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주어진 수명이 있다.
그리고 생물에게는 그 생물에 맞는 신진대사 속도가 있다.
그런데 이 신진대사 속도에 변화가 생기면 결국 수명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다시 말해 ‘어떤 생물이든 신진대사의 속도를 재촉하면 수명은 더 짧아진다’는 것이다.
이 말을 더 풀어보면 ‘신진대사의 속도에 따라 체내 효소를 빨리 써버릴수록 수명은 더 짧아진다’는 말이된다.
신진대사의 속도는 관련된 효소의 양에 의해 결정되므로 조직 안에서 대사적 교환이 많을수록 참여하는
효소의 수가 많아지고 따라서 분비되어 없어지는 양도 많아지게 되어 생명을 단축하게 되는 것이다.
당귀를 예로 들어보자.
당귀는 가을에 씨앗이 떨어져 다음 해 봄에 싹을 틔우고 자라며, 2년 후 가을에 뿌리를 캐내 한약 재료로
사용된다.
2년째 가을에 뿌리를 캐지 않으면 3년째인 그 다음 해 여름에 전부 꽃을 피우고 죽는다.
이렇게 되면 한약재로 사용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만약 당귀가 비옥하고 좋은 땅에서 싹을 틔웠을 때와 척박한 땅에서
자랄 때의 차이점은 없을까? 이에 대해 효소 연구가 박국문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자연의 법칙은 3년이라는 생명을 주었지만 비옥한 땅에 떨어진 씨앗은 영양 과잉으로 생을 일찍
마감하게 됩니다.
척박한 땅에 떨어진 씨앗은 3년, 4년, 5년이 되어도 꽃을 피우지 않고 청년기 시절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살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척박한 땅에서 소식으로 장수한다는 뜻이죠.
영양소가 많으면 빨리 죽고, 영양소가 적으면 오래 산다는 것은 효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생 동안 사용해야 할 자기 몸속에 있는 효소를 빨리 소모하면 그만큼 빨리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식물은 노지 재배 식물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그 이후 바로 생을 마감한다.
같은 시기 비닐하우스와 노지에 심은 상추를 비교해 보면 노지 상추는 성장 속도가 느리다.
그만큼 수명이 길다는 뜻이다.
다른 예로 일벌을 들 수 있다.
일벌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많은 일로 인해 신진대사가 왕성하므로 오래 살아야 50~60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나 벌들이 꿀을 채취하는 시기가 지난 늦은 가을부터 초봄이 오기까지는 동면으로 신진대사가 활발
하지 않으므로 5~6개월을 살 수 있다. 결국 식물뿐 아니라 동물도 신진대사 속도가 빠르면 일생 동안 사용할 체내 효소를 빨리 고갈시켜 빨리
죽고, 신진대사 속도가 느리면 사용할 체내 효소가 비축되어 있으므로 천천히 천수를 누리며 죽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