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26)
터져 나오는 오군 장수(吳軍 將帥)들의 불만
마량의 보고를 받은 유비는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최전방으로 말을 타고 나왔다.
과연 척후병의 보고대로 촉군이 이릉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오군이 새로 만든 영채가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바로 앞에 보이는 영채 뒤로 또다시 오군의 영채가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오군의 영채를 앞에 두고 관흥이 힘주어 말한다.
"폐하,
병력 이만을 주시면 열흘 안에 끝내겠습니다 !"
"허나,
저 곳을 무너뜨리고 나서도
오군이 저 뒤로 또 다시 영채를 세우고 있다고 하니,
어떡하는 것이 좋겠냐 ?"
"신이 또 무너뜨리겠습니다.
언제까지 영채를 세울지 지켜보지요."
관흥의 대답은 혈기에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산전수전 모두를 겪은 유비는
천 리 먼 길의 출정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리하여 생각 끝에 이렇게 말한다.
"그럴 것 없다.
방법을 알려주마,
병력 삼만을 이끌고 산 뒤로 돌아 이번 영채를 지나서
삼십 리 밖에 새로 만드고 있는 오군의 영채를 치거라.
그곳을 무너뜨리게 되면,
저기 보이는 영채는 포위된 꼴이니 저들은 자멸하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
이어서 유비가 함께 적진을 탐색하러 나온 장수들이 들으란 어조로 말한다.
"중요한 싯점이다.
이릉 산맥을 지나가지 못하면 형주와 양양을 차지할 수가 없다.
이릉 산맥을 넘으려면 저 장애물을 제거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유비의 명에 일제히 복명하였다.
한편,
육손의 진영에서는 장수들이 모여
육손의 전략에 대해 한바탕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장포가 이릉성을 공격하고 있는데
대도독은 지원병을 보내질 않으니,
헛참 !"
"이거야 말로 수비, 수비 하면서
뒷걸음만 치라고 하고만 있으니 도대체 무슨 계략이 있는건가 ?"
"촉군이 우리 영채를 무너뜨리고
수백 리를 진격해 오는데 대도독은 공격명을 내리지 않으니..."
"왜 공격을 못하게 하는거지 ?"
이렇게 모여든 장수들이 한결같이
대도독 육손의 전략이 부당함을 주고 받는데,
"대도독 납시오 !"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그리하여 모든 장수들이 정렬을 하며 육손을 맞이한다.
자리에 좌정한 육손이 측근을 돌아보며 묻는다.
"다 모인 건가 ?"
측근이 자리에 모여든 장군들을 돌아 보고 말한다.
"부장군(副將軍) 부준이 아직 안 왔습니다."
"음 !..."
육손이 모여든 장수들을 훝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순간 부준이 들어온다.
모여든 장수들이 말없이 일제히 지켜보는 가운데
부준은 말석 자기자리에 선듯 들어간다.
"거기 서시오."
육손이 부준을 불러세웠다.
부준이 대도독 육손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육손이,
"내가 한참 전에 소집 명령을 내렸는데,
어찌 이제 온 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부준이 대단히 불만스러운 어조로 입을 연다.
"소장의 영채가 너무 멀어서 늦었습니다 !"
"늦게 왔으면서
어찌 인사도 없이 자리에 들어 가는 거요 ?"
"후퇴만 거듭하는
대도독께는 인사하고 싶지 않습니다."
"흠 !"
육손은 부준의 말을 듣고 일말의 조소를 한다.
그리고 수하를 부른다.
"여봐라 !"
"예 !"
수하 병사들이 득달같이 장내로 들어왔다.
"장군 부준을 끌고가서 곤장 사십 대를 쳐라,
불경 죄다."
육손이 차분한 어조로 명하였다.
"에잇 !"
부준이 자신을 끌어내려는 병사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육손을 향하여,
"이봐, 육손 !
위엄을 세우려는 것이면 나 말고 유비를 상대로 싸워라 !"
부준은 대도독 육손을 깡그리 무시하며
손을 뻣어 가르키며 소리쳤다.
그러나 육손은 전혀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아니하고
차분한 어조로 대꾸한다.
"대도독의 위엄을 세우기 위해서 너 부터 잡고,
유비와 겨룰 것이다."
"흥 !
그갓 곤장 사십 대가 대수겠는가 ?
내가 맞아 주겠다 !"
부준이 이렇게 육손을 무시하고 밖으로 향하자,
육손이 다시 그를 불러 세운다.
"말 잘 했다 !
부준은 군의 기강을 어지럽히고도 반성하지 않으니,
곤장 팔십 대로 다스려라."하고,
명한다.
"예 !"
측근 병사들이 부준의 팔을 붙잡으며 끌고 나간다.
부준이 끌려나가며 소리를 지른다.
"육손 !
이럴 수가 있느냐 ?
이봐 육손 !..
그래 때려 보거라 !
내가 이대로 당할 줄만 아느냐 !"
"대도독 !"
이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한당이
육손을 부르며 가운데로 나섰다.
그러자 육손이 손을 들어 한당의 말을 막아 선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오.
그러니까, 부준은 주공의 처남이니
주공의 입장을 생각해 달라는 게 아니오 ?
허나, 군법은 동등하오 !
또 다시 거역하면 곤장 대신 검으로 다스릴 것이니 그리 아시오 !"
"예 !"
자리에 있는 장수는 모두는 대도독 육손의 명에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그런 뒤에 주태가 앞으로 나서며 불신이 가득한 소리로 말한다.
"대도독 !
촉군의 연이은 공격으로 영채를 잃었으니,
앞으로 어찌해야 합니까 ?"
"삼십 리밖에 장군을 위해
영채 이십 개를 또 만들고 있소.
한 장군과 함께 수비를 맡으시오.
이번엔 닷새만 버티면 되오.
절대로 공격에 나서지 말고 수비만 하시오.
그리고 닷새 후 촉군의 공격이 맹렬해 지면
그땐 영채를 버리고 다시 후퇴를 하시오.
오십 리밖에 영채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겠소."
"대도독 !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후퇴만 하실 겁니까 ? "
"그건 ...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요."
그 말을 듣고,
한당이 육손의 대책이 답답하단 어조로 입을 연다.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가 어렵습니다."
"대도독 !"
한당의 이 말을 깃점으로 자리에 함께 한 장수들
모두가 이구 동성으로 대도독 육손의 대답을 청하였다.
"알겠소 !"
육손은 일단 이렇게 대답을 하여 놓고 잠시 생각을 고른다.
그리고 입을 열어 말한다.
"우리의 마지막 방어선은 효정산(曉定山)이오
촉군이 두 달 후에는 그곳에 도달할 것이오.
이런 작전을 쓰는 것은 촉군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요.
두 달 후에는 하늘에서 삼십만 대군이 내려올 것이오."
"삼십만 대군이 ?..."
장수들은 육손의 말을 듣고,
서로를 마주보며 술렁거렸다.
회합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주태가
한당을 붙잡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어조로 말한다.
"대도독은 무슨 수로 두 달 뒤에 삼십만 대군이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
"대책이 없어서 그러는 것같네.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일 걸세..."
"어찌 저런 자를 대도독에 봉한 거죠 ?"
"어쨌든 열심히 싸워 보세."
"너무 허무하게 당할 까봐 걱정입니다."
그런 불만과 걱정은 주태와 한당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유비가 이끄는 촉군을 마주한 강동의 장수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32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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