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촉과 오의 동맹지의

오토산 2022. 4. 17. 13:18

삼국지(三國志) .. (389)
촉과 오의 동맹지의

비위는 공명이 작성한 서신을 들고
건업(建業)으로 달려가 손권 앞에 섰다.
손권은 비위가 공손히 전달하는 공명의 서신을 펼쳐 본다.

한실(漢室)이 불행하여 나라의 기강을 잃고

역적 조조(曺操)가 제위(帝位)를 찬탈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열황제(昭烈皇帝: 유비)로부터 중임(重任)을 받아 한실의 부흥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대군이 기산에 모여 있습니다.
역적의 무리들을 위수에서 무찌르고자 하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동맹의 의미를 떠올리시어

폐하의 장수들에게 북정(北征)을 명하소서.
함께 중원을 취한 연후에 천하를 동분(同分)하면 그 아니 좋은 일이겠습니까?
글로 말을 다 할 수 없으니 그저 폐하께서 본인의 뜻을 깊이 굽어 살펴주시길 바라나이다.

 

공명이 손권에게 보낸 편지는 함께 위를 치자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다 읽은 손권의 만면(滿面)에는 웃음이 떠오른다.
그리고 편지를 전달하러 온 비위에게,

 

"짐인들 어찌 촉(蜀), 위(魏)의 전국에 무심할 수 있겠소. 
오래 전부터 군사를 일으키고자 하였으나

공명과 회합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저 군사를 기르며 때만 기다리고 있었소.

이제 이렇게 제갈 승상의 편지가 왔으니 적당한 때가 온 것 같소.
짐이 몸소 대군을 거느리고 나아가 위를 치도록 하겠소."하고,

시원스럽게 말한다.
비위는 크게 기뻐하며 손권에게 말한다.

 

"감사하옵니다.

언제 어떻게 진군하실지 계획을 말씀해 주시면 그대로 승상께 전달하겠사옵니다."

 

"짐이 곧 대군을 이끌고 거소문(居巢門)으로 나아가서 신성(新城)을 먼저 취하겠소.
또, 육손과 제갈근에게는 강하(江夏)와 면구(沔口)를 깨치고 양양(襄陽)을 취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손소(孫昭)와 장승(張承)에게는 광릉(廣陵)으로 출격하게 하여

회양(淮陽)을 점령하도록 하겠소.
세 곳을 합치면 모두 삼십만 대군이오.

머뭇거릴 것 없이 곧 출격하리다."

마치 공명의 제안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손권은 비위에게 금방 상세한 계획을 말해준다.

 

"폐하의 정성이 그러하시니

머지않아 중원은 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비위는 엎드려 절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손권은 잔치를 열어 비위를 대접했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손권이 비위에게,

 

"승상은

주로 어느 장군을 선봉으로 쓰시오?"하고,

묻는다.

 

"위연입니다."

 

비위의 답을 듣고 손권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다시 비위에게 말을 한다.

 

"위연이라...
내가 보기에 위연은

용력(勇力)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성품이 곧질 못하오.
공명이 없으면 반드시 화근이 될 터인데

공명은 어찌하여 위연을 계속 쓰시는 것이오."

웃으며 말하는 손권에게 비위는 타국의 황제에게 자국의 장수에 대해

본인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겠다 싶어 그저 함께 웃으며,

 

"폐하의 말씀은 돌아가는 대로 승상께 고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비위는 공명에게로 돌아와 동오에서의 일을 모두 보고하였다.
손권의 출정 결정 소식에 기뻐하던 공명은 위연에 대한

손권의 생각을 떠올리며 비위에게 말한다.

 

"손권은 과연 총명한 분이오.
마치 위연을 곁에서 지켜 본 것처럼 말씀하시니...
실은 나 역시 위연의 사람됨을 알고 있으나
그 용력이 아까워 쓰고 있었오."
그 말을 듣고 비위는,

 

"그렇다면 승상께서는

속히 조처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고,

간한다.

 

"내게도 생각이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비위가 촉오동맹의 결속을 재확인하고 손권과 힘을 모아

위나라를 몰아내기로 하였다는 소식을 들고 성도로 떠난 후,
공명은 장수들을 모아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때 군사 하나가 달려와 공명에게 아뢴다.

 

"위나라 장수 하나가

항복을 하겠다며 찾아왔습니다."

공명은 투항한 장수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투항한 장수에게,

 

"너는 누구이고,

왜 투항하는 것이냐?"하고,

묻는다.
투항한 장수는 공명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저는 위의 편장군(偏將軍) 정문(鄭文)이라고 하옵니다.
진랑(秦朗)이라는 자와 함께 군문에 들어와 사마의의 휘하에 있었는데,
사마의가 진랑만 중하게 쓰고 저에게는 푸대접을 하니 분한 마음에 달려 나왔습니다.

평소 승상의 높으신 덕을 들어온지라,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부디 저를 거두어 주시고 제가 승상께 은혜를 갚도록 해주십시오."

공명이 정문이라는 자의 말을 듣고 있는 와중에

다른 군사가 들어오더니,

 

"승상,

지금 위군 장수 하나가 군사를 이끌고 우리 진채 밖에서

정문을 돌려 달라며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하고,

아뢴다.
그 소리를 듣고는 정문이,

 

"소란을 피운다는 그 자가 아마 진랑일 것입니다.
저를 뒤쫓는 것을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쫓아온 모양입니다."하고,

냉큼 말한다.
승상은 정문을 지긋이 바라보며 묻는다.

 

"자네와 진랑의 무예를 견주면

누가 더 위더냐?"

정문은 조아렸던 머리를 살짝 들어

공명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랑 따위는 열 명을 가져다 놔도 두렵지 않습니다.
승상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당장 달려나가

진랑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하고,

큰소리를 친다.
이에, 공명은,

 

"좋다. 진랑의 목을 가져 오면

내가 너를 받아주겠다."하고,

허락하였다.

공명은 직접 영채 밖으로 나와

정문과 진랑의 결투를 구경하기로 했다.
정문이 말을 타고 달려 나오자,
밖에 있던 진랑이 창을 하늘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 배반자야!
역적 놈이 감히 내 말을 훔쳐타고 달아난 것이냐?
난 사마 도독의 명으로 네 목을 베러 왔다.
내 말과 함께 네 목도 내 손으로 되찾아 가겠다!"

진랑이 말을 마치자마자

정문은 칼을 뽑아들고 진랑에게 달려든다.

 

"까불지 말아라!"

 

정문의 칼과 진랑의 창이 뒤엉킨다.
그 모습을 공명은 흥미롭다는 듯 응시하고 있다.
팽팽한가 싶던 두 장수 사이의 긴장감은

싸움이 붙은지 채 삽합도 못 되어 흩어지고 말았다.
정문이 잘 벼린 칼날로 진랑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 것이다.
그 모양을 보고 겁을 집어 먹은 진랑의 군사들은 그대로 줄행랑을 놓았다.

싱거운 싸움이 끝나자마자

공명은 아무 말 없이 군막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정문이 진랑의 머리를 들고 왔다는 병사의 보고를 듣고,

 공명은 정문을 군막 안으로 들게 하였다.
정문은 자랑스럽게 진랑의 머리를 공명의 앞에 내려 놓았다.
공명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서오게나!"하고,
승리를 거둔 정문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390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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