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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로 풀어보는 한국인의 자화상(우받세/한빛)

오토산 2013. 7. 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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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설로 풀어본 한국인의 자화상 *

  질병ㆍ형벌ㆍ생활은 물론 역사까지 시대상 반영
  외세ㆍ권위주의ㆍ차별 등 억압적 일상을 담아내

  화냥년과 호로 상놈의 시대는 가버렸다.
  당연히 유전적 의미에서 후레자식도 사라졌다.
  한반도에서만이 아니라 제 나라에서도 청(淸)은 힘을 잃어버렸다
  다만 욕은 왕이 무릎 꿇은 치욕적인 삼전도(三田渡) 굴욕을 지금껏 잊지 않고 있다.
  환향(還鄕)녀와 호로(胡虜)자식이 호란(胡亂)이 남긴 유산이라는 건 널리 아는 대로다.
  욕설은 단지 상스럽고 천박한 비어(卑語)가 아니다.
  욕설은 사회를 민중언어로 반영한다.
  압축적으로 격변해온 한국 근대사는 욕 또한 창조를 거듭했다.
  이마에 먹물 새기는 경칠 놈,다섯 토막 낼 오살할 놈 등은 1894년 갑오경장 무렵
  욕의 구체성이 소멸해 긴장감이 한결 떨어지게 되었다.
  주리를 틀 놈은 비공식적으로 유지되어 1980년대까지 인권을 말살하는 현장에서 사용되었다.
  명예형인 조리돌릴 놈은 5·16 쿠데타 직후 ‘나는 깡패입니다’라는
  현수막 아래를 행진한 ‘동카포네’ 이정재 무리를 마지막으로 더는 선보이지 않았다.
  오랏줄을 질 오라질은 포승으로 남아 있다.
  이들은 다 형벌에서 비롯된 욕설이다.
  사지를 찢을 육시할(럴) 놈,

 



 

  질병 또한 욕으로 몸을 바꿔 활개를 쳤다.
  마마(천연두)는 떠났지만 ‘염병할’은 일상적으로 위력적이다.
  마마와 달리 호열자(虎列刺)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낙들이 모여 시끄럽게 굴던 바가지 긁는 일은 여전하다.
  ‘호랑이가 살점을 찢는 듯한 고통을 주는 병’  호열자는 1821년 처음 발병한 콜레라를 이른다.
  ‘엿 먹어라’는  남사당패들 사이의 비역질 은어다.
  비역이란 궁둥이 쪽 사타구니 살이다. 엿이란 남자 성기다.
  뺄 수 없는 욕은 성기를 넘어 근친상간에 관한 것이다.
  가장 모욕적이면서 가장 널리 흔히 퍼붓고 있는 욕설이다.
  욕먹는 사람만이 아니라 혈족 성분 자체를 능멸하여
  가족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 ‘효율 좋은’ 욕이라고 하겠다.
  가족중심 사회라서 욕스러움은 그만큼 더했다.
  유월에 담아 육젖[白蝦]이라 부르는 새우를
  오월 사리에 잡다 보니 섞인 잡것이라는 오사리잡놈,
  팥을 넣고 지지는 부꾸미에서 나온 젬병[煎餠],
  개가 먹는 밥 개차반[茶盤],바(밥)보의 경우처럼 생활에서 나온 욕은 차라리 건강하다.
  얼어 죽을,
  굶어 죽을,
  맞아 죽을,
  쪽박 찰,
  빌어먹을 놈 따위는  운명에 재앙과 불행이 일어나기를 비는 욕이다.
  인도에서 건너와 욕말이 된 경우도 있다.
  기악을 연주하고 향만 먹고 날아다니는 향신 건달파(香神 乾婆)에서 온 건달,
  어리석게도 석가를 놀렸다는 조달(調達)이가 어원인 쪼다는 제법 유식한 축에 낀다고 하겠다.
  20세기 욕설은
  이들 중세사회상을 담은 욕보다 더욱 생생하게 한국인의 삶을 되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새겨볼 필요가 있다.

 



  후레자식이 떠난 자리에 미군 튀기와 와이캡(Y-cab)이 들어섰다.
  와이캡이란 한국 여자와 택시는 부르면 온다는 데서 나왔다.
  미국에서 택시는 노란색(yellow cab)이다.
  양공주는 양놈공주라는 자기 모멸적 비아냥이다.
  월남에서 미군은 젊은 베트남 여자를 ‘사이공 티(Tea)’라 불렀다.
  슬픈 이름이다.
  꾹으로 눌러 있으라는 말은  미군이 한국전쟁 시기에 만들어 월남에서까지 사용했다.
  꾹은 한국의 줄임이다.
  참견이나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다.
  아부하는 일을 속되게 짜웅이라 하는데
  이 또한 월남 사람들이 손윗사람에게 하는 인사말 짜오옹을 파병 군인들이 듣고 와 자리

  자리 잡았다.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20세기 한국에는 주변 4대 강국 관련 욕이 제법 있다.
  짱꼴라·쪽발이·로스케·양코쟁이 따위는 상대를 어떻게든 깎아내려 자기 존재를 증명코자 한
  한국인의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욕설은 언제든 논리보다 생동감이 있었다.
  정작 그 말은 일본이 청일전쟁 뒤 중국 사람을 낮잡아 짱꼴라로,로스케 또한 러일전쟁 무렵 그  들이 만들어냈다.
  북방에서는 러시아 사람을 마우재[毛子]라 했는데 이용악의 시에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라고
   동경 어린 언어로 숨 쉬고 있다.
  우라지오는 블라디보스토크다.
  얼마우재는 이윽고  서양 사람을 흉내 내며 경망스럽게 구는 이를 일컫게 되었다.
  미군을 양키라고 한 건 제1차 세계대전 시기였다.
  일본인을 얕잡는 쪽발이는 그네들이 두 갈래로 된 나막신을 즐겨 신는 데서 연유하고 있다.
  친일밀정은 왜놈개라 했다.
  역으로 일본에 규정 당한 게 조센징 등이다.
  고문관이란  미군 고문관들이 한국 실정에 어두워 실수를 많이 한 데서 생겨 어수룩한 이를 뜻 하게 되었다.
  해방과 더불어 진주한 미국 사람 이름을 개에게 붙여 쓴 일을
  한국인의 놀라운 언어 규정력이라고 해야 할까.
  메리·케리·쫑(John)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개를 사람 부르듯 하는 데서 배운 바도 있었겠다.
  공무원을 정부미, 군인을 군바리, 경찰을 짭새로 일컬은 건 권위주의 권력이 낳은 산물이다.
  정부미는 양질이 아닌 묵은 쌀을, 바리는 바리데기에서 보듯 ‘버리다’에서,
  짭새는 보통 새 사이에 섞여 있는 잡스러운 새(사복경찰)라고 하는데
  유신시대 이전부터 짜부라고 불렀다.
  이들과 가까웠던 깡패는 갱(gang)과 패의 합성어다.


 


  아무래도 가장 무서운 욕은 ‘빨갱이 새끼’이겠다.이는 욕을 뛰어넘어 살벌함을 품고 있다.
  욕설은 지역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갯가에 산다는 뜻으로 호남인을 개땅쇠, 발음에서 깽깽이라 했다.
  강원도를 감자바위, 충청도를 핫바지라 한 건 세련되지 못하다는 데서 왔다.
  ‘서울내기 다마내기,  맛 좋은 고래고기’라는 어린이들 놀림에도 나오듯 서울을 뺀질이라 했다.
  경상도 보리문둥이는  대체로 보리 먹으면서 글 읽는 아이[文童]라고 한다.
  문둥이라면  경상도 사람이나 한센병 환자를 두루 깔보는 인권침해가 되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개똥녀, 된장녀 따위는 모던걸에서 보듯 여성비하와
  소비책임을 전가하는 남성중심적 욕설의 전형이다.
  근래 나온 ‘강북스럽다’는 소수가 다수를 업신여기는 일을 온당화하려는
  그릇된 발상에 말미암고 있다.
  욕설의 목적은 상대를 비하·저주하고,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지배자를 자기와 동일시하려는
  일상적 언어투쟁이다. 신성함을 해체해서 끌어내리고자 하는 도전이다.
  20세기 한국 욕설은
  외세·권위주의·차별 등 억압적 일상을 반영한다.
  욕이 그저 상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욕설은 이렇듯 한국 사회와 사람의 역동성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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