고,
승산이 없다면 오직 방어만 하도록 하라.
나는 자네가 다치는 것을 원치않노라 ! >
이를 읽어 본 방덕은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하하하...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관운장을 이렇게도 두려워하시는가 ?

그도 사람이어늘 내 어찌 그를 두려워하리오."
우금이 그 소리를 듣고 충고한다.

 

"아니네,

전하께서는 오직 자네를 아껴서 하신 말씀이니 명심하게 !"
그러나 방덕은 어디까지나 자신만만한 기개를 보이며 이를 악다 무는 것이었다.

28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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