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66)
읍참마속(泣斬馬謖)
공명은
마속과 왕평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자 자리에 앉으며 명한다.
"왕평을 들라해라."
"예!"
마속과 왕평 두 사람은
공명의 군막 밖에서 죄를 청하며 꿇어앉아 있었다.
"왕평을 들라 하신다!"
명이 떨어지자 왕평이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으로 향하였다.
왕평이 떠나자 마속이 근처의 병사에게 말한다.
"밧줄을 가져와 나를 묶어라."
마속은 승상 공명에게
스스로 죄를 청하는 모습을 보이려한 것이었다.
초췌한 몰골의 왕평이 공명의 앞에 부복한다.
"승상을 뵈옵니다!"
침울한 표정의 공명이
왕평을 길게 부르며 입을 열었다.
"왕...평...
늘 신중했기에 전장에서 마속을 도우라고 명했거늘...
너는 왜 마속에게 간언하지 않았나!"
공명의 목소리가 커졌다.
왕평이 두 손을 맞잡이 올리며 대답한다.
"아뢰옵니다.
소장도 수차례 간언을 하여 오로(五路) 관문에 진을 치자 하였으나,
참군이 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주장이요,
소장은 부장이온지라 명령으로 굴복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후 위군의 포위로 소장이 수십 차례나 뚫고 나가 도우려 했으나,
수적(數的) 열세에 밀려 소장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소장, 죄를 청하오니 벌하십시오."
왕평은 그동안의 일을 숨김없이 말하였다.
공명은 그러한 왕평의 대답을 듣고 더 이상 죄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물러가게."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노여움에 찬 어조로 명한다.
"마속을 대령하라!"
곧이어 온 몸이 밧줄로 묶인 마속이 들어왔다.
"승상!"
마속은 공명을 한번 부른 뒤에 그대로 꿇어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침통한 표정의 공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속을 향해 입을 열었다.
"유상,
자네는 일찍이 병서를 숙독해
병법을 잘 알기에 가정 방어를 위해 자원했을 때
누차 경고를 하였네.
가정은 아군의 근거지라고 말이야.
헌데,
현장에서는 왕평의 간언도 무시하고
전공만을 위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여 가정을 잃었단 말인가?
하마트면 아군이 회생불능의 위기에 빠질 뻔 했네!
가정을 잃는 바람에 결국 우리 군은 모두 한중으로 철수하게 되었으니,
그 죄를 어찌 감당하겠나!"
"가정을 잃은 건 모두 제 잘못 입니다.
군령장을 써 놨으니 법에 의해 처단하십시오."
마속도 결코 죄를 용서받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속에게 과실은 있으나,
이십여 년간 선제와 승상을 보필해온 것과 과거의 공훈을 감안하시어
목숨만은 살려 주시고 속죄의 기회를 주도록 하십시오."
조운이 공명에게 건의한다.
그러자 함께 가정 전투에 참여했던 왕평이 나선다.
"승상!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수십만 대군의 군심(軍心)은 어찌하실 겁니까?
상벌은 분명해야 합니다.
말의 믿음, 행동의 결과 등,
군령장을 썼음에도 집행을 아니 한다면 이제 누가 군령을 지키겠습니까?
승상! 마속을 용서하신다면 군위(軍威)가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장군 위연은,
"승상!
난세인 이때,
우리 촉국의 인재를 버리는 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마속은 평소에 근면한 데다가 병법에도 능하니
가정 전투의 패배는 경험의 부족에서 온 것일 뿐,
개인의 과실이 아니오니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하고,
공명에게 마속의 용서를 청하였다.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 모두가 공명을 향하여
무릎을 꿇어 보이며 위연의 청에 힘을 실었다.
공명이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스스로 죄를 청하는 마속과,
죄를 묻지 아니하면 장차 군기를 어떻게 다잡겠느냐는 왕평의 주청과,
용서하고 기회를 주자는 조운과 위연 사이에서...
마속이 다시 한번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인정한다.
"제가 승상의 명을 그대로 거행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군영을 설치하여 많은 군사를 잃었습니다.
이 죄는 만 번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죄이옵니다.
앞으로의 군의 위엄과 지엄한 명령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의 죄를 반드시 물어주소서.
공개 처형을 통해 군심을 잡으시길 바라옵니다.
다만 제가 죽은 뒤에 어린것들이나 돌봐 주소서.
이것이 승상께 드리는 마지막 부탁이옵니다..."
마속이 거기까지 말하고 목을 놓아 통곡하니,
공명도 눈물을 뿌리며,
"내, 너와 형제처럼 살아 왔거늘,
어찌 네 자식들을 모른다 하겠느냐..."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꾸하였다.
그러면서 마속이 쓴 군령장을 집행관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군법대로 처리하라."
"예!"
공명은 마속을 내보내 놓고 선채로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군막밖에 형장에는 마속의 참형(斬刑)을 집행할 집행관과
도부수(刀符手) 옆에 장군 위연이 마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상,
잠깐 서시오."
위연은 마속을 멈춰 세워놓고,
큰 대접에 술을 따르게 하여 마속에게 건네준다
"유상,
한 잔 드시오."
위연은 마속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술잔을 권하였다.
마속은 위연에게 술 대접을 건네 받아 그대로 들이켰다.
그리고 빈 잔을 돌려주며 말한다.
"고맙소.
문장(文長: 위연의 字),
이 마속이 살아서 장군을 따라 전투에 나서진 못 하겠으나,
죽어서 적군 장수들에게 고난을 주어 승리하게 만들겠소.
여러 장군들의 노력으로 북벌이 이루어져 대업이 이루어지는 그날,
마속은 구천에서 춤을 추며 기뻐할 것이오!"
이렇게 말한 마속은
뒤로 돌아서서 공명의 군막을 향하여 크게 소리친다.
"승상!
마속은 갑니다!
마속은 갑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도부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위연은 차마 볼 수가 없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도부수는 집행검을 치켜 들었다.
때는 건흥(建興) 육년 오월이었다.
그때 마속의 나이는 서른아홉 살. 공명은 마속을 참형에 처하자,
곧 그의 자녀들을 거두어 그들을 친자식처럼 사랑으로 보살폈다.
*인물평
마속(馬謖) 190 ~ 228년.
유비의 장수로 자는 유상(幼常),
의성(宜城) 출신으로 마량(馬良)의 동생이다.
유비의 휘하에서 여러 요직을 거쳤다.
228년 봄,
가정(街亭)에서 위군과 대적할 때
제갈양의 지시에 반대,
남쪽의 험준한 산중에 진을 쳤고,
위군이 물길을 끊는 바람에 패전하여
제갈양이 전군을 돌려 한중으로 전격 후퇴할 수밖에 없는 단초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귀환한 뒤에 공명은 군율을 지키려는 의지로 아끼던 그를 처형하였다.
읍참마속(泣斬馬謖) 이라는 성어(成語)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367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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