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10장 리

오토산 2011. 12. 8. 18:57

 

 

제10장 리(履) [ㅡ, 天澤履]   2 인자의 길

 

    직언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사람을 앞에 두고 바른 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상대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면

    더 말해 무엇 하겠는다.  그래서 자기 자리를 걸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고 직엄하는 사람들을

    예로부터 칭송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직언에도 道가 있다.

    리(履)의 道가 바로 그것이다.

 

 

履虎尾 不咥人 亨

  素履 往 无咎

  履道坦坦 幽人 貞吉

  眇能視 破能履 咥人 凶 武人 爲于大君

  履虎尾 愬愬 終吉

  夬履 貞 厲

  視履 考祥 其旋 元 吉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은 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물리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소박한 사람의 직언은 허물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직언에도 도리가 있다.

  직언을 위해서는 우선 균형이 있어야 하고, 부드럽고 편안해야 하며,

  자기를 버리는 희생정신도 잇어야 한다.

  애꾸눈으로 잘 보려 하고 절름발이가 잘 달리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 물리게 되니 흉하다.

  무인(武人)은 직언을 하기보다 오히려 군주의 명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직언을 해도 순수하면 결국은 길하다.

  그러나 상대방을 무침히 짓밟는 직언은 결국 위험하다.

  직언하는 자는 자기의 과거 잘잘못을 먼저 회상하고 반성해야 길하다.

 

     

    履虎尾 不咥人 亨 (리호미 부질인 형)

 

  리호미(履虎尾)는 호랑이 꼬리를 밟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부질인(不咥人), 그 호랑이가 사람을 물지 않았다.  왜인가?

그 사람이 亨하기 때문이다.  亨은 젊고 순수하고 강직한 사람의 기운을 이른다.  직언의 위험성을 먼저 말하고, 그러나 정의롭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직언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과,  그런 직언에 대해 벌을 하지 않는 군주의 자애까지 언급한 구절이다.

 

  

     

    素履 往 无咎 (소리 왕 무구) 

 

  소리(素履)의 소(素) 순수하고 소박한 것, 깨끗하고 정직한 것을 말한다.  그런 사심없는 마음으로 하는 충정의 직언이 소리(素履)다.  이렇게 하면(往) 허물이 없다(无咎)는 것이다.

 

 

      履道坦坦 幽人 貞吉 (리도탄탄 유인 정길)

 

  리도탄탄(履道坦坦)은 리도(履道, 직언의 道)는 탄탄(坦坦)해야 한다는 말이다.  탄(坦)은 평평하고 너그럽고 편안하다는 말이니, 坦坦은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 부드러워서 누구나 좋아하는 포용력과 유연성, 지극히 편안한 것을 의미한다.  직언의 道는 이처럼 중도, 균형, 편안함, 부드러움, 포용력, 유연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유인(幽人)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사는 사람,  은둔자라는 말이다.  은둔자처럼 자신을 그러내지 않고 사심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의 직언이라야 끝(貞)까지 吉하다는 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직언의 자격을 갖춘 사람과 직언의 방식을 설명한 구절이다.

 

 

      眇能視 破能履 咥人 凶 武人 爲于大君 (묘능시 파능리 리호미 질인 흉)

 

  애꾸눈이()도 볼 수는 있고(能視), 절름발이(破)도 밟을 수는 있다(能履). 하지만 이런 사람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함부로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履虎尾), 호랑이가 그를 물어(咥人) 凶하다. 

 

  앞의 구절에서 이미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에 대해 설명했거니와, 여기서는 그 부연 설명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 리도(履道)를 모르는 사람은 직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애꾸눈이와 절름발이가 상징하는 것이 이처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물론 그들도 볼 수는 있고, 걸을 수는 있고 직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흉하다는 말이니, 하지 말라는 뜻이다.

 

 

      武人 爲于大君 (무인 위우대군)  

 

  자기 수양이 부족하여 직언의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애초에 직언을 해서는 안되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있다. 바로 武人들이다.  무인은 사리를 판별하고 선악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임금과 문신들이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인에게 필요한 것은 직언이 아니라 군주에게 절대적인 충성일 뿐이다(爲于大君). 

 

  무인들의 직언과 간언을 용납하면 나중에는 임금이 이들의 눈치를 보는 사태가 벌어진다.  고려시대의 무인정권 역사를 새겨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현대의 군사정권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履虎尾 愬愬 終 吉 (리호미 색색 종길) 

 

  앞 구절까지는 직언의 전반적인 조건과 도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구절부터는 직언의 실제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이다.  직언이라는, 호랑이 꼬리를 밟는 것과도 같이 위험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호랑이 꼬리를 밟을 때에는(履虎尾) 경계하고 두려워해야(愬愬) 끝까지(貞) 吉하다고 하였다.  색색(愬愬)은 놀라 두려워하는 모양을 형용한 말로, 윗사람을 두려워하고 경계하여 조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직언만큼 위험한, 그래서 조심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夬履 貞 厲 (쾌리 정 려) 

 

  색색(愬愬)한 태도가 아닌, 오만불손한 직언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직언이 쾌리(夬履)다.  이는 통쾌한 직언이며, 통쾌한 직언이란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고 상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직언이다.  그렇게 하면 통쾌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태도로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면 물려 죽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주역>은 그 끝이(貞) 위험하고 위태롭다()고 한 것이다.

 

 

      視履 考祥 其旋 元 吉  (시리 고상 기선 원길)  

 

  그렇다면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쾌리(夬履)가 아니고 색색(愬愬)한 직언인가? <주역>은 세 가지를 말했다.

  시리(視履)는 지나간 과거의 직언을 다시 잘 들여다본다는 말이다.  고상(考祥)은 좋고 나쁨을 자세히 살핀다는 말이다.  기선(其旋)은 과거로 돌아간다는 말이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살핀다는 말이다.

 

  모두 연결해서 풀이해 보면, 과거로 돌아가서 잘못된 것과 잘된 것을 상세히 반성하고 고찰한 연후에 직언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근원적으로(元) 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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