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63)
공명의 패전
그 무렵 사마의는
가정, 기곡, 사곡 등의 요충을 먼저 점령하려고 몹시 서둘렀다.
촉병이 벌서 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오만의 군사를 동원하여 장합을 선봉으로 가정에 진출을 명했던 것이었다.
장합과 함께 선발대로 출발한 사마소(司馬昭)가 급히 되돌아와 사마의에게 알린다.
"아버님,
가정에 가보니,
이미 촉병들이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사마의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탄식한다.
"제갈양이 선견지명이 있구나. 한 수 위야.
그렇다면 우리로선 도저히 당해내기가 어렵겠구나!
지키는 촉의 장수는 누구더냐?"
그 말을 듣고,
아들 사마소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제갈양의 측근인 마속이라 합니다.
허나, 소자의 생각으로는 가정을 취하는 것은 별 일 아닌 것 같은데,
아버님은 무슨 까닭으로 이처럼 실망하십니까?"
"철 없는 소리...
네가 무엇을 안다고 그리 말하는 것이냐?"
"제가 가까이 접근하여 자세히 살펴 보니,
다섯 개의 길 입구에 영채는 단 하나 뿐이였고,
주력군은 산 위에 군영을 세워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포위하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촉군은 산 위에서 사방을 볼 수가 있으니
지리적으로 유리하지 않느냐?
또 밑에서 위로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산 주위를 돌아 보았는데 고립된 산이었습니다.
지원을 받기 어려우니 포위하면 독 안에 든 쥐이지요.
게다가 강도 멀기 때문에 물을 얻기 힘듭니다.
샘물이 있더라도 군사가 많으니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그래?
그런 사실을 확인한 것이냐 ?"
"네,
틀림없이 확인된 사실입니다."
"사마소,
함께 가보자."
사마의는 가정의 지리적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사마소가,
"아버님,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하고,
섭섭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널 못 믿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오직 내 눈 만을 믿는다."하고,
말하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사마소가 아버지의 대답에 실망하여 고개를 꺾는다.
사마의가 아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탁자에 발 하나를 올려 놓으며
아들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한번 묻는다.
"사마소!
적군의 상황을 제대로 본 것이냐?"
"활을 쏠 수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자세히 살핀 겁니다."
그러자 사마의는 확인할 것도 없다는 듯이 급히 명을 내린다.
"명한다!
전 군은 당장 이동하여 촉군이 방비할 틈을 주지 말고,
산을 신속하게 포위할 준비를 하라!"
"알겠습니다!"
얼마후 사마의는 가정의 지형을 살펴볼 수있는
지근거리에 도착하여 전쟁 준비 상황을 몸소 확인하였다.
그가 도착해 적진을 살펴 보니,
가정 고을은 서쪽 산 아래 따로 떨어진
조그만 영채가 하나 뿐으로 많지 않은 병력이 주둔해 있었고,
산 위의 병사들은 식수를 산 밑에서 길어 올려가는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사마의가 아들에게 묻는다.
"지키는 촉장이 마속이라 했느냐?"
"네, 마량의 동생 마속입니다.
제갈양 밑에 있어서 병법에 능하다 합니다."
"나는 전술을 보고 그 능력을 판단하는데,
마속의 포진을 보아하니 실력이 부풀려진 것 같구나.
제갈양이 저런 자를 장군으로 삼다니...
그도 사람을 쓰는데 실수할 때가 있는 모양이구나.
이 같은 형국이면 우리 군이 저들을 대번에 몰살시켜 버릴 수 있으리라.
제갈양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마속이 망치겠구나.
가정 주변에 촉의 다른 부대가 있느냐?"
"십 리밖에
왕평의 군사가 있으나 오천 정도입니다."
"아주 잘 확인 했다. 사마소.
장합에게 이만 명을 이끌고 왕평을 공격하라고 일러라.
그 사이에 나는 산 위의 마속을 포위하도록 하겠다.
물길이 끊기면 적군 스스로 동요할 테니,
공격은 하지 않고 포위만 할 것이다. "
"알겠습니다."
사마의의 명은 즉각 전달되어 사마소는
산 위에 세워진 마속의 군영을 삼만의 군사로 포위하고
함성을 울리고 북을 세차게 두드리도록 명하였다.
장합은 가정에서 십 리 떨어진
왕평의 군영을 네 배가 넘는 군사로써 공격하였다.
그러려니 왕평은 자신의 군영을 지키기에도 바쁜 상황이라
군영 밖에 상황을 돌볼 경황이 없었다.
한편,
산위의 마속은 영채의 루(樓)에 올라 적진을 내려다 보았다.
"장군,
위군에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족히 십만 명은 될 것 같습니다."
수하의 장수가 걱정을 하며 말했다.
그러나 마속은 별 것 아니란 어조로 대답한다.
"겨우 십만 명 가지고 이리 호들갑이냐.
적벽 대전에서 조조의 팔십삼만 대군도 물리쳤던 우리가 아니더냐.
계속 떠들게 내버려 두고 일단 정오가 지날 때 까지 기다리자.
필시 다들 지쳐서 나가 떨어질 것이다.
그때 총공격한다.
저들은 우리 상대가 못 되니 걱정들 말거라.
적군은 누가 이끌고 있지?"
"대도독 사마의인 것 같습니다."
"사마의가 직접 왔을 리가?
괜히 겁을 주려고 헛소문을 퍼뜨린게지.
계속 수비에 만전을 기하라."
마속은 이렇게 명하고 루를 내려갔다.
그로부터 삼 일이 흘렀다.
계속해 날은 뜨겁고,
아무리 기다려도 위군은 산을 포위만 하고
북을 울리며 함성만 질러댈 뿐, 공격해 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촉병들이 산 위에서 내려다 보니
산을 포위하고 있는 위군들의 수효는 엄청나게 많은 뿐만 아니라,
대오가 엄정해 보여 촉병은 싸우지도 아니하고 벌써부터 기가 질려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싸움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물만은 길어 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을 길러 산을 내려갔던 병사들이 급히 돌아와서 마속에게 아뢴다.
"장군! 큰일 났습니다.
위군이 급수로(給水路)를 막고 있어서
이틀 전부터 물을 길어 오지 못 하고 있습니다."
"뭐야?
위군이 급수로를 막고 있어?"
한동안 자신감에 들떠 큰소리를 치던 마속도
이때만은 눈앞이 캄캄하였다.
"지금 영채 안에 물이 얼마나 남았느냐?"
"물이 떨어져서 이제는 먹을 물도 없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밥도 못 짓게 생겼습니다."
"음...
좋다.
이제는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모두 결사적으로 적을 공격해야겠다.
군사들을 모두 불러모아 산 아래로 공격할 준비를 하라!"
"예!"
마속이 한 참을 기다려도 공격할 준비가 되었다는 소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선봉장을 불러 물었다.
"대체 공격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
"장군,
병사들이 물을 먹지 못해 탈진 상태 입니다."
선봉 장수는 그 조차 입술이 탄 채로 맥빠진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뭐야?
산에 물이 없다니,
그게 무슨 당치않은 소리냐! "
"이 산은 돌산이라 샘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놀란 마속이 진중을 돌아보니
모든 군사들이 탈진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마속이 칼을 빼들고 군사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모두 물을 구하러 산 아래로 내려가자!"
이렇게 마속은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산을 내려가 적을 무찌르라고 명하였다.
그리하여 산 위의 군사가 일시에 몰려 내려오니,
사마의는 대항할 생각을 아니하고 일시에 길을 비켜 주었다.
그러나 촉병이 일단 산에서 내려오자,
위군들은 촉군을 겹겹히 에워싸고 마구 공격해 온다.
그러자 목마른 촉병들은 별로 싸우지도 아니하고 앞을 다투어 투항하는 것이었다.
한편,
산 밑에 진을 치고 있던 왕평은 장합의 군사에게 공격을 받으며 분전하였다.
그러나 오천에 불과한 군사로 이만의 군사를 끝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왕평은 장합과 어울려 수십 합을 싸우다가 그 역시 위군에 쫒기고 말았다.
후방에서 대기중이던 위연과 고상이
급보를 받고 급히 달려와 산상의 마속을 도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미 불길이 산을 둘러싸고 있어서
마속군을 구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흘 만에 마속을 구출하고 보니,
그때에는 대다수 군사들이 전사하거나 투항해 버려서,
굶주린 군사 삼천여 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촉병은 모두 열류성으로 모여라.
다시 싸우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를 재정비해야 한다."
고상이 모든 군사에게 명령하였다.
그러나 패잔병들이 열류성으로 몰려가는 도중에
또다시 적의 공격을 받았다.
공격하는 장수는 위군의 부도독 곽회였다.
곽회는 가정에서 사마의가 촉군을 격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 공로를 사마의만 갖게 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직접 많은 군사를 이끌고 가정으로 달려왔던 것이었다.
위연과 고상은 새로 나타난 적과
싸워 보았자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도주하는 방향을 돌려서 양평관(陽平關)으로 달아났다.
그리하여 곽회가 열류성을 점령하려고 급히 가보니,
그곳은 이미 사마의가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마의는 성루에 높이 올라서서 곽회를 내려다보며 소리친다.
"이 성은 이미 내가 점령하였는데,
곽 장군은 무엇 때문에 군사들을 이끌고 왔는가?"
곽회가 낙심하기를 마지 않으며 성안으로 들어오니,
사마의가 말한다.
"우리가 가정과 열류성을 이미 점령했으니,
이제는 제갈양도 꼼짝 못하고 달아날 것이오.
장군은 빨리 가서 공명을 사로잡아 공을 세우도록 하시오."
곽회가 공명을 사로잡을 야심을 품고 성밖으로 출동하자,
사마의는 장합을 불러 말한다.
"내 추측으로는
위연, 왕평, 마속, 고상 등이 지금 양평관을 지킬 것이오.
우리가 경솔히 추격해 공격을 하면
공명이 대세를 만회하려고 반드시 우리를 엄습할 것이오.
병법에 말하기를 궁지에 몰린 쥐는 쫒지 말라 하였으니,
우리가 그들을 무리하게 쫒을 것이 아니라,
장군은 군사를 이끌고 기곡으로 가고,
나는 사곡으로 나가 촉병을 막는 것이 좋겠소.
그래서 적의 식량 보급로를 우리가 차단한다면
적은 꼼짝 못하고 쫒겨가게 될 것이오."
장합은 사마의의 분부대로 군사를 이끌고 기곡으로 떠났다.
사마의는 신담과 신의에게 열류성을 지키게 하고,
본인은 사곡을 향하여 진군하였다.
승리를 하면 할수록 사마의의 전략은 더욱 건실해지고 있었다.
364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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