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같은 이름이라도 꼭 "개".자가 들어가면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개 구멍 빛좋은 개살구 새끼 중에도 개새끼라고 하면 아
주 나쁜 욕이 되더라 눈병도 예전에는 개 무슨 앓이라고 하더라
버찌(뻣)의 열매도 달고 맛있는 것은 참진(眞)자를 써서 참뻣이
라 불렀지만 쓴것은 개뻣이라 불렀다
가을 서리 내린후 노랗게 익어 향기가 좋은것은 참모과요 두루
뭉실 울퉁불퉁 못생기고 맛이나 향이 떨어지는 것은 개 모과라
하더라 그 외에도 개똥참외 개복숭아 등등 과일종류에서만 해
도"개".자를 앞세운 이름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왜 하필 좋
지 않은 것엔 개 자를 앞에 달았을까
이번 정월 대보름이 바로 개보름이다. 보름보단 못하니
개보름이라 했나? 허긴 오늘 보다는 내일의 달이 더 크고 밝을
테니 오늘을 개보름이라 했을것 같다 봄이 오기전 겨울의 막바
지에 위치한 정월 개보름 매일의 삶을 소중하게 여겼던 조상님
들은 이 보름과 개보름에도 큰 의미를 두셨다
어느 지방에서는 개보름날 개에게 먹이를 않주는 풍습이있었다
는데 개보름날 밥을 주면 여름날 밥을 잘 먹지 않아 않 자라고
않 먹는밥엔 파리가 들끓어 지져분 해 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고 한다 다 부질없는 풍문 이겠지만 온종일 줄에 묶여 굶어야
했던 개들 배고픈 원망도 있었겠다
사람들이야 먹을것 더먹고 (밥 아홉 그릇에 나무 아홉짐) 반찬
또한 수십가지에 밥 또한 오곡밥으로 배 두들기며 먹었으니 그
강아지들 욕 꽤나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마지막 겨울의 아쉬움을 대보름 무렵으로 마무리 했으니 설날
즈음 시작한 윷놀이 쥐불놀이 연날리기도 그랬다
개보름날 밤에 윷놀이 등 밤 늦도록 놀다가 이웃집에 무쇠솥을
열고 몰래 밥과 반찬을 훔쳐다가 먹는 밥 훔치기도 오늘 저녁에
하던 풍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딱". 소리나게 깨물던 부럼은
딱 소리에 집안에 머물던 잡귀가 대들보가 부실해서 집이 무너
지는 줄 알고 도망가서 부스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랬다고....
옛날엔 그 부스럼이 아주 고질병이었고 부스럼 앓지 않는 사람
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귀가 잘 들리기를 위해 귀밝이술
도 한잔 꼭 마시고 개에게 팔았다는 더위팔기는 제일 먼저 만나
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가라".고 했다가 작은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여름 더위는 누구나 싫어 했으니.....
쥐불놀이 불깡통 돌리기를 실컷 하다가 아이들은 이웃 마을 아
이들과 불싸움도 했고 달집태우기 연실을 끊어 멀리 날려보내
며 일년간의 안녕과 건강 행복을 빌기도 했다 이젠 희미해져
가는 풍습이지만 다시 개보름을 맞으며 지나간 시절 어린시절
의 아련한 그리움을 추억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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