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다 알고 있구려(人間之極味)
어떤 처녀가 출가하였는데,
그의 유모가 은근하게,
"어제 밤의 그 맛이 어떠하시던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신부는,
"그 맛은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깊은 맛은 아직도 알 수 없더이다." 하였다.
이에 유모가,
"그 맛은 인간에게 제일 좋은 맛이며,
한창 흥이 일어 무르익을 때는 눈은 태산의 형태를 보지 못하고
귀는 천둥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아씨는 아직 그 일에 익숙하지 못하여
이와같은 지극한 맛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자 신부는,
"유모의 말이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난 아직도 그 극미(極味)를 알지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유모는,
"아씨가 낭군님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에
제가 문구멍으로 어떤 물건 하나를 넣어 보일테니
만일 아씨가 그 물건을 알아보시면
그 맛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니 한번 그렇게 해 봅시다."
하고 서로 약속을 하였다.
그 후 부부가 불을 켠채 서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 데,
그 흥이 극도에 이르자
유모가 물고기를 보인 후 다음날,
"그것이 무엇이던가요?" 하고 물으니 아씨는,
"그건 칼이 아니었던가요?" 하였다.
새로 갈아낸 칼은 대체로 물고기의
형태와 흡사하여 잘못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에 유모는 웃으면서
"아씨는 이미 그 극치를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