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408)
사마소의 전횡(專橫)과 반발하는 제갈탄 ( 2 )
위군은 수춘성 벽 둘레에 토성을 쌓아 회수(淮水)의 흐름을 막아 놓았다.
그것을 보고 제갈탄은 회수가 범람하여 위군이 쌓은 토성이 무너지면
그 기회를 잡아 군사들을 몰고 나가서 적을 공격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위군이 홍수로 혼란에 빠져있을 때 공격하면
위군을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가을이 지나고 겨울에 이르러서도 비는 소식이 없었다.
성 안의 식량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어 군사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다.
두 아들과 함께 작은 성문을 굳게 지키고 있던 문흠은
군사들이 굶주림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보다 못해 제갈탄을 찾아갔다.
"식량과 마초가 바닥나서 굶어죽는 병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방에서 동원해온 군사들이라도 밖으로 내보내서
입을 다소나마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흠이 진심어린 간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갈탄은 불같이 성을 내며 호통을 친다.
"북방의 군사들은 모두 내 부하들인데 그들을 내쫓으라 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너는 나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구나!
여봐라!
이 놈을 당장에 끌어다 목을 쳐라!"
아버지 문흠과 함께 같던 아들 문앙과 문호는
제 아버지가 제갈탄에게 처참한 꼴을 당하는 것을 목도하고는
각기 단도를 빼어들고 제갈탄의 호위 무사 수십 명을 찔러 죽인 후,
성벽을 뛰어 넘어 가서 위군에 투항했다.
사마소는 투항한 문앙과 문호의 목을 당장에 치려고 했다.
지난날 관구검이 반란을 일으켰던 당시에 문앙이
위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일에 원한이 깊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종회가 사마소에게 가만히 말을 건낸다.
"죄는 이들이 아니라 문흠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문흠은 이미 죽었고,
두 아들은 수춘성 내부의 형세가 다급해져서 항복해왔는데,
이들을 죽여버린다면 성 안의 결의만 굳어지게 할 것입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군."
사마소는 종회의 말에 따라
문항과 문호를 장막에 불러들여 좋은 말로 위로하고,
준마와 비단을 하사했다.
그리고 둘을 편장군 관내후(偏將軍 關內侯)에 봉하였다.
문앙 형제는 뜻밖의 후한 대접에 감격하여 말을 타고 바로 수춘성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수춘성 둘레를 돌며,
"우리 두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고 벼슬까지 받았다.
너희들은 어찌 항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느냐?"하고,
소리쳤다.
성 안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어찌보면 문앙은 사마소의 원수인데 저렇게 중용되었다.
아무 거리낄 것이 없는 우리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성 안의 많은 군사들이 위군에게 항복하자 하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제갈탄은 그것을 알고 주야로 직접 성 안을 순시하면서
탈주하려는 자들을 잡아 죽여
항복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자들에게 겁을 주었다.
그럴 수록 수춘성 내의 군심은 심하게 요동쳤다.
종회는 성안의 민심이 완전히 제갈탄에게서 등진 것을 파악하고
사마소에게 고한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이 기회에 전면 공격을 하십시오."
사마소는 크게 기뻐하며 삼군에 공격을 명했다.
사방에서 위군이 떨쳐일어나 일제히 수춘성을 공격하는데,
이때 북문을 지키던 수문장 증선(守門將 曾宣)이
성문을 열어 위군의 진입을 도왔다.
제갈탄은 사마소의 군대가 성안으로 들어온 것을 알고
황급히 수백 명의 친위병을 거느리고 샛길로 빠져나갔다.
조교를 건너 성 밖으로 나가려는데
뜻밖에도 조교 앞에서 위군 대장 호분(胡奮)과 맞딱뜨렸다.
제갈탄은 제대로 된 대항도 하지 못한 채 호분의 칼에 목이 잘려나갔다.
제갈탄을 호위하던 친위병들은 모조리 사로잡혔다.
서문 쪽에서는 왕기가 군사들을 거느리고 쳐들어 가는데
문 밖으로 나가던 동오 장수 우전과 마주쳤다.
왕기가 우전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너는 어찌하여 항복하지 않느냐!"
우전은 화를 내며 왕기에게 대꾸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고 출전하였는데
적에게 항복하고 마는 것은 의인(義人)이 행할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는 말을 마치자마자
투구를 벗어 던지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친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싸움터에서 싸우다 죽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이냐!"
우전은 칼을 휘두루며 왕기에게 달려들었다.
삽심여 합 쯤 싸웠을 때,
우전은 인마(人馬)가 모두 지쳐버려서
군사들의 싸움이 어지러운 가운데 휩쓸려 죽고 말았다.
수춘성에 입성한 사마소는
제갈탄 일족을 모두 잡아다 효수형에 처하고 삼족을 멸했다.
그리고 끌려온 제갈탄 친위병을 불러다가 꿇어 앉혀놓고 물었다.
"너희들은 항복하겠느냐?"
제갈탄의 부하였던 포로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역적에게 동조하느니
차라리 제갈 장군과 함께 죽겠다!"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멍청한 놈들!
저놈들을 모두 성 밖으로 끌어다 죽여 버려라!"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사마소는
포로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하고는 문루(門樓)에 올라
죽기를 기다리는 포로들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포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항복하면 죽음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사람이 죽어나갈 때까지도
이들의 입에서는 항복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포로를 처단하는 것을 모두 지켜본 사마소는 크게 한숨을 짓더니 말한다.
"충절(忠節)만은 대단하구나.
죽은 자들을 관을 갖추어 매장해 주어라."
제갈탄을 도우러 출전했던 오군의 대부분은 위군에 항복했다.
이들의 처리를 두고 배수가 사마소에게 아뢰었다.
"오군의 가족들이 모두 동남 강회(江淮)에 남아 있으니
투항병들을 그냥 두었다가는 반란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저희 나라와 내응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생매장 시켜버리십시오."
배수의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종회가 화들짝 놀라며 사마소에게 말한다.
"안 될 말입니다.
병법에서도
전국위상(全國爲上,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싸움을 최소화하여 적국을 온전히 두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라 하였습니다.
원흉(元凶)만 처단하면 그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또 산 사람을 매장하는 것은 어진 자가 할 짓이 아닙니다.
차라리 그들을 강남으로 돌려보내서
우리의 관대한 도량을 보여주는 것이 옳겠습니다."
사마소는 종회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오군의 포로들을 모두 석방시켜서
각자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명했다.
그러나 오의 장수 당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손침의 보복이 두려워서였다.
사마소는 당자와 같은 자들을 모두 중용하여
삼하(三河, 하동·하내·하남) 지역에 고루 배치하였다.
그리하여 회남땅의 반란은 진정되었다.
사마소가 낙양으로 개선할 준비를 할 때였다.
사마소에게 서쪽 변방으로부터 급보가 한 장 날아들어왔다.
40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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