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83)
양수의 예언대로 철군하는 조조
오계산 전투가 계속된지 삼일째,
조조의 군영에서는 사마의가 작전도 앞에서 조조에게 보고한다.
"전하 !
양측의 70 만의 군사들이 사흘째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오늘 해지기 전에는 승패가 결정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유비의 장수들은 누가 있나 ?"
조조는 이번 전투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그것은 유비측도 마찬가지로 양측이 막대한 전쟁물자를 소진하며 싸우고 있지만
작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하여 상대의 작전에 대응하려면
적군 장수들의 행동거지를 알아야 하겠기에 조조가 물은 것이었다.
"아룁니다.
유비의 장수중에 마초와 위연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마의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막하의 한 장수가 달려 들어오며 아뢴다.
"아룁니다 !
마초군이 진영의 왼쪽을 공격하여 우리진영을 깨뜨렸습니다."
"드디어 왔군 !
서황에게 철기병을 이끌고 나가 막으라고 하라 !"
"예 !"
"보고드립니다 !"
앞서 보고를 끝낸 장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기가 무섭게 또다른 보고가 들어온다.
"위연이 군량 영채를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
"괜찮다,
거긴 이럴 줄 알고 비워두었다.
창이가 거기서 대기하고 있으니 염려할 건 없다."
장수들이 물러 나가자 조조가 사마의에게 묻는다.
"앞으로의 전세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나 ?"
질문을 받은 사마의가 조조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무릅을 꿇고 올려다보며 걱정스런 어조로,
"전하 !
아직도 나오지 않은 적장이 있습니다."하고,
말한다.
"음 ...
누군가 ?"
"조운 입니다."
"조운 ?
그 자는 유비나 제갈양 곁에 있지 않겠나 ?"
"그렇긴 하지만 걱정이 됩니다."
"뭐가 말인가 ?"
"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쪽 장군들은 모두 전장에 나가있습니다.
헌데 제갈양은 조운을 아찍껏 쓰지 않았습니다.
불안합니다.
지금까지 조운이 나오질 않았으니,
언제 그가 우리의 허(虛)를 치고 나올지 염려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약한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 "
"...."
그때,
보고병이 황급히 뛰어 들어오며 아뢴다.
"전하 !
조운이 철기병을 이끌고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
"조운이 날 치러 온다구 ?"
조조가 몸을 일으키며 깜짝 놀란다.
조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유비의 최측근 장수로써
그의 용맹함은 천하가 모두 알고있는 바가 아니던가.
그러기에 조조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마의도 함께 놀라며 즉시 아뢴다.
"전하 !
일단 피하셔야 합니다 !"
"어서 피하십시오 !"
보고한 장수도 조조가 즉시 피할 것을 아뢰었다.
조조가 잠시 넋을 잃고 말을 멈추었다.
"전하 !"
사마의가 조조의 심상치 않은 동태를 살펴보고
조조의 안위를 염려했다.
"으 !...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네 !..."
조조가 고질병인 두풍(頭風)으로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엎어졌다.
"전하 !"
일순, 조조 주변의 장수와 사마의가
엎어지는 조조를 부축하려고 모여들었다.
잠시후,
조조는 장군 방덕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위에 누워 회로(回路)에 올랐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군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서 회군하는데도 제각기 앞을 다툴 지경이 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사마의의 심정은 자못 처량하였다.
공명은 조조가 회군한다는 소식을 듣자,
조조군의 뒤를 여러 장수들을 번갈아 보내 추격함으로써 ,
조조가 다시는 법접하지 못하도록 얼을 뽑아 놓았다.
조조는 얼마가 지난 뒤에, 수레위에서 눈을 떳다.
그리고 밖을 내다 보다가 수레를 호위하는 장수를 부른다.
"사마의를 불러라 !"
조조의 수레위로 올라온 사마의에게 조조가 묻는다.
"상황이 어떤가 ?"
"마지막 순간에 병사 삼십만 명이 전사했고,
군수품과 군량을 모두 잃었습니다.
전하께서 쓰러지셨을 때 상황이 워낙 급박하여,
신이 서황 장군, 조창 공자 등과 상의한 뒤,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지금 허창으로 가는 중입니다.
월권을 행사하였으니, 벌을 내려 주십시오."
"아니, 잘했네 !
그렇다면 누가 뒤를 막고 있나 ?"
조조는 회군을 하면서도 유비군이 쫒아올 것이 내심 걱정되었다.
"조창 공자께서 병사들을 이끌고 후방에 매복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용맹함은 조운 못지 않으니, 쫒아오지 못할 겁니다."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양동 작전을 펴서,
유비와의 교전을 피하고 형주를 쳤어야 했어 ! 아!.."
이렇게 말한 조조는 또다시 극심한 두통이 몰려오자,
수레위에 있던 죽간서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쳤다.
그런 뒤에 사마의에게 묻는다.
"앞으로 유비가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
"유비가 한중을 차지한 뒤,
고조 황제를 모방하겠지요.
군대를 중원으로 이동하여, 허창과 낙양을 손에 넣은후,
천하를 얻으려할 겁니다. "
"이봐, 중달 !...
그렇다고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은가 ?...
엉 ?..."
조조의 질문을 받고 흔들리는 수레위에서
잠시 뜸을 들인 사마의는,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보게."
"정말입니다."
"어째서지 ?"
"대승을 거두었지만 유비가 향후 군량을 어찌 공급하겠습니까 ?
한중까지 운반하는데 한 달은 걸리겠지요.
또한, 그쪽에서도 비록 승리는 하였으나 사상자가 많으니
추스리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대략 반 년동안은 새로운 전쟁을 못 치룰 겁니다.
이번에 우리가 패하기는 했지만
중원 각지에 흩어진 군사가 삼십만이 넘습니다.
게다가 번성과 양양에는 정예군 십만이 대기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마당에
무슨 좋은 계책이라도 있나 ?"
"나중에 말씀드릴테니,
지금은 좀 쉬십시오."
"지금 말하게. 어서 !"
타고난 영웅 조조는 철군하는 이 순간에도
천하제패의 야망이 사그러지지 않았다.
재촉을 받는 사마의가 입을 연다.
"특별한 계책은 없으나,
굳이 말씀 드리자면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손권에게 형주를 치게 하는 겁니다. "
"지난 번에 손권에게 군량을 빌려줬지만,
병사들을 움직이지 않았네 !"
"그땐, 유비와의 승패가 결정나지 않아서,
손권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어부지리를 얻으려 한 겁니다.
허나, 이젠 유비가 대승을 거두었으니 상황이 바꼈습니다.
손권 최대의 적은 전하가 아니라,
나날이 세력을 넓혀가는 유비라고 생각하게 됐을 겁니다. "
"음 !..."
조조는 두통으로 연실 눈을 꿈쩍거리고
옷소매로 눈을 닦아 내리며 듣고 있더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이불을 끌어 덮으며 수레위에 다시 엎드렸다.
28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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