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김삿갓

집을 떠나는 김삿갓]

오토산 2022. 1. 16. 17:23

김삿갓 3 -
[집을 떠나는 김삿갓]

이제 언제 떠날 것이며 유랑의 길을 어떻게 잡느냐만 남았다.

(떠나기로 결심한 바에야  봄이 가기전에 떠나도록 하자.

봄바람을 타고 발길 닿는대로 가면 되지 않겠냐.)

생각이 이렇게 굳어지자 내일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금강산도 보고싶고 구월산도 보고싶고,

할아버지가 봉직했다는 선천 땅도 밟아 보고 싶었다.

선천땅에 가면 할아버지의 체취를 맡을 수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병연은 떠날준비를 서둘렀다. 

사실, 돈을 가지고 유람을 가는 것도 아니라서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었지만...싸리나무로 삿갓을 만들었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다 보면 심한 바람도 만날 것이오,

줄기찬 비도 맞고 때로는 눈보라도 닥칠 것이니

이것들을 다소라도 이겨내려면 삿갓이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삿갓은 삼일만에 커다랗게 만들어졌다.
그는 우선 머리에 써보았다. 차양이 널찍하여 하늘을 가렸다.
또 깊숙이 눌러 쓰니 땅밖에 보이지 않아 누군지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삿갓아,

너는 오늘 내 손에서 태어났으니 영원한 친구가 되겠구나.
너는 내 머리위에 올라 타 나보다

더 멀리, 더 빨리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즐거운 일이 아니겠느냐.?"
그는 삿갓을 어루만지며 쓸쓸하게 말했다.

다음으로 그는 단단한 박달나무를 잘라 지팡이를 만들었다.

지팡이와 삿갓하나, 이것이 그가 가지고 떠날 모든 것 이었다.
그날밤 병연은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여보, 그래..

뱃속에 아기는 잘 자라고 있소?"

 

병연은 내일 일찍 떠나리라 마음 먹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사랑해 주고 싶었다.

 

병연은 시집와서 자나 깨나 일 밖에 모르는 온순한 아내가

오늘이 지나면 생과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안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내는 남편이 갑자기 정답게 말을 걸어오자 오히려 온 몸이 떨려왔다.
책밖에 모르던 남편이 아니었던가.

병연은 아내의 배를 만져 보았다. 아내는 부끄러운듯 몸을 꼬았다.
"그래 .. 이 속에  우리 아기가 있단 말인가?"

"아이 당신도 ....."
아내는 숨을 색색 내쉬었다.

"하늘이 점지해 주신 생명이니 잘 키워야지.

한데 여보, 내가 없더라도 아기는 잘 키워야 하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달콤한 흥분에 취해 있던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음..나 바람이나 쏘이고 싶구료.

새 처럼 세상을 훨훨 날아보고 싶소."
말을 한 병연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럼 집을 떠나시겠다는 말씀이세요?"

"글쎄 바람부는 대로 돌아다니고 싶소."

"당신 답답한 심정은 저도 알아요.

울적하신 판이니 바람을 쏘이셔도 좋겠지요.

하지만 집을 영영 떠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내는 남편이 아주 집을 나가버릴까  염려되는 모양이다.

"당신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달리 생각 하리오?

내 답답함을 풀겸, 천하를 두루 유람하다가  돌아오리다."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을 했지만

집으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는 자신도 기약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잠시후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도록 하세요......"

병연은 말이 없었다.

비록 빈 말 이라도 그러마 하고

자신있게 대답하기에는 어딘가 가슴이 찔렸다.

"염려말아요." ..

 

병연은 망설이다가 겨우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책임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병연은 아내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손을 뻣어... 

아내의 목덜미부터 가슴과 봉긋해진 배와,

둔부까지 더듬으며 쓸어 내렸다.

병연의 부드러운 손이 스칠때 마다 

아내의 몸은 새삼스럽게 놀란듯한 반응이 손 끝에 전해졌다.

갓 이십을 막 넘긴 아내의 몸은 보드랍고 탄력있었다.

 

유방은 엎어놓은 사발처럼 솟아 올랐고

그 한가운데는  솟은 유두가 종의 추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얕은 모래언덕 같은 둔부로 손이 가자 아내는 부끄러워 어쩔줄 모르고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 비슷한 소리까지 얕게 뱉었다.

병연이 몸을 반쯤 일으켜 

아내의 양 허벅지에 손을 넣어 다리를 벌리고 정상위 자세를 취하자
아내는 병연의 가슴을 양 손으로 막으며 작게 속삭였다.

 

"안되요.."

병연은 난감했다.

그러면서 일편, 아내의 제지에 부끄러워졌다.
그것은 이미 봉긋하게 솟아 오른 아내의 배를 압박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과

어떤 방식으로  아내와 사랑을 나누어야  할 것인지,

자신은 알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아내의 세운 무릅 , 발끝에서 멈칫했던 병연..
그의 아내는 이런 병연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곤 그녀는 병연에 팽창한 양물을 한 손으로 곱게 잡았다.

그리고 자기 앞으로 천천히 끌어 당겼다.

그는  그녀가 이끄는대로 얌전히 두 무릅을 꿇고  끌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속으로 인도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 상을 물릴 때쯤 병연은 어머니께 자기 뜻을 말했다.

"어머니,

저 바깥 세상 구경이나 좀 할까 합니다."
어머니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니 좀 돌아 다니는 것도 괜챦을 것이야,

그래 어디로 갈 셈이냐 ?"
병연은 어머니가 선뜻 응락 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금강산을 들려볼까 합니다."

"가볼만한 곳이지.

그러나 길이 험하다고 들었으니 각별히 몸조심 해야 할것이다."

"네, 말씀하신대로 조심하지요.

또 젊은 몸인데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걱정마세요."

"언제 떠날 셈이냐 ?"

"오늘 떠날까 합니다."

"오늘?"
어머니는 의아한 양 물었다.

"예"

"먼 길을 떠나자면 준비해야 할 것도 있으려니와 오늘로 되겠느냐?
또 얼마쯤 노자도 마련해야 할것 이어늘..."

"노자를 가지고 여유롭게 떠날 처지가 아니오니

풍찬노숙(風餐露宿)으로 지내볼까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말에 더이상 말이 없었다.

어차피 아들에게 노자를 마련해 줄 형편이 아니고 보니,

아들의 뜻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편할 것 같았다.

"내 네 마음을 알아 만류하지 않는다만,

여름이 되기전에 돌아 오도록 하여라."

"예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병연은 즉시 행장을 차렸다.
무명 두루마기를 걸치고 삿갓을 쓰고 박달나무 지팡이를 짚었다.

"어머니 다시 뵈올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뜰 아래서 어머니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옆에 서 있는 아내에게도 눈길을 돌려 야트막히 말했다.

"당신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병연은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사립문을 나섰다.

형 병하와 동생 병호가 사립문 밖까지 따라나왔다.

"형님 이놈을 용서해 주십시오."

"병연아 그런 말 하지 말고 가서 마음이나 안정 시키고 돌아 오너라.

그리고 이건 몇푼 안된다만 곤란할때 쓰도록 하여라."

형님은 이러면서 엽전 몇닙을 병연의 손에 쥐어 주었다.
병연은 거절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받아 넣었다.
병호가 눈물을 흘리며 두 눈을 연신 껌뻑이며 형에게 인사를 했다.

 

"형님 속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몸조심하세요."

"그러마,

어머니 잘 받들고 네 형수도 잘 보살피거라."

사립문 밖에서 병연은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마음을 모질게 먹고 첫 발걸음을 떼기

무섭게 빠른 걸음으로 쏜살같이 숲속길로 빠져 나갔다.

"형님 " ..

동생 병호의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렸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렇게 병연의 방랑은 시작 되었다.

"이제 내 이름은 병연은 저 구름에 실어 흘려 보내자.

이제부터 내 이름은 삿갓 이다.

김삿갓, 불러보니 그럴듯도 한 이름이구나,

하하하....."

김병연, 아니 김삿갓의 너털 웃음은 봄바람 타고 공허하게 흩어졌다.
그는 마을 어귀를 휘돌아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라는 곳도 없고 가야할 곳도 없기에 길을 서두르지 않았다.

발이 아프면 쉬고, 피로하면 양지 바른곳에서 자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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