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27)
계속되는 육손에 대한 반감
백면서생(白面書生) 육손에 대한 불신은 장수(將帥)들에 그치지 않았다.
육손이 유비가 이끄는 촉군과 연일 벌어지는 전투에서 연전연패(連戰連敗)를 거듭하자,
동오의 건업에서는 조회(朝會)를 앞둔 대신들이 그를 실란하게 성토(聲討)하였다.
"아군이 또 패 하여
오십 리 뒤로 후퇴했답니다."
"세번 째 세운 영채도
무너졌다 하오."
"육손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속히 교체 해야만 하오"
"그가 대도독이 된 후,
아군이 패전만 거듭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반 년도 안 되서 유비의 깃발이 건업에 나부끼게 될 거요."
"이거 참 큰일이오."
"주공께서 오시면
다같이 대도독을 교체하라고 간곡히 청합시다 !"
"좋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육손을 파직시키도록 만들어야 하오."
대신들은 이렇게 걱정과 푸념을 늘어놓다가 장소를 대화에 끌어들인다.
"장 대인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
뭐라고 말씀 좀 하세요."
장중의 대신들이 장소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장소가 걱정스런 어조로 입을 열어 말한다.
"허 !...
나는 육손을 대도독에 봉하는 것을 처음부터 반대했었소.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으니
이대로 그가 싸우다가 순국할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소..."
그때,
손권이 장중으로 들어오며 대꾸한다.
"장 대인의 충성심에 감동했소.
허나 순국이란 말은 듣기가 거북하구려."
손권이 이같이 말하며 자리에 들어가자,
대신들 일동은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며 손권의 앞에 일동이 정열하였다.
이른바 읍소 대형(泣訴 隊形)을 펼쳐 보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주공 !"하고,
한바탕 성토 할 기회를 옅보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모르지 않는 손권이 즉시 돌아서며,
"뭐요 ?
날 몰아 세우는거요 ?"하고,
노여움에 충천한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대신들은
어느 누구도 주군의 심사를 거스리는 소리를 하고 나서는 자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평소 조회의 자기 자리를 찾아 가지런히 정열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손권이 계속 화가 동한 소리를 하였다.
"잘 들으시오.
육손을 파직시키지 않을 것이오 !
본시 병법은 수 천, 수 만 가지에 달하오.
나는 과정 보다도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오.
육손이 등용 된 뒤로 세번 패했지만,
열 번을 패한다 하더라도 교체하지 않을 거요 !"
그러자 중신 하나가 대열에서 나와 아뢴다.
"주공,
한 장군과 주 장군은 부직에서 패배한 책임을 물어 참 하려 하셨으면서
어찌 육손은 연패를 거듭하여도 그냥 두시는 겁니까 ?"
"그 둘은 같이 논 할 수없소.
한당과 주태는 칠만에 달하는 병사를 잃었지만
육손은 영채를 뒤로 물리면서 수비만 한 것이라 아군의 손실이 크지 않았소.
그러니 엄연히 다른 것이지 !..."
그러자 앞서 나선 중신의 반론이 펼쳐진다.
"육손은 병력을 많이 잃지는 않았지만,
영토를 잃은 죄는 결코 작은 것은 아닙니다.
주공, 그 죄를 추궁하지 않으시면
다른 곳의 장수들도 성을 버리고 도주할 지 모릅니다."
중신의 이 말을 깃점으로 장중의 대신들이
애초 조회 전에 오갔던 의기투합의 자세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주공 !
재고 하십시오 !"하고,
일제히 한 소리로 아뢰니,
잠시 마뜩하지 않던 표정의 손권이
단하로 내려와 장중을 거닐며 입을 열었다.
"우리 오군은 숫적으로 열세요.
뿐만 아니라 촉군의 철기병은 오군을 능가하오.
그러니 성 몇 개를 잃는 것은 피할 수 없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작 성 몇개나 방어진이 아니오.
병력이지 ! ..
명심들 하시오.
병력과 투지만 갖추고 있다면
성을 몇개 잃더라도 언제든 되찾을 수있소 ! "
손권이 이렇게 대신들을 향하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말하니
감히 이를 거역하고 나설 대신은 눈을 씻고 찾아 볼 래야 볼 수가 없었다.
육손이 수하 장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하여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하자 이들을 향해 물었다.
"내가 대도독이 된 후에
모두 몇 번이나 패했는지 아시오 ?"
그러나 그 말에 대답하는 장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육손이 다시 물었다.
"어찌 아무 말들이 없소 ? "
그러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의 장군 부준이
대열의 앞에 서 있다가 한마디 <툭 >내던진다.
"아룁니다.
모두 네 번 패했습니다.
내가 장군이 된 이래 이렇게 연속해 패한 것은 처음입니다."
"음 !...
그럼 화가 많이 났겠구려 ?"
"당연하지요 !
화가 몹시 치밉니다. !"
"어, 엇 !"
"장군,
삼가하시오 !"
함께 있던 장수들이 부준의 입바른 소리를 제지한다.
그러나 육손은,
"음 !..
일리 있는 소리를 했으니 나무랄 일이 아니오.
말리지 마시오."하고,
나머지 장군들을 향해 말하였다.
그러면서 부준을 향해,
"계속하시오."하고,
말하니 부준은 거리낌 없이 계속해 입을 연다.
"그러지요 !
제가 군에 들어 온 것은 주공과 백성들을 지키고 공을 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연패만 거듭하고 있으니 치욕적이고 차리리 죽는니만 못합니다 !"
"음 !...
그렇다면 나머지 장군들은 부 장군의 생각에 동의 하시오 ?"
육손이 부준의 말을 듣고,
나머지 장군들의 생각을 물었다.
그러자 자리에 함께 한 장군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도독,
목숨 걸고 싸울 기회를 주십시오 !"하고,
말하면서 수비만을 명한 육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지 육손으로서는 그동안 장수들에게 보여진
그의 언행에 대한 반감을 누구러뜨릴 필요를 느꼈다.
그리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장군들을 향하여,
"우린 이제 더이상 후퇴할 곳이 없소 !
저기 잘 보시오 !"하고,
말하면서 먼 곳을 가르켰다.
장수들이 일제히 돌아서서 육손이 가르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릉 산맥의 마지막 산등성이오.
저길 넘으면 드넓은 평지가 나오니
바로 형주로 내달릴 수가 있소.
저곳에 오십 개의 견고한 영채를 세워두었소.
저기가 아군의 마지막 방어선이 될 거요.
잘 들으시오 !
오늘부터 나를 포함한 모든 장군들은 영채와 존망을 함께 해야 하오 !"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일제히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술을 가져와라 !"
육손이 수하에게 명하였다.
"예 !"
이렇게 수하 병사가 술 단지를 가져오자
육손을 비롯한 장수들이 육손이 뽑아든 장도의 날카로운 칼날을
육손을 위시로 하여 하나씩 손에 움켜 쥐는 것이었다.
이른바 혈맹의식(血盟意識)을 거행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육손을 비롯한 장수들의 손바닥을 타고 흐른 피는
그 밑에 받쳐든 술 독에 떨어졌고,
그 술은 장수들 모두에게 한 잔씩 돌려졌다.
육손이 자신을 포함한 장수들의 피가 조금씩 담긴 술잔을 들어보이며 말한다.
"맹세합시다 !
더이상 후퇴는 없다 !
유비를 물리치자 !"
"더이상 후퇴는 없다 !
유비를 물리치자 !"
장수들은 술잔을 높이 치켜들며
한 소리로 외친 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32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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