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25)
육손의 지연 전술(遲延 戰術)
유비는 전사한 황충의 시신을 서촉으로 보내놓고 이십 일간의 애도 기간을 두었다.
그런 가운데 계속된 전투로 지쳐있던 촉군 병사들은
황충의 애도기간 중에 휴식을 취하였다.
애도기간이 끝나갈 무렵,
유비는 동오군의 진영을 돌아보기 위해 측근 장수들을 거느리고 최전방 시찰을 나왔다.
"폐하,
열흘 전 정탐을 나왔을 때만 하여도 없었던 적의 영채가 새로 생겼습니다."
관평이 산아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영채(營寨)를 가리키며 말하였다.
유비가 동오군 영채를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노라니
관평이 이어서 말한다.
"적들은 저곳을 거점 삼아
우리 군의 진로를 막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흘 동안 아무도 모르게 영채를 세웠다는 것이군. 정말 놀랍구나.
이끄는 장군은 누구라더냐 ?"
유비가 적의 영채를 유심히 뜯어보며 물었다.
"포로의 말에 의하면 보름 전에
손권이 육손을 대도독에 봉했다고 합니다."
"육손 ?
처음 듣는 이름인데 ?"
유비가 의문을 표하자 곁에 있던 마량(馬良)이 아뢴다.
"폐하,
육손의 자(字)는 백언으로 오군 출신으로 죽은 손책의 사위입니다.
육손은 삼 년전 부도독으로 임명받아 군수품을 관리하였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파직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 뒤 관직에 나오지 않고 운둔하고 있었습니다."
"몇 살인가 ?"
"스물 일곱 입니다."
" 내 손자 벌에 지나지 않는 애송이로군. "
유비가 육손을 폄하 하자,
곁에 있던 관평이 말을 거든다.
"동오에 인재가 없나 봅니다.
서생(書生)을 대도독을 삼다니요 ?
실전에 나선 적이 없었으니 부하 병사들이 복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
"폐하,
육손은 나이는 어리기는 하여도 계략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전일 형주를 칠 때에도 모든 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손권이 남다른 재능을 보고 기용했을 겁니다.
절대로 가벼이 보시면 안 됩니다."
육손에 대해 마량이 주위를 환기시킨다.
그러자 유비가 그 소리를 듣고 별안간 노기가 충천해진다.
"그러면 내 아우 관운장을 죽게 만든 자가 바로 그 놈이었단 말인가 ?
그렇다면 맹세코 그놈을 사로잡아 운장의 원한을 갚아야 하겠다 !
관흥 듣거라."
"예 !"
"육손이 열흘 만에 저곳에 영채를 세웠으니
너는 필히 닷새만에 저 영채를 무너뜨려야 한다. "
"알겠습니다 !"
"마량은 듣거라."
"예 !"
"오군의 영채가 무너지면 황라 개산(黃羅 蓋傘)까지 진격하여
그곳에 주둔지를 설치할 준비를 하라 !"
"알겠습니다 !"
명을 마친 유비는 그 길로 말을 돌려 군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거느리고 온 촉군을 칠백여 리
에 걸쳐 포진하고 언제든지 오군을 섬멸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한편,
죽을 뻔 했다가 육손의 은덕으로 살아남은 한당과 주태는
유비가 이끄는 촉군 최전방에 설치한 방어용 영채를
반드시 지켜내라 엄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칠만 군사를 잃은 죄 값을 하느라고 고심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관평이 영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수하 장수가 달려들어와 보고한다.
"장군 !
적군이 맹공을 퍼부어 아군이 맞서고 있으나 상황이 어렵습니다 !"
"버텨라 !"
"예 !"
한당이 결연한 소리를 내지르자,
명을 수령한 장수가 일어선다.
그러자 뒤이어 또 한 장수가 달려들어온다.
"보고드립니다 !
관흥의 부대가 남쪽을 쳐서 방어하던 송 장군이 전사했습니다 !"
"막아 !
나가 싸우지 말고 !"
"예 !"
보고를 마친 장수가 나가자 또 한 장수가 뛰어든다.
"보고드립니다 !
적군이 불화살을 쏴서 영채가 타고 있습니다 !"
"끝까지 버텨라 !"
"알겠습니다 !"
패색이 짙은 전황이 속속 보고되자
주태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한당에게 말한다.
"형님 !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계실 겁니까 ?
지금 아군의 정예병들이 뚫고나가면 적들을 물리칠 수가 있습니다 ! "
"진정하게, 대도독이 수비만 하라고 했는데,
그 새 잊은 것인가 ?"
한당이 의기소침(意氣銷沈)한 소리로 대꾸하였다.
그러자 주태가 불만어린 소리를 내뱉는다.
"지난번 패전으로
우리 명성이 땅에 떨어졌으니 속히 공을 세워야지요 ! "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위험한 일이야,
그러다 영채를 잃으면 어쩌려고 ? "
"나가서 싸우는 것이 좋지,
앉아서 당하는 것은 못 참겠습니다 !
삼천 명을 이끌고 나가서 싸울테니
그리 아십시오 !"
주태는 이 말을 남기고 밖을 향하여 돌아섰다.
"안돼 !
멈추게 !"
한당이 손으로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
그 순간 밖에서 장수 하나가 또 달려 들어온다.
"장군 !
대도독께서 영채를 버리고 삼십 리밖으로 후퇴하시랍니다 !"
"뭐라구 ?
대도독께서 이십 일을 버티라고 명했는데,
열 흘도 안 되서 후퇴를 명하셨다구 ?"
한당이 의문을 가지고 보고하는 장수에게 되묻자,
이번에는 주태가 보고하는 장수에게 따지 듯이 외쳐댄다.
"말도 안돼 !
전쟁이 무슨 애들 장난이던가 ? "
그러나 보고를 하던 장수는 당당하게 대꾸한다.
"대도독께서 거역하면 참수하라 하셨습니다 !"
"뭐야 ? .
.어디 좋을 대로 하라고 해라,
나는 절대 후퇴하지 못 한다 !"
주태가 열불을 얹어 말한다.
그러자 한당이 즉각,
"아니다 !
대도독께 전해라, 한당과 주태가 명을 받들어 즉시 철수 하겠다고.."
"알겠습니다 !"
한편,
유비는 관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다.
"폐하 !
오군의 영채를 열흘도 안돼 무너뜨렸습니다.
적군의 피해가 크고 한당과 주태는 철수했습니다."
이렇게 아뢰는 관평의 얼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유비가 깜짝 놀라며 다가서며 말한다.
"관흥, 어찌 된 것이냐 ?
다쳤느냐 ?"
"아 ! 폐하,
이건 적군의 피입니다."
관흥은 놀라는 유비를 안심시켰다.
"그래 ?
이번에 아주 잘 싸웠다.
부하들을 며칠 쉬게하고 다시 진격토록 하자.
이릉 산맥만 지나면 형주로 내달릴 수있는 평지가 나올 것이다.
그럼, 가서 씻고 좀 쉬도록 해라. 수고 많았다."
"네 !"
그때 마량이 들어와 아뢴다.
"폐하,
오군이 또 다시 삽십리 밖에 이십 여개의 영채를 세웠다고 합니다."
"또 세웠다고 ?"
마량의 보고를 받은 유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326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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