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철수하는 공명

오토산 2022. 3. 19. 09:06

삼국지(三國志) .. (364)
철수하는 공명

한편,

공명은 가정과 열류성, 양평관으로

장수들을 보내 놓고 그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답답함을 참고 기다라던 공명이 강유에게 묻는다.

"위연이 양평관에 도착했다고 하나?"

 

"도착했다고 합니다."

 

"음...
가정 쪽에서는 어찌 소식을 보내지 않는 것인가?"

"가정은 허허벌판과 다름없으니,
마 장군과 왕 장군이 군영을 세우느라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군영을 다 세운 후 분명 소식을 보내올 것입니다."

 

"음..."
이렇게 두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 가정에서 온 연락병이 도착하였다.

"보고드립니다.

왕 장군의 서찰이 도착했습니다."

 

"가져오게."
공명이 즉시 명하였다.

 

"지형도를 보내셨으니 살펴보십시오."

 

"아, 어서 가져오게."

공명의 마음은 바빴다.
그리하여 연통에 담긴 가정의 지형도의 아군의 포진도(布陳圖)를

공명이 지체없이 풀어보았다. 

"아! 이건...?
마속! 이 멍청한...!"

 

공명은 포진도를 들여다 보다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이 자가 아군을 궁지에 몰아넣다니! "하고,

분노를 표출하였다.

"왜 그러십니까?"
강유가 놀라며 물었다.

 

"마속이 군영을 고립된 산에 세웠지 뭔가!

높은 곳에서 공격하려 한 것이겠지.
그런데 왕평이 보낸 포진도를 보면,

마속의 군영은 강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위군이 산을 포위해 물길을 끊는다면 이틀도 못가 패할 것이야!
헛! 우리 군은 몰살을 피할 수 없게 되었군."

"승상,

소장이 즉시 가정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아! 늦었네.
여기서 가정까지는 삼백 리도 넘지 않는가!
아, 강유, 명을 내릴 것이니 자네가 전해주게.

첫째, 관흥과 장포에게 삼천씩 이끌고 무공산(武功山)으로 가라고 하고,
적군을 만나면 함성으로 겁을 준 후,
적군이 철수하면 뒤쫒지 말고 양평관으로 가서 위연을 도우라 하게.

 

둘째, 한중으로 군대를 철수할 것이니 장익에게 회군할 길을 만들도록 하게.
셋째, 위험한 상황에 처했으니, 조운 장군에게 당장 회군을 하라고 이르게."

 

"예! "

 

공명은 강유에게 재삼 당부를 하며 명을 전하러 보냈다.
강유가 나가다 말고 돌아서며 묻는다.

"승상,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까?
이대로 철수한다면 그동안의 노력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러자 안색이 어두워진 공명이 대답한다.

"더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네.
각 지역으로 나간 병사들이 무사하게 철수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천만 다행한 일이 될 것이네.
속히 명을 전하게!"

"네!"

강유는 이렇게 대답하고 명을 전하기 위해 말을 달려나갔다.

 

강유를 보내고 난 뒤,

공명은 다시 한번 왕평이 보내온 포진도를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순간, 하늘을 우러러 한탄해 마지 않았다.

"폐하! (先帝, 劉備를 칭함)

신이 그만 폐하의 당부를 잊어 버리고

사람을 잘못 써서 대사를 그르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실수이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공명의 명을 가지고 양평관을 다녀온 강유가 돌아왔다.
강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공명의 앞에 나타났다.
공명이 사태를 짐작하고 입을 열었다.

"강유,

말해 보게..."
강유가 간신히 고개를 들며 말한다.

"승상의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사마의가 오만 병력을 이끌고 직접 가정의 마속 장군 군영을 공격했으며,
왕평 장군의 군영은 장합의 대군으로 하여금 깨뜨리게 하였습니다.
왕평 장군을 도우려고 출병한 위연, 고상, 왕평 장군은

장합의 대군에 밀려 양평관으로 후퇴하여

조운 장군과 함께 위군과 교전 중에 있습니다."

 

"흠...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났네.
사람을 보내서 남안(南安)과 안정(安定), 천수(天水)의 백성들과

관리들을 거두어 한중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키고

정예병 오천을 선발하여 날 따르도록 하게."

"승상,

병사들은 거의 모두 명을 받고 떠나

지금 남은 병사들은 오천도 안 됩니다."

 

"정확히 얼마나 남았나?"

 

"젊은 병사 삼백 명 외에

부상병까지 합쳐야 이천 명밖에 안 됩니다."

 

"음...

서성으로 갈테니 모두 집결시키게."
공명이 낙심천만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네?

서성으로요?"

 

강유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리고 이어서,

 

"승상,

서성은 작은 현(縣)인데,

왜 거기로 가십니까?"하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공명이 조금은 차분해진 음성으로 대답한다.

"가정을 잃게 되면 군량 보급로가 끊어지게 되네.
남으로 가기 전까지는 한중의 군량을 보급받을 수가 없으니,

반드시 서성의 군량 십만 석을 가지고 가야 하네. "

 

"서성은 안전한 곳이 아닌데,

만약 위군이 공격해 오기라도 한다면 어쩝니까?
촉의 존망은 승상께 달렸으니 가시면 안 됩니다.
서성은 제가 갈 것이니, 승상은 한중으로 가십시오."

 

"음...

폐하께서 내주신 대군이 아닌가?
그들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어찌 통솔을 하는 내가 먼저 후퇴를 할 수가 있겠는가?
안 될 일이네."

"승상!"

"내 명에 따라 움직이게,

어서!"

 

강유는 공명의 이같은 말을 듣자

더이상 말을 않고 예를 표하며 물러간다.

"예."

공명은 남은 군사 이천을 거느리고
서성현(西城縣)으로 와서, 백성과 관리들을

한중으로 먼저 떠나도록 한 뒤에
자기는 군량과 무기를 옮기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보마(報馬)가 나는 듯이 달려와 공명에게 아뢴다.

"큰일났습니다! 
위군이 이십 리 밖까지 다가왔습니다!"

 

"병마는 얼마나 되나?
이끄는 장군은 누군가? "

 

"흙 먼지 때문에 확실치는 않사오나,
족히 수만 명은 될 듯 합니다.
깃발엔 사마(司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무러한 공명도 이때만은 대경실색하였다.

좌우를 돌아보아야 믿을 만한 장군은 한 명도 없고,

데리고 온 병력도 부상병까지 모두 합쳐도 이천도 안 되는 데다가

 

그들조차 군량과 무기를 운반하느라고 먼저 떠나 보내버렸으니

그의 수하에 남아있는 군사는 이백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아무리 재주를 부려 보아도 이백 명으로

수만의 짓쳐오는 대군을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런가 ?
그렇다고 적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수도 없었다.

공명은 성루에 올라 멀리 적진을 바라보았다.

과연 위군이 오고 있다는 먼 하늘에는 구름같은 황진(黃塵)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군이 먼지를 일으키며 서성을 바라고 오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야말로 시시각각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365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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