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진정한 충정의 소리

오토산 2011. 12. 8. 18:59

 

 

◆ 진정한 충정의 소리

 

  아랫사람의 직언(直言)을 마음으로부터 반기는 상관은 드물다.  자신의 잘못을 눈앞에서 꼬집어 비판하는 사람을 어느 누가 달가와하겠는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충직한 직언을 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고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치른 사람들의 예응 얼마든지 있다.

 

  역으로 직언은 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직언을 할만한 위치, 그러니까 자신의 직언을 받아들일 군주나 최고책임자의 측근이 아니면 직언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언로(言路)가 개방되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대통령이나 최고경영자에게 실제로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측근들뿐이다.  이들의 역할이 사뭇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권력자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직언이 아니라 어뚱하 ㄴ간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되면 정권은 위태로워지고, 기업은 위험에 빠지게 된다.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과 이를 듣는 사람이 다 함께 도리를 지켜야 가능한 것이 바로 직언이다.  그 도리를 해설한 장이 바로 주역의 이 <리(履)>이다.

 

  리(履, 밟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으로 위사람의 비리와 잘못을 짚어 말하는 고언(苦言)이며 충언(忠言)이다.  물론 리(履)의 행위에도 당연히 알맞은 때와 道가 있다.  바로 그 때와 도에 어긋나지 않는 직언만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잘못을 시정케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역>은 윗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잡고자 하는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에 비유했다. 호랑이 꼬리는 항문을 감추고 있으니, 더러운 비리를 가리는 부분을 상징한다.  다른 한편으로 호랑이 꼬리는 용맹과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잘못 밟으면(건드리면) 크게 화를 당할 수 잇는 부분인 것이다.  그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직언을 호랑이 꼬리를 밟는 행위에 빗댄 것은 참으로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윗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직언은 지저분한 부분을 도려내겠다는 순수한 의지의 표현이지만,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직언을 할 때는 자신의 사고가 올바른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어떤 시련이 있어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힘찬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직언이나 충언은 또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사심이 없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君子)다.

그래서 예로부터 군자의 충언을 칭송해왔던 것이며, 현명한 군주는 이를 함부로 막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금의 여유도 없이 지나치게 강직한 사람은,  사람이 따르지 않으니 외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물이 지나치게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자신의 갱각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고 시대를 읽는 안목도 없이 직언을 하면 화를 당하기 십상이다. 리(履)의 세계에서도 이처럼 여유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며,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런데 무인(武人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무인이 왕을 보좌할 때에는,  설령 부당한 명령일지라도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자기의 사고와 신념이 강란 무인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무인의 최고 덕목은 절대적인 충성이지,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 판단이 아닌 것이다. 

 

  직언을 할 때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자만심으로 상대를 모욕하는 것 같은 직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직언을 하는 자는 조심하고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면 화를 당하게 된다.

 

  직언을 하는 사람의 도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타인의 비리를 짚어내기 이전에 스스로의 과거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바로 잡고 자신에게 조금의 사심도 없는지를 자세히 살펴 직언해야 올바른 충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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