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이야기(10)<사슴이 인사하는 동대사 앞뜰풍경>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노천명의 시 에 고독이 묻어 난다.
한국에서 사슴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 사슴을 이곳 오사카의 인근 나라의 동대사 앞 뜰에서는
수백 수천마리의 사슴을 원없이 만날수 있고
더구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가까이 다가와서
먹이 과자(센베이)를 들고 있으면
머리를 들이밀고 입으로 옷깃을 잡아 당기며
적극적이고 당황스럽기까지 사람들에게 다가든다.
나라현 동대사에 50만 평방미터의 면적 전체에
사슴들이 수천마리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여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동대사를 찾는 젊은이들은
절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사슴공원에 더 관심을 가진다.
우리들도 이곳을 마지막코스로 찾았는데
사전에 주의를 주지않아서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사슴들의 적극적인 대시에 당황하여
먹이로 들고 있던 과자를 건네 주기도 전에 단번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 엄마의 실패를 웃으며 좋아하는 손녀가 더 재미있다.
우아하게 포즈를 취하고
사슴이나 된양 목을 길게 뽑고 가까이 포즈를 취하는
큰 손녀는 오늘 소원을 다 푸는 날이 되었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을 사슴공원으로 불릴 정도로
사슴을 자유롭게 마음놓고 살도록 조성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같은 감성시대에는 관광객의 유인책으로는
더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어 보인다
사진을 찍는 나를 그냥 두지않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주머니를 잡아당기며
하물며 허벅지를 물고 과자달라고 조르는 사슴의 극성을 보고
눈이 크고 맑아 순수한 사슴의 이미지가
세파에 시달리고 길들여져 영악해져가는 순수가 없어진 모습에
어쩐지 노천명이 노래한 목이 길어서 슬픈 사슴의 고독을 느낀다.
그 와중에도 내눈을 잡아 끄는 모습은
그 넓은 공원 광장 한가운데
한쌍의 사슴이 다정한 모습으로
서로 목을 쓰다듬고 다독이는 정깊은 모습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목이 길어서 슬픈
노천명의 시에서 고독한
그 사슴도 여길 오면 참으로 정겹게 사랑으로 살텐데 하는
참 따숩은 모습이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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