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전술 변화

오토산 2022. 2. 6. 12:05

삼국지(三國志) .. (328)
유비의 전술 변화

육손의 명에 따라 동오의 장수들은

촉군의 전진을 막고 있는 영채를 굳건히 지키며 수비만을 할 뿐 나와 싸우지 않았다.
동오의 영채는 산아래 협곡사이의 길을 가로막고 수비하기 좋은 위치에 세워졌으니

유비의 촉군이 형주와 양양으로 가는 길목을 틀어막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는 연일 장수들을 독려하여 적의 영채를 공격함으로써

이릉 산맥으로 통하는 길을 부단히 확보하려 하였으나

성과는 없고 시간만 지체되고 있었다.
이에, 유비가 장수들을 불러 들여,

 

"어째서 아직도 동오의 영채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계속된 전투로 지친 표정의 장포가 그간의 전황을 보고한다.

 

"폐하,

오군이 죽기살기로 영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맹공을 펼쳤지만 뚫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영채를 공격했지만

오군이 맹렬히 저항해 아군의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장포에 이어 관흥이 보고를 한다.
유비가 단하로 내려와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오군은 독안에 든 쥐와 같다.
그러니 마지막 발악을 하는거지...
모두들 잘 듣거라.
각 군영마다 결사대를 조직하여 매일 계속 공격하라.
사흘 안에 반드시 함락시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

 

장수들은 한 소리로 복명하였다.
그때 마량이 아뢴다.

"폐하 !

두 달에 걸친 강행군으로

병사들은 물론이고 장군들의 피로가 많이 쌓였습니다.

감히 청하옵건데 하루 쉬게한 뒤에 공격하도록 하시지요."

 

유비가 그 말을 듣고 장수들의 면면을 돌아본다.

그리고,

 

"지쳤는가 ? ..."하고,

말한 뒤에 불현듯 고함을 내지른다.

"오군은 우리보다 더 지쳤다 !
마지막 일격에 승패가 결정 될 것이다 !
지금 이 싯점에 숨고르기를 하며 쉰다면

상대의 창 끝이 우리 가슴을 향해 찌를 것이다 !

 

명한다 !

후방의 병력을 최전방으로 이동시키고

내일 날이 밝아오는 대로 총 공격을 펼쳐라 !
오군이 세운 영채가 태산이라 해도,

조금씩 조금씩 무너뜨려서 평지로 만들리라 !"

 

유비가 이렇게 목청을 드높이며 공격의 당위성을 주장하니

더이상 나서서 말하는 장수가 없었다.
               
숙소로 돌아온 유비는 성도(成都)로 부터
승상 제갈양의 서신과 함께 군량을 가지고 온 마속을 배알하였다.
제갈양이 보내온 서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폐하께서 출정 하신후,

가시는 곳마다 승전보가 들려와

신은 폐하의 지용(智勇)에 그저 경탄과 탄복을 할 뿐입니다.
신의 신중한 성격 탓에 괜한 우려를 해봅니다.

동오의 신임 대도독 육손은 비록 명성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다년간 병법을 연구해 온 드러나지 않은 실력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오니 폐하께서는 그를 경시 해서는 안됩니다.
매사를 신중히 하여 주실 것을 다시 당부드리옵니다."
유비가 공명의 서신을 모두 읽은 뒤에,

 

"마속,

군량 공급을 핑계로

공명의 서신을 전하러 왔구먼?"하고,

말하니,

마속이 읍하며 말한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신이 이곳에 오기 전,

승상이 잠을 못 이루며 근심하고 있었습니다."

"공명이 뭘 근심하던가 ?"

 

"정확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신의 추측으론 육손 때문인 듯 합니다."

 

그러자 유비가 공명의 서신을 들고 마속앞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서신의 문구를 짚으며 말한다.

"공명이 서신에 확실히 밝혀 놓았네,
육손이 다년간 병법을 연구한 드러나지 않은 실력자라고 말이네.
허나, 그대도 알다시피 병법이란 연구만 가지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네,
실전의 뒷받침이 있는 병법이야 말로 참된 병법이지.

 

지금까지 육손과 전투를 해 본 결과
그는 이론이 해박할 지는 몰라도

실전에는 얼굴조차 드러내 보이지 않는 백면서생이 틀림없네,

 

허니 성도로 돌아가거든

공명에게 이번 전투는 동오 정벌의 관건으로써

전진만 있을 뿐 후퇴는 없으며 승리만 있을 뿐 패배는 없다고...
그리고 공명에게 군량과 무기를 더 준비해
가을이 되면 효정으로 보내게 하라고 이르게."

 

"알겠습니다."

 

마속은 유비가

워낙 결심이 확실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다음날 날이 밝자 전일 유비가 명한 대로 촉군은

오군의 영채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군 영채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촉군은 개미떼 처럼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랐다.
오군은 죽기살기로 사다리를 기어 오르는 촉군을 향하여 돌과 끓는 물을 쏱아 부었고,

목책 앞으로 다가서는 촉군을 향하여 무차별로 화살을 쏘아대었다.
뿐만 아니라 목책의 틈새로는 장창을 이용하여 촉군 병사들을 무참하게 찔러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공격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군 앞으로 다가서는

촉군 병사들의 방어막이라곤 손에 든 방패가 고작이었으니,

전투가 길어질 수록 사상자는 촉군이 훨신 더 많았다. 

 

전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은 차일피일 흘러만 갔고

전세는 오군이 훨신 유리한 상태로 흘러 갔다. 
유비가 또 다시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장포를 향해 힐난하는 어조로 물었다.

 

"장포,

닷새가 지나도록 왜 아직도 적의 영채를 취하지 못했느냐 ?"
그러자 초최한 몰몰의 장포가,

 

"워낙 적의 저항이 완강해

주야로 맹공을 퍼부었으나 난공불낙이었습니다."하고,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그래 ?

그렇다면 이만 군사를 더 줄테니 사흘 내에 취할 수 있겠나 ?"하고,

물었다.

 

그러나 장포는 선듯 그러마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고작 대답하는 말은,

 

"사력을 다하겠습니다."하는

대답이었다.
이에 유비가 크게 실망하면서, 

 

"짐이 지금, 취할 수 있느냐고 물었건만,
어찌 그리 자신없이 대답하느냐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포가 다시 아뢴다.

 

"아뢰옵니다.
아군 병사들이 지금 몹시 지쳐있고,
오군은 고지에 있어 쉽지 않습니다.
사력을 다 하겠지만 승부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네가 장익덕 아들이냐 ?"
장포의 말을 듣고,

유비의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내 조카란 말이냐 ?
승부에 자신이 없다면 말을 해라 !
교체해 주마 !"

"폐하 !

사흘 내에 필히 취하겠습니다 !
지금 곧 나가겠습니다 !"
장포는 유비앞에 무릅을 꿇으며 외치었다.

 

"좋다 !

그럼 나가 싸워라 !"

 

"폐하 !

아뢰옵니다 !"

 

이 순간 관평이 유비를 부르며 앞으로 나선다.

그러면서,

"장포 형은 사흘간 열두 차례나 싸워 온 몸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솔직히 장포 형이 나섰는데 적의 영채를 함락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함락시키지 못할 겁니다. "하고,

아뢰는 것이었다.

 

유비가 그 소리를 듣고 비로서 깨닳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명이다.
산 밑으로 병사들을 물리고 이틀 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여라,

그런 뒤 전열을 정비해 다시 공격하겠다."하고,

말하니, 장수들은 모두,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한 뒤 뿔뿔히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장수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 버리자

유비가 힘없이 탁자 위에 주저앉았다.
사실 유비의 마음은 조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동오의 저항이 지금처럼 완강하게 나온다면

전쟁을 끝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질 것이고, 

천리 먼 성도에서 공급되는 군량과 무기의 보급의 여려움은 물론,

조만간 위(魏)의 조비가 손권을 도와 협공에 나선다면

촉군이 궁지에 몰릴 것이 자명했기에

어떡하든 중원의 중앙인 형주와 양양을 취하여 안정을 도모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량은 당장 눈앞의 현안을 먼저 생각했다.
그러기에 유비와 단 둘이 남게 되자 입을 열어 아뢴다.
 
"폐하,

지금 오군은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그러기에 남은 전력을 모두 쏟아 대항해 올 것입니다."

 

"아무래도 전술을 바꿔야겠네."

 

유비가 지금까지 진행된 피아간 공방에서

느낀 점을 가지고 말하였다.

 

"어떻게 바꾸시려 합니까 ?"
마량이 귀를 기울이며 물었다. 

"명이다. 
휴식을 취한 뒤에 각 군에 노약한 병사들을 적의 영채 앞으로 보내,

매일 같이 싸움을 걸어 오군의 신경을 건드려라. 
그러면 오십여 개의 적의 영채중에

분을 못참고 뛰쳐나와 싸우려 드는 곳이 생길 것이다.
그 때 아군이 그 틈을 노려서 적의 영채 대,여섯 개만 함락시키면

나머지 적의 영채에서 동요를 할 것이고 그럴 때 총 공세를 취하면

적은 초토화 될 것이다."
유비가 이렇게 명을 내리니 마량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영명하십니다."
       
32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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